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생이 하얀 비닐봉지에 용을 담아 왔다.
- 너 그거 어디서 났니?
학교 앞에서 한 마리에 천 원에 팔더란다.
- 그거 오래 못 살고 죽을 거야.
난 동생에게 다소 악질적이지만 현실적인 말을 해줬고, 동생은 콧방귀를 끼고 무시했다.
그리고 동생은 보란 듯이 용을 정성스레 돌봤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용은 일 년이 지나도 건강했다.
그리고 이듬해,
용은 집 베란다에서 기르기엔 너무 커졌고, 부모님은 동생에게 그만 용을 놓아주자고 말했다.
동생은 처음에는 울고불고 떼를 썼지만 결국 용을 놓아주기로 했다.
주말에 아버지가 친구분에게 1톤 트럭을 빌려오셨고, 우리 가족은 용을 차에 싣고 교외로 나들이를 나갔다.
반나절 동안 용과 실컷 놀고 난 후, 우리는 용을 숲에 놓아주었고 용은 우리 가족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로 동생은 거의 한 달 동안 눈물 속에 지냈다.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르고 우린 용에 대해 거의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8시 뉴스에서 공주님이 용에게 납치되었으며 왕이 공주를 구하는 용사를 사위로 삼겠다고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된 동생은 뉴스를 접하자마자 어릴 적 용을 놓아줬던 숲으로 갔다.
용은 공주를 탑 꼭대기에 가두고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동생은 용에게 울며 소리쳤고, 용도 동생을 알아보고 얌전히 내려와 동생에게 머리를 맡겼다.
동생은 용의 머리를 부둥켜안았고, 공주는 무사히 왕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 뒤 동생은 왕의 사위가 되는 걸 거절했다. 그 대신 우리 가족은 용이 살고 있는 탑으로 이사했다. 동생과 용은 어릴 적처럼 행복하게 지냈고 우리 가족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