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길’이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기껏해야 40센티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 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라니 참 이상한 말도 다 있지요.
그러나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길이 지독히도 멀다는 건 살아가면서 자주 느끼게 되는 일입니다.
언젠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너무 지쳐있으니 쉬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뇌는데 마음은 선뜻 거기에 응하지 못해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피곤에 찌든 몸이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으니 쉬는 게 마땅한데, 당장 돈도 없고, 펑크를 내야 할 일도 문제고, 두고 떠났을 때의 빈자리가 못내 걱정이 돼서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며칠을 계속 망설였던 것이지요.
그렇게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내 머리와 마음이 일치를 보았습니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결국은 가슴이 머리에 동화돼 행동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머리와 가슴은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따로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참을 혼동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가 가슴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일도 발생하지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는데 선뜻 손 내밀어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살아가는 일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막상 돈이 없으면 불안해져서 악착같이 돈을 움켜쥐기도 합니다.
잘못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상대가 나를 얕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잘못했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고, 지식이 지혜를 갖추는 일이고, 이기적이기 보다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일이고, 나보다는 남을 배려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일은 배움의 연속입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 역시 세계를 더 넓게 바라보고 사람에 대한 더 깊은 이해의 폭을 갖는 과정이지요. 그것이 진정으로 머리와 가슴이 조화를 이루는 공부인 것이지요. 때문에 그것을 단순히 나를 드러내 보이는 척도로만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공부의 의미를 축소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공부는 단순히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으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머리와 가슴이 조화를 이뤘다면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져 변화와 창조를 가져오는 것이 진정한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인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을 순조롭게 마쳤다면 이제 그것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이 밝힌 등불을 따라 그 뒤를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