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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해진 무기력, 깊이잠든 학생B-1

무기력한 B의 하루

by 소소인

학생 B


헝클어진 머리, 검정 뿔테 안경, 윤기 없이 건조한 뺨. 칠판을 응시하고 있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 교실을 향해 열려 있지만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귀. 우리 반의 33명 중 하나였던, B.


친구들의 재잘댐, 선생님의 수업, 스피커의 타종. 움직임과 이어진 이 모든 학교의 소리 앞에서, B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4월의 상쾌한 바람, 5월의 나른한 공기. 7월과 8월의 뜨거움과 그에 맞서는 에어컨의 기계 바람 앞에서도, 그 어떤 감촉이 피부에 닿아도, B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는 과자의 단내, 급식실에서 올라오는 된장국의 구수한 향. 가끔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 이 모든 냄새 앞에서도 B는 오직 책상에 얼굴과 배를 붙이고 앉아 그 무엇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 교실에는 ‘무기력’으로 표현되는 현상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B는 그 대표적인 학생이었다. B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무기력은 이제 교실의 일반명사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그 무게는 계속 무거워지는 중이다.


B의 하루


B가 등교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기까지, 누구와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아침뿐만 아니라 모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B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모르는 친구에게 말을 거는 일, 친구가 말을 걸어 왔을 때 대답하는 일. 모둠활동에 참여하여 토론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이 B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면 B의 시선은 늘 스마트폰에 묶여 있었다. 조회가 끝난 후, B는 마치 정해진 일과처럼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다. 건조하고 무거운 눈꺼풀 아래로 깊고 무거운 잠이 내려온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종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이 모두 급식실로 삼삼오오 달려갔지만, B는 두꺼운 기둥처럼 교실에 앉아 있다. 1시간 남짓의 자유시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 종종 SNS 속의 짧은 영상을 보기도 한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한 시간 내내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시간에도 B는 몸만 교실에 있을 뿐이다. B는 등교했지만, 등교한 것은 텅 빈 몸뿐이다.


모든 수업이 끝났다. 하교할 시간이다. B도 짐을 꾸려서 집으로 향한다. 귀에는 하얀 이어폰을 끼고,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된 채 아슬아슬한 걸음을, 힘없이 이어 나간다. 통학 버스에 오르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마저도 B의 시선은 이 작은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마치 현실 세계에서 전력을 다해 또 다른 세상으로 도망치듯, B의 눈과 귀는 디지털 세계의 입구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그런 B와, 나는 3월에 '상담'이라는 이름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을 대화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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