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달라져라, ‘Dare to be different’
저는 주변 선후배들과 자주 진로 상담을 합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많은 분들이 고민만 하고 주저했던 커리어 결정을 여러 번 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고 있죠. 아마도 자신이 가지 않은 길과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호기심이 저를 만나면 진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진로 상담을 하면 감히 구체적인 조언은 하지 않지만 보통 이런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늘 기회를 찾고 새로운 일을 통해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커리어를 결정하세요.”
사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 말을 영어로 옮기면 ‘Dare to be different’. 남들과 달라질 용기를 가져도 되는 것이죠.
저는 최고의 인재는 아니었지만 습관적으로 ‘different’를 좇았고, 덕분에 제 능력의 한계를 깨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Dare to be different’ 정신은 제가 스트로크플레이를 창업하고 레인지엑스를 개발하는 데 탄탄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기존 시장의 룰과 질서를 흔들어야 생존할 수 있는 언더독(underdog) 스타트업에게 ‘Dare to be different’ 정신은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에서 승산이 없는 선수를 일컫는 ‘언더독’. 하지만 전형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허점을 공략한다면 약자의 승리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약자의 전략은 항상 어렵지만 역사 속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긴 사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더욱 언더독이 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승자의 무대인 랭킹게임을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것 또한 한 가지 전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Dare to be different’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언더독으로 걸어온 제 삶과 스트로크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청소년기 저는 공부를 곧 잘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성적에 맞춰 외고에 갔고, 성적에 맞춰 Y대에 갔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는 늘 세상일이나 권위 따위에 순종하고 싶지 않은 반골 기질이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모험가’라 답하고 담임 선생님께 불려가며 내심 속으로 후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 모험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냥 친구들이 쓰는 흔한 직업을 장래희망이라고 하기 싫었습니다.
저는 외고를 졸업하고 S대 인기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소위 명문대에서 매년 수천 명씩 배출하는 졸업생 사이에 묻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무언가를 준비하겠다는 절실함으로 미국 학부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동기들은 MT를 가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배낭여행을 떠날 때, 저는 입학과 동시에 학점관리를 하고, SAT와 TOEFL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대학 새내기였던 1995년은 신입생들이 취업 걱정을 모르던 호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국내 학부로 입학해 미국 학부로 편입, 졸업한 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대로 Y대를 졸업했다면 국내 증권사에 입사하기 위해 더 높은 경쟁을 뚫어야 했을 것입니다.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동년배들보다 영어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미국 대학에 다니며 투자은행 채용 공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 있던 제 친구들은 투자은행이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투자은행 지원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현지 시장에서 저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아시아 문화에 익숙한 후보로서 ‘차별화’된 인재였기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different’한 덕분에 치열한 취업 경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작다면 작은 저의 차별점을 통해, 즉 저만의 분명한 가치와 정체성을 통해 전략적으로 해외 투자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고, M&A와 Capital Market 실무를 약 10년간 경험했습니다. 이후 IT회사의 재무 및 해외 사업개발 담당 임원으로 이직했는데, 만약 제가 대학교 졸업 후 바로 그 회사에 입사했다면 30대 중반에 임원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투자은행에 근무하던 10년차 동료들이 직장에서 승진을 하거나 사모펀드로 이직을 꿈꿀 때 저는 또 다른 결정을 했습니다. IT회사에서 3년을 일하고 전 직원이 100명 정도 되는 스타트업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당시에도 주변 분들은 IT회사에서 좀 더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을 것을 권했지만, 저에겐 스타트업 대표로 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소중했습니다. 결국 그때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스트로크플레이를 창업하고 현재까지 경영해 오고 있습니다.
저의 굴곡진(?) 경력들이 다른 분들의 경력보다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제가 익숙한 곳에서 성을 쌓기보다 유목민처럼 이동하며 조금은 위험한 결정들을 해 왔습니다. 그 결정들은 수많은 불확실성을 초래했고 저 역시 매번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양한 모험을 하면서 제 커리어가 나름의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이라고 적었던 ‘모험가’의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결정의 순간에 제가 주변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면, 저는 성을 높이 쌓기 위한 결정들만 계속 해왔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예외없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만히 있는 현재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제 나름대로 꾸준히 ‘다름’을 도모했고, 그래서 회사도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제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는 확신이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스타트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언더독 기질이 다분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핵심인 ‘dare to be different’ 정신을 잊지 마십시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언더독이 주류로 올라서는 일이 놀랍지 않은 세상. 기존의 방식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당신이 게임의 룰을 바꿀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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