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 여자친구는 조금 특별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건, 신입생 환영회였다. 이런 자리에서 으레 그러하듯,
모든 사람들이 거하게 취했고 들떠있었다.
나와 그녀도 많이 취했고,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다.
막차가 끊기기 전에 우린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갔고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속이 안 좋다며 골목 어귀로 뛰어갔다.
난 그녀를 뒤따라 갔고 그녀는 욱, 욱 거리며 속을 비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바닥에 흥건한 무지개였다.
그녀는 무지개를 토하고 있었다.
한참을 토하고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드는 그녀의 입가에 무지개 조각이 몇 점 묻어있었다.
난 그대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고, 그렇게 우린 사귀게 되었다.
그 뒤로도 우리는 종종 키스를 했고,
그럴 때마다 내 입술엔 그녀의 무지개 조각이 묻었다.
난 그것들을 유리병에 담아 모아두었다.
그렇게 일 년이 흐르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그녀는 눈물을 조금 흘렸고
눈물을 훔친 손끝에는 무지개가 묻어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유리병의 무지개 조각들을 탈탈 털고,
스카치테이프로 한 조각씩 이어 붙였다.
그리고 무지개를 들고 당시 살던 동네 뒷산으로 올라가 제일 높은 나무 꼭대기에 걸어놓았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무지개는 그 뒷산에 걸려있고
어쩌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지나다가 그 무지개를 볼 때면 난 그녀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