아이디어, 자금보다 실행력이 우선이다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해?"
“괜찮은 아이템만 있음 바로 회사 관둔다!”
혹시 주변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인가요? 저는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일견 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한데요. 왜 그럴까요?
우선 돈 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당연히 돈이 없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시장에는 자금이 풍부합니다. 단지 여러분의 지갑에 돈이 없거나 부족할 뿐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다면 사업을 함께 하고자 하는 수많은 민간자금을 설득할 수 있고, 여러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꼭 자기 돈으로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만약 민간자금과 정부지원금을 유치할 수 없다면 자신의 사업이 과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생존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 잠깐, 사업에 필요한 민간자금과 정부지원금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민간자금은 보통 ‘OO인베스트먼트’, ‘OO벤처캐피탈’, ‘OO벤처스’, ‘OO파트너스(주)’, ‘OO기술투자’ 등의 명함을 들고 다닙니다. 이외에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민간자금은 극히 드뭅니다. 민간자금은 기관별로 선호하는 투자 규모와 시점(초기, 중기, 중기, pre-IPO), 산업분야, 경영진의 투자 성향과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뉩니다. 생각보다 투자금이 넉넉치 않은 투자자도 많고, 스마트하지 않은 투자자도 많습니다. 투자기관에 대한 제 경험은 다음 기회에 더 나누겠습니다. 재밌을 것 같네요.
정부지원금은 말 그대로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업 초기 사무공간, 창업 및 IR 교육, 시제품 제작비 등을 지원하며 민간자금이 검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시키는 가교 역할을 주로 합니다. 정부창업포털사이트 K-스타트업(www.k-startup.go.kr)에 들어가면 더 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직접 경험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장단점과 합격 노하우도 빠른 시일 내에 공유하겠습니다.
다시 돈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돈이 필요한 액수보다 많으면 많을수록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에 독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일례로 4~5년 전, 한창 O2O(Offline to Online) 사업이 유행하던 시절 상당수의 O2O 세탁 업체들은 몇 십 억에 달하는 시리즈A 투자를 받은 후 앞다투어 개발자와 영업인력을 채용했고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예산을 공격적으로 집행했습니다. 비교적 기술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유사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선점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는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방향과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하는 창업팀이 하나 둘 생겨났고, 펀딩 과정에서 투자자를 설득하는 작업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성급하게 나가기 마련입니다. 쉽게 번 돈을 쉽게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리고 수월했던 시리즈A 펀딩 경험은 오히려 창업팀의 내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향후 시리즈B 펀딩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게 만듭니다.
다음은 사업 아이템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정말 탁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기업들도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그다지 투자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음반과 책을 온라인으로 팔겠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여대생들의 외모 품평을 위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이탈리아의 카페문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그리고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를 사업 초기에 만났다면 우리는 선뜻 그들에게 투자할 수 있었을까요?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탁월한 실행력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투자에 앞서 창업가라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템도 검증하겠지만 결정적으로 누가 왜 그 사업을 하는지 보는 것은 아이디어로 결과를 맺을 수 있는 실행력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의 ‘뭣이 중헌디!’는 돈도 아이디어도 아닌 ‘탁월한 실행력’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실행력은 머릿속 생각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구현해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탁월한 실행력은 별 것 아닌 아이템을 가치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냅니다. 세상의 위대한 기업들도 대부분 사업 초기 아이디어는 전혀 멋지지 않았습니다. 탁월한 실행력은 돈을 모이게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돈이 없어서, 아이템이 없어서, 경기가 안 좋아서 창업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탁월한 실행력은 어떻게 증명할까요?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의 성공적인 창업 경험에 빗대 자신의 실행력을 투자자에게 어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창업 경험은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행력’이란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소소한 실행의 성과’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당연히 다양한 ‘실패’ 경험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이런저런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실험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꼭 창업을 해야만 실행력을 키우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그저 지시한 업무만 하기보다 일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하여 능동적으로 리서치, 벤치마킹, 기획 등을 직접 실행하고 평가받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그런 경험이 쌓여 향후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이직, 혹은 창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처음 고민하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본인의 실행력을 검증할 수 있는지, 필자는 어떤 좌충우돌을 겪고 지금도 겪고 있는지 다음 이야기에 좀 더 자세히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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