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離緣
연근과 우엉이 여전히 헷갈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연근과 우엉, 특히 우엉은 그냥 얼핏 보기에는 나무같이 생겨서,
그게 시장에서 마트에서 싸게 사든 말든 그걸 다듬는 것이 일이다.
엄마는 매 번 정기적으로 그걸 사 와서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다가 손을 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몇 번 도와봤는데, 이러나저러나 물먹은 나무처럼 잘 잘리지도 않는다.
칼질을 나야 뭐 해 본 적은 없지만,
오이, 양파, 무처럼 단박에 잘라지지도 않고, 당근보다도 힘들고 암튼 제일 짜증 나는 것이 나무같이 생긴 우엉이다. 그걸 자르면 끝일까? 또 졸여야 한다. 말 그대로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에 말이다.
내가 요즘 우엉 같다.
나무 같은 이름 모를 정체불명의 순간에 사로잡혀 쉽게 끊어내지도 못하고, 절단하면 할수록 내 마음이 배기만 한다.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아무리 마시는 술로도 대신할 수 없고,
짙어지는 그리움의 끝은 어디를 가든 자꾸 떠올라서 정말 역겨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