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춤추리
운이 좋은 날이었어
누군가 놓고 간 그릇에 사료가 제법 남겨져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없었지
눈치 보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그 사료는 바로 내 차지가 되었어
냠냠 꼬물꼬물
혹시 다른 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주변을 살피며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꽤 많이 먹었지 뭐야
날씨도 좋았어
햇빛이 적당히 따뜻해
어제까지도 많이 추웠는데
이제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걸까
이런 날에는 나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로 가
아파트 뒷 동에 있는 아무도 찾지 않는 큰 바위를 말하는 거야
거긴 인적도 드물고 아는 고양이들도 별로 없지
따끈따끈 데워진 바위에 올라가 햇빛을 쬐며
이제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거야
최대한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