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입방정을 떨어서 주변 내가 아는 사람 모두가 내가 뛰는 걸 알게 됐다
잘 뛰고 오라, 힘내라는 기분 좋은 격려도 많이 받았고 잘 안 됐을 때도 아낌없는 위로의 말로 기운을 북돋아줬다
언어의 힘으로 등 두드려 격려받은 기분이다
내 기록이나 성과에 기대를 걸고 응원하는 사람은 솔직히 아무도 없지만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라는 그 진심 담긴 응원에 정말 힘을 얻는다
달리기를 위해 입고 신고 장착한 물품들은 잘 뛰는 사람이나 못 뛰는 사람이나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사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재밌었던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용품을 구입하는 일이었다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 물건이다 보니 당당하게 돈 쓰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내게 장착된 마라톤의 심플한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운동화
마라톤에서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준비물은 당연 발 편한 운동화다
아무리 최신의 기능 좋고 비싼 운동화라고 해도 내 발에 안 맞으면 말짱 꽝이다
정보가 많은 세상에 살다 보니 러닝화 한 켤레를 사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많은 내용을 접할 수 있었는데 흥미롭기는 하지만 오히려 넘치는 정보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턱대고 브랜드, 무턱대고 '킵초게가 신는 운동화와 똑같은 것으로 주세요'라고 한들 과연 내 다리가 신발값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있을까
운동화에 대해 여러 검색을 하던 중 약간 끌리는 내용을 발견했는데 발의 형태 측정을 받을 수 있는'풋 아이디'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간단히 테스트와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새로운 정보라고 할 수도 없는 내용이지만 어쨌든 말로만 듣던 이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고 그 결과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내 발 사이즈보다 발이 더 길고 크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오래 달리다 보면 발이 많이 붓는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신는 사이즈보다 5~10mm 정도 큰 신발을 신으라고 하는데 처음 러닝화를 구입할 당시엔 그런 내용을 잘 모르고 평소처럼 딱 맞는 240 사이즈를 구입하고 말았다
(심지어 오늘 측정 결과 내 양쪽 발은 240을 조금 넘고 발 볼이 일반 여성보다 넓은 편에 속하는 왕발이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10km나 하프 거리까지는 이 신발을 신고 달려도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풀코스를 뛰고 나면 발을 심하게 절거나 달리기가 끝나자마자 신발을 벗어 버리고 맨발로 걷곤 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한 사이즈 큰 러닝화를 새로 구입했는데 이 신발은 발은 편하지만 신고 달렸을 때의 느낌은 작았던 이전 신발이 더 나았던 것 같아 다시 고민에 빠졌다
같은 브랜드의 신상품을 선택했는데 이전 신발을 그리워하고 있다니 단종되기 전에 한 사이즈 큰 똑같은 신발로 다시 구입해야 하나
역시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찾는 과정도 쉬운것은 아니구나
발 볼이 넓은 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구두를 신을 때도 앞이 동그란 형태로 여유가 있지 않으면 잘 못 신었다
(예쁜 구두는 선이 날렵하고 앞이 뾰족하다ㅜ)
발의 형태를 나눌 때 발의 중심이 안쪽으로 쏠려있으면 내전, 바깥쪽으로 쏠려 있으면 외전으로 구분을 짓는데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러닝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하는 이 구분에서도 역시 내 발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다
나는 양쪽 발이 모두 내전에 속하고 특히 왼쪽 발은 과내전으로 발을 디디는 축이 안쪽으로 쏠려있고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피로가 쌓이면 족저근막염과 같은 부상이 따르기 쉽다고 한다
'과'라는 글자가 붙어서 좋을건 세상에 없다
(그간 주기적으로 피 터지던 발도 왼발인데 상관이 있을까)
피로가 쌓였을 때 다치기 쉬운 건 평범한 발로 달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내가 대단한 악조건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신발을 구입할 때 참고하기 좋은 테스트였다는 정도에서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솔직히 살아가는데 불편을 못 느껴 나는 내가 멀쩡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몸땡이는 발가락 하나도 쉽게 정상의 범주에 들지 않겠다는 지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려 무지외반증 증세도 있다!)
무조건 가볍고 푹신하며 쿠션 좋은 신발이라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련된 러너의 경우 바닥이 얇고 가벼운 신발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신기하게도 나막신을 신고 달리는 주자도 직접 본 적이 있다
한술 더 떠서 운동화를 등에 매달고 맨발로 뛰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경험이 짧은 사람이 그런 방식으로 달렸다간 달리기 수명이 훅 당겨질 수 있으니 절대 무리는 금지다
다치기라도 하면 정상적인 러닝이 가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고 평소 능력 이상의 무리한 방식의 러닝은 자제해야 한다
꾸준히 달리며 거리를 늘려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즉각 달리기를 멈춰야 하는 얼핏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이 기본적이 룰을 지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다만 오래 달리고 싶다면 욕심은 넣어두고 능력에 맞는 달리기를 하기를 바란다
오른쪽보단 왼쪽의 신발이 발에 훤씬 편하게 잘 맞는다
의류
운동화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
그리고 달리기를 위한 옷은 통풍이 생명이다
보통 마라톤 대회에 신청하면 대회 로고가 박힌 기념 티셔츠가 나오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받은 티셔츠들이 넘쳐 나는데
운동용 반팔 티셔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쇼트 팬츠를 즐겨 입는다
달리다 보면 땀 난 피부와 옷감이 마찰을 일으켜 상처가 생길 때가 있어 살갗에 닿는 부분이 최소화된 복장을 선호한다
면으로 된 의류는 땀을 먹으면 오히려 옷이 무거워지고 젖은 옷은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좋지 않다
기온이 떨어지면 얇은 운동복을 여러 겹 겹쳐 입고 다리가 얼지 않도록 레깅스를 입는다
몸이 풀리고 땀이 난 후의 활동이 편한 복장으로 운동하고 싶어 초반엔 좀 춥게 느껴지더라도 옷을 많이 걸치지 않는 편이다
달리는 중엔 스치는 옷감이 칼날만큼 날카롭게 느껴질 때가 있고 실제 쓸림 상처도 많이 난다
몇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후 피부에 닿는 부분 위주로 바셀린을 듬뿍 바르고 있다
그 외 액세서리로는 허리에 차는 작은 파우치(힙쌕) (파워젤이나 포도당 캔디 등을 넣어 다니며 하나씩 꺼내 먹고 있음)
달릴 때는 10원짜리 동전도 무게가 느껴진다는 비유는 사실이다
최대한 가볍게 신경 쓰이는 것 없는 홀가분한 상태로 달리는 것이 좋다
그 외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챙이 있는 가벼운 모자, 스포츠 선글라스, 암밴드, 땀이 흐르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헤드밴드 등등의 용품을 날씨에 따라 혹은 필요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러닝 페이스 조절과 기록 측정을 위한 러닝 스마트 워치(마라톤 시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으로도 간단한 운동 측정은 가능하지만 보다 정확한 측정과 운동 중 휴대와 기록 확인의 효율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계속 운동을 할 예정이어서 준비물에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면 워치는 좋은 러닝메이트가 되어 줄 것이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봤는데 좋아 보였다던가 어설프게 주워 들었는데 관심이 가는 것은 검색도 해보고 직접 걸쳐도 보고 있는데 역시 실착으로 내게 맞는 용품인가를 직접 확인하는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용품이라도 다 몸에 휘감고 달릴 수는 없다
하나씩 필요에 따라 구매하고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와 물품을 갖춰나가는 운동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