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아들과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는 중에 아이가 욕조 속으로 빠졌다. 재빨리 욕조 밑으로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난 머리를 욕조 속으로 처넣었고, 그 속엔 깊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닷속을 헤엄쳐 아이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닷속에는 각양각색의 산호초와 조그만 열대어 무리, 커다란 거북이와 가오리, 해파리들이 유영하고 있었다.
바다 밑에 다다르자 화려한 산호초들 사이에 이정표가 보였다. 402.
이정표는 내가 헤엄쳐 내려왔던 저 머리 위를 가리켰고, 난 다시 열대어 무리와 거북이와 가오리와 해파리들 사이를 헤엄쳐 올라갔다. 수면에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푸-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면 위로 고개를 빼들자 아이는 또래의 남자아이와 욕조 안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난 어느새 욕조 안에 있었다.
목욕탕은 우리 집과 구조는 똑같았지만 우리 집은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욕조 밖에서 옆집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니까 난 옆집, 402호로 헤엄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