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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규 Jinkyu Park Jul 01. 2020

스타트업의 슬기로운 동업생활

동업자의 조건 ‘필요’와 ‘신뢰’

동업,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제 경우만 해도 매출과 수익 없이 기약 없는 나날을 버티며 돈, 노력, 시간을 쏟아 부었던 때를 돌이켜보면 리얼하게 표현해서 정말 똥줄이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혼자 견디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동업자의 존재는 큰 힘이 됩니다. 물론 고통스러운 과정을 더욱 힘들게 하는 동업자의 존재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업이 좋은지 아닌지 정답은 없겠지만 결국 동업을 ‘잘’하는 것이 베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동업’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스트로크플레이를 창업할 당시 4명의 동업자와 경영진을 구성하고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만 4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멤버들과 돈독(?)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슬기로운 동업생활에 대한 질문을 주변에서 자주 받습니다. 동업을 고민하는 분들께 부족한 제 경험과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미국의 부호 Rockefeller는 동업에 대해 딱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A friendship founded on business is better than a business founded on friendship
(비즈니스 위에 쌓은 우정이, 우정 위에 쌓은 비즈니스보다 낫다.)"  


저는 이 이상 명쾌한 동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맞는 친구와 동업하라고?  


마음 맞는 친구와 사업을 시작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창업 여정을 함께할 '마음 맞는' 친구는 동업자의 필요충분 조건으로 매우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창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친구와 상의하는 일이 많을 테니, 의기투합해서 창업해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아마 Rockefeller 아저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동업자는 철저히 ‘필요’ 여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 <도둑들>을 기억하시나요? 극 중 마카오 박(김윤식 분)은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팀을 구성합니다. 뽀빠이,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팹시 등 이름도 재밌습니다. 그 중에는 금고 털이범도 있고, 벽을 잘 타는 사람도 있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전문성을 인정받은 도둑들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절대 ‘마음에 맞는’ 친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을 갖고 있느냐가 멤버 구성의 유일한 척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마카오 박과 팀원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필요’와 함께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팀원들 간의 ‘신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업자와 배우자의 다른 점  


동업을 해 보거나 동업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분들은 있어도,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생각을 안 해 본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동업과 결혼을 비교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요. 동업자와 배우자를 얻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동업자와 배우자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딱히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결혼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입니다. 단지 30대 후반에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어서, 예쁜 아들딸을 갖고 싶어서, 또는 금융자산을 몇 십억 모으기 위해서 어떤 배우자와 결혼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특정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합니다. 그 사업이 암호화폐 거래소일 수도 부동산 거래 플랫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필요’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업의 ‘what’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수 있는 동업자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은 동업자는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한 동업자면 충분한가요?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 <도둑들>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동업했지만 동업자들 간에 ‘신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필요’와 함께 중요시해야 할 요소가 바로 ‘신뢰’입니다. 사업에 필요한 사람이지만 신뢰할 수 없다면 동업자로서 실격입니다.


필요와 신뢰를 큰 축으로 사업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맞고 우정도 싹 트게 됩니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 선을 넘는 말과 행동도 조심하게 됩니다. 아마 Rockefeller 아저씨도 비슷한 생각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창업 과정에서 생존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습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모두 품고 가기에는 환경이 너무 척박하며, 필요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팀원과 그 과정을 버텨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필요하고 신뢰한다면 우정이 싹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정이 돈독하다고 해서 꼭 동업을 할 만큼 필요하고 신뢰하는 관계는 아닐 수 있다는 점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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