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09. 2022

45. 내 안에서 나오는 것

생각해보니 눈물이나 침, 대소변 등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꽤 있습니다. 어쩌면 쉽게 지나쳐 버릴지도 모르지만 의학계에서는 그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눈물이 잘 나오지 않으면 안구건조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하고, 정말로 속이 상할 때는 정신건강을 위해 펑펑 울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침도 뱉는 것 보다는 삼키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침에는 항균작용과 소화 작용을 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건강에 이로우니 나이가 들수록 침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합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잇몸 사이사이로 혀를 굴려 침을 만드는 것을 건강비법으로 삼기도 했다지요.


대소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대변 색깔만으로 건강을 체크하기도 하고 어른들 역시 대소변의 양이나 형태, 색으로 건강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몸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것들은 비록 버려지는 것일지라도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생각해보니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내가 하는 말입니다. 말은 오랫동안 내 안에 갖고 있던 생각들이 밖으로 나오는 행위입니다. ‘생각 없이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원래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 본능에 의해 곧바로 튀어나온다는 뜻이니 내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말들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진 평소에 생각을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학이나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이나 예술도 한 작가의 내면을 통해 나오는 것이니 그 사람의 내면 수준을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만일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었다면 그것은 그 작가가 평소에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평소 그가 가진 생각들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 작품이고 그런 것이 들어있는 것이라야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훌륭한 작품으로 남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 고여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오는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은 물론이고 그보다 한 단계 뛰어넘어 예술로 승화되는 작품들 역시 결국은 나라는 인간의 내면을 벗어나지 못하니 세상 속에서 잘 살아가는 일은 결국 내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아마도 지식이 아닌 지혜를 품는 일이겠지요.


우리는 부디 말을 아껴야 합니다. 나오는 대로 뱉어버리는 것은 나의 정신이 더 이상 여물고 성숙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는 순간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일, 그것이 상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전 23화 114. 들리지 않는 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