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풍경으로부터 자신을 정의했던 작가 HON CHI-FUN
아시아 소사이어티 같은 경우는 미술관/박물관이라기보다는 록펠러가 세운 미국-아시아 간의 이해관계 증진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라고 한다.
건물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에 굳이 전시를 보지 않아도 건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방문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는 여기서 미국에서의 풍경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정의하고 돌아보았던 작가를 만나게 되어 소개해볼까 한다.
전시는
-Local Avant-Garde
-Distilled Desires
-Here, There and Everywhere
이렇게 총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로써, 1960년대 풍경화를 그리면서 시대가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유럽 아방가르드 영화, 영국 미국의 시각예술문화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실크스크린 기법을 배우게 되는데 작가 본인의 작업 주제를 추상적, 기하학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작가는 원(circle)을 상징적인 의미로써 자신(변화하는 세계 속에 있는 화가 난 젊은이:an young man in rapidly changing world)을 표현하는 방법에 매혹된다."
이 섹션이 작가의 초창기 작업물들이고
실제로 이 이후에 이어지는 섹션에서도 계속해서 원이라는 도형과 함께 작업물이 이어진다.
사실 나는 첫 번째 섹션에서부터 눈길이 딱 꽂히면서 집중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일단 첫 번째 작품부터 작가 '자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의 시작점이 풍경화를 그리면서, 주변 환경을 관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본인한테 영향을 주는 것들에 충분히 집중하고 귀를 기울인 결과물이라고 느껴졌다.
(그 한마디를 정의 내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을지, 말을 안 해도 다 느껴진달까. 이렇게 본인의 내면을 다 내보이는 작업의 강점이다. 정말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1969년, 작가는 최초로 홍콩 펠로우십을 받게 되어 뉴욕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작가는 Pratt Institute에서 판화를 공부하게 되는데, 뉴욕 길거리,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 graffiti 아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게 된다.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을 때,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아크릴 페인팅을 제작하게 되는데, 에어브러시로 표현한 얇은 레이어는 작가가 느낀 빛과 색감의 매력 그리고 공간, 형태를 시각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에어브러시의 얇은 레이어, 여러 상징적 의미들 (빛나는 원, 여성의 가슴, 작은 행성)로 표현되는 작품은 작가가 제시하는 삶에 대한 초현실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이것 또한 뉴욕이라는 환경에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된 작품인데,
아이디어 발전과정이 인상 깊었고 보통 아티스트들이 뉴욕(미국)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건, 다양한 인종/문화/언어 , 이민자, 거대 산업도시, 여러 문화의 복합성, 자유로움(동성애) 그라피티를 이렇게 미니멀하게 승화시킨 게 인상 깊었다.
"오랜 시간 동양화, 중국 전통미술 그리고 서예를 거쳐 1950년대 추상미술을 하면서, 불교 경전을 실크스크린 하게 된다. 더 나아가 2000년대에는 페인팅 작업 위에 작가 본인의 시를 쓰게 된다. 작가는 작품에 시의 글자적인 측면을 작업에 더함으로써 그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많은 시간 풍경화를 그리면서, 끊임없이 공간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다. 그의 페인팅을 길이/높이가 길어져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시간, 장소가 점점 넓혀지고 확장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Plunge and Live 작품에서는 한 장소를 여러 시점으로 표현함으로써, 한 장소에서의 여러 기억들이 복잡하게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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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
본인의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정의(원)를 깨닫게 됨
↓
두 번째 섹션:
뉴욕 이라는 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에어브러시 를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표현
↓
세 번째 섹션:
기억 속에 있는 장소의 여러 기억들의 복잡함을 여러 시점+그림의 크기+ 시 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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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자면!
HON CHI-FUN는 ,
자기 주변 환경에 대해서 집중할 줄 아는 작가였고,
끊임없이 자신의 새로운 작업도구를 찾아다녔던 작가였고,
환경을 단순히 관상적으로 감상하는 작가가 아니라 그 안에 속해있던 본인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내가 이 작가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던 점은,
세 번째 섹션에서 동양화적인 요소 (붓글씨)를 응용시켰다는 점.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시'로 표현했다는 점.
사실 동양화+서양화의 조합은 이다음날 갔던 패들 빌딩 갤러리에서 더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건 또 다음 글에서 이어 질 예정이다.)
언젠가는 동양화 재료들, 정신, 주로 다뤄지는 소재들을 제대로 리서치해봐서 저렇게 응용해보고 싶다.
이 전시를 보기 전까지 나는 동+서양 하면 마치 고추장+초콜릿 시럽 같이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잔잔하고 힘 있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고서 조금은 놀랐다.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가능성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전시를 보고 아티스트 리서치를 하는 게 나에게는 새로운 영감+가능성을 찾게 되는 값진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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