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림 Dec 04. 2018

20. 붉은 계절

가면을 쓰고 춤추리




온통

세상이 붉어지는 계절이야

인간들은 지금을 가을이라고 불러

그렇게 푸르던 잎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고

인간들은 감상에 젖고 아름답다고들 말해.



나무들

그 푸르던 잎들은

무엇이 아쉬워 지독히도 빨갛게 버티는 것인지

그저 쉽게 떨어져 쉽게 사라져 버리면 안 되나

죽을힘을 다하면서 무엇을,

사라져 갈 것을 지키는 것인지.






누군가 꾸준히 먹이를 가져다 주니

지독했던 굶주림에서 벗어 날 수 있고

따스한 햇볕에서 자주 낮잠을 자기도 하고

나의 출현이 익숙해진 이곳 사람들은

이제 무신경하게 대하지.



그럼,

드디어 세상에 감사하게 됐냐고?

이만하면 살만하지 않냐고?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똑같기만 한 걸.








이전 19화 19. 집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