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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소설] 지퍼

by 홍윤표

'명성 지퍼'라는 회사가 있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퍼를 제조하는 회사다.
지퍼만으로 업계 일류가 된 전설의 기업.
이 회사가 얼마나 지퍼 외길 인생을 걸어왔냐 하면,
회사 건물의 모든 문과 창틀은 지퍼로 여닫게끔 되어 있고,
사장을 포함한 간부 임원 및 직원들은 모두 지퍼가 달린 가방을 메고 지퍼가 달린 옷을 입고 지퍼가 달린 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이미 일류 기업이었던 '명성 지퍼'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한반도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 때였다.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례 최고 진도를 기록한 그 끔찍했던 천재지변.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전 세계로부터 많은 구호가 이어졌지만 피해 복구는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명성 지퍼'의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이었던 고 이명성 회장은 용단을 내린다.
'명성 지퍼'의 최고 연구진과 기술자들이 피해지역으로 급파되었고
대지와 도로, 임야, 건축물 등 지진으로 인해 흉물스럽게 쩍쩍 갈라진 것들에 죄다 지퍼를 달아버렸다.
그리고는 찌익- 지퍼를 닫았다.
피해는 눈 깜짝할 새에 복구가 되었고, '명성 지퍼' 인력이 투입된 지 보름 만에 국가비상사태는 해제되었다.
전 세계는 '명성 지퍼'의 기술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고,
각국 정부는 '명성 지퍼'의 기술력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명성 지퍼'는 그렇게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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