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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소용돌이

離緣

by 홍작자의 수레바퀴 May 15. 2023

연근과 우엉이 여전히 헷갈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연근과 우엉, 특히 우엉은 그냥 얼핏 보기에는 나무같이 생겨서,

그게 시장에서 마트에서 싸게 사든 말든 그걸 다듬는 것이 일이다.


엄마는 매 번 정기적으로 그걸 사 와서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다가 손을 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몇 번 도와봤는데, 이러나저러나 물먹은 나무처럼 잘 잘리지도 않는다.


칼질을 나야 뭐 해 본 적은 없지만,

오이, 양파, 무처럼 단박에 잘라지지도 않고, 당근보다도 힘들고 암튼 제일 짜증 나는 것이 나무같이 생긴 우엉이다. 그걸 자르면 끝일까? 또 졸여야 한다. 말 그대로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에 말이다.


내가 요즘 우엉 같다.

나무 같은 이름 모를 정체불명의 순간에 사로잡혀 쉽게 끊어내지도 못하고, 절단하면 할수록 내 마음이 배기만 한다.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아무리 마시는 술로도 대신할 수 없고,

짙어지는 그리움의 끝은 어디를 가든 자꾸 떠올라서 정말 역겨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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