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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8. 2022

6. 내가 아끼는 책

“생각이 좋은 사람보다 글(쓰기)이 좋은 사람이 되십시오. 글이 좋은 사람보다 말(대인대물 상호작용)이 좋은 사람이 되면 더 좋지요. 말이 좋은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면 생활양식이 좋은 사람일 겁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좋은 것은 ‘희망’이 좋은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되도록 애쓰십시오. 물론 이중에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희망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책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나는 이 책을 2012년도에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후 지금까지도 햇살이 따스한 일요일 오전이면 습관처럼 일인용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대앉아 읽곤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을 세 번 정도는 꼼꼼하게 읽은 것 같습니다.           

글은 뇌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쓰는 거라는 지론을 가진 김영민 교수는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보여줍니다. 나는 그의 많은 책 가운데서도 이 책, 그 중에서도 이 문장을 참 아껴가며 읽습니다. 글 꽤나 쓴다는 사람은 주변에 많은데 글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말이나 희망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그분의 말에도 공감하구요. 글은 정말 잘 쓰는 분인데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말에 가시가 돋치고 그가 뿜어내는 독기로 인해 마음을 다친 경험 때문이겠지요.          

그가 말하는 생활양식이 좋다는 건 어떤 것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내게는 손톱을 바짝 자르는 습관이 있습니다. 손톱과 살이 맞닿을 만큼 바짝 자르고 그 주변 굳은살까지 꼼꼼하게 잘라내지요. 여성의 미적인 감각으로야 빵점이지만 손톱이 길면 몸에서 불필요한 마음들이 자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남들이 보면 왜 꼭 그렇게까지 생각하느냐 하겠지만 나는 그런 사소한 생활양식들로 인해 그나마 매주 한번 씩은 내 자신을 다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다보면 저도 언젠가는 희망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그의 문장 가운데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이중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희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마지막 문장인데 그에 대한 해답 역시 그의 책 속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은 석상처럼 붙박여 있고, 남은 시간들은 기약이 없다. 그러나 내 삶,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내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없다면, 내 행복도 내 희망도 없는 것이며, 그러므로 내 삶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모르는 그 행복을 위해 오늘도 걷는다”          

김영민 교수는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막연하게 ‘내일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뜬구름 같은 것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처한 현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지금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결코 내일의 희망을 기약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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