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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규 Jinkyu Park Jun 01. 2020

스타트업 팀 멤버 구성 시 반드시 알아둘 것들

모두에게 통하는 리쿠르팅 전략이란 없다

스타트업 팀 멤버 구성 시 알아둘 것들

최근 ‘中 전통 무술 대가, 격투기 선수에 또 KO패 굴욕’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중국의 한 태극권 고수가 아마추어 격투기 애호가와의 대결에서 30초만에 KO패를 세 번이나 당하는 영상이었습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quote도 유명하죠.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앞서 정리한 스타트업에 관한 제 생각들이 어쩌면 길거리 싸움꾼에게 쳐 맞는 전통 무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실전이니까요. 본질과 정신,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매일 현장에서 두드려 맞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제가 경험했던 실전 길거리 에피소드를 적어봅니다. 여러분에게 인사이트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펙과 열정만큼 중요한 ‘핏’ 


창업을 준비하면서 저희 회사로 꼭 모셔오고 싶은 분이 있었습니다. 큰 개발 조직을 총괄했고 제품도 사업도 탁월한 성과를 냈던 PD였습니다. 심지어 그분의 커리어는 제 사업과도 연관성이 높았고 전 직장에서 퇴사 후 새로운 중견기업으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만족도와 로열티가 높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팀빌딩이 완료되어 가는 시점에서 마지막 퍼즐로 생각했던 분이기에 제 능숙한(?) 설득으로 온보딩시킬 자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에 대한 제 꿈과 비전을 세일즈했고 함께 온보딩하는 핵심 멤버들의 스펙과 열정을 어필했습니다. “이런 사업을 하려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고, 초기 자금은 이렇게 구성했는데 이건 내 전문 분야라 앞으로 어떻게 키울 자신 있다. 같이 이 시장을 한번 뒤집어보자.” 대략 이런 시놉시스였습니다. 


사실 초기 멤버들을 리크루팅하는 데 이미 효과(?)를 본 스토리였고, 제가 들어도 솔깃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지만 그분은 결국 팀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의 임원직을 맡고 계십니다. 솔직히 아쉽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PD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 많이 고민했지만 그분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용기가 없어서도, 제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해서도 아니며, 제가 못나서도 아닙니다. 그저 저희 팀과 ‘핏’이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스타트업 리크루팅의 현실


저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 오너들이 리크루팅에 즐겨(?) 쓰는 몇 가지 기술을 소개합니다.


첫째,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초기 멤버로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 자리잡을 수 있다.’ 셋째,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문화에서 일할 수 있다.’ 넷째, ‘누구의 지시가 아닌 원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등 다양한 논리로 탐나는 인재를 설득합니다.


제 경우 상대방의 성향과 니즈, 과거 경험 등을 고려해 어떤 논리가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한 후 기술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비슷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커리어가 정체된 데 불만을 갖는 분에게는 4번 논리를 사용하고, 안정된 직장이지만 향후 급여 인상 확률이 낮은 분에게는 1번 논리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현실은 다릅니다. 이실직고하면 우선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회사가 잘돼야 스톡옵션도 의미가 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대박은커녕 생존하기도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가정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타트업은 생존 자체가 도전입니다. 혹시 회사가 고속 성장을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성장하지 않으면 더 뛰어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개국공신이 밀려나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 조직문화가 어떨지 대표와의 인터뷰만으로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심지어 자신이 정말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문화에 ‘핏’한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회사에 체계가 없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공에 헤딩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게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본인이 정말 좋아하고 기대만큼 퍼포먼스가 나올지 아직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타트업 입사는 매우 비이성적인 결정이지만 이런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스타트업과 핏이 맞는 사람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최선이라 여기는 인재가 당신을 외면하는 이유는 ‘조건’의 문제라기보다 스타트업이 지닌 태생적인 리스크를 수용할 수 없는 ‘성향’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건만 보고 합류한 멤버라면 창업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재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타트업형 인재들의 공통된 성향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사업 초기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을까요? (참고로 스타트업에서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인재들의 특징은 다른 여러 글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여기서 말씀드리는 내용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창업팀에 조인하기로 일을 ‘저질러 버린’ 분들의 성향에 대한 제 사견임을 먼저 밝힙니다.)


첫째, 자기주도적 결정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지만 결국 결정은 본인이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이면 스타트업에 발을 담글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자존감이 높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며 10년 정도 외국계 투자은행 명함을 갖고 다녔습니다. 동종업계 사람들을 제외하면 제 명함을 보고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분들이 없었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외국계 느낌이 물씬 나는 회사이름과 고급스러운 명함이 알 수 없는 아우라로 저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스마일게이트’와 스크린골프 기업 ‘지스윙’ 등으로 이직하면서 제 일과 회사에 대해 설명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스타트업은 더더욱 주변의 시선이 주는 피로감을 겪어야만 합니다. 남들이 뭐라든 ‘내가 내 사람의 주인’이라는 용가리통뼈 자존감이 없다면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셋째, ‘감’과 ‘촉’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업자의 비전과 목표, 계획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려도 스타트업이 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에 사업화 될 수 없었던 이유가 수백 가지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과 ‘촉’을 따르는 성향의 인재가 아니라면 창업팀에 조인하지도, 창업을 결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팀 구성은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라는 것, 그리고 회사가 성장해도 계속 겪게 될 어려움이라는 것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인재가 팀에 조인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눈앞에 놓인 우선순위에 먼저 move on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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