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리듬의 작가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일본 작가임은 당연하고,
서구권에서까지 작품이 번역되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다.
현실과 비현실,
음악과 문학,
고독과 유대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묘한 감정의 울림을 선사한다.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에서 자랐고,
와세다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 그는 책보다는 재즈와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졸업 후에는 재즈 바 ‘피터 캣’을 운영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의 글에서 음악과 서양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배경 때문이다.
그에게 '작가로서의 삶'은 다소 우연처럼 시작됐다고.
어느 날 야구 경기를 보던 중, 갑작스레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영감이 떠올랐고,
그렇게 써낸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했다.
이후 그는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등 일명 ‘양 시리즈’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갔다.
사실 무라카미의 세계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현실 속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비현실적인 세계가 스며든다.
《노르웨이의 숲》은 그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작품으로, 430만부 이상 팔리며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내외적으로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그를 국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인기와 주목을 피해 도쿄를 떠나
유럽과 미국을 전전하며 자신만의 고독한 문학 여정을 이어갔다.
그는 철저한 생활 리듬을 지키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마라톤을 하며 몸과 정신을 단련한다.
실제로 그는 수십 차례의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을 완주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의 삶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산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학계의 영원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불린다.
매년 수많은 팬들이 기대하지만,
그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정직하게 문장을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매일 정직하게 문장을 쓰는 일
화려한 상이나 평판보다,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고독 속에서 진실한 문장을 찾는 것.
그것이 그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결핍되었지만 솔직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상실을 안고 살아가고,
끝내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삶을 계속한다.
그래서 무라카미의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다들, 역시 그러한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