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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의 도박장-2

돈을 향한 끝없는 욕망

by 소소인

익명의 탈을 쓴 범죄와 무너지는 일상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카카오톡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내거나, 협박이나 강요를 일삼는 심각한 상황도 있다. 명백한 범죄이지만 익명의 탈을 쓰고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학생들은 도박 행위를 대부분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숨긴다. 때문에, A는 정서적으로 고립된, 매우 취약한 처지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와 가정에서의 삶 전부를 엉망으로 만든다. A도 그랬다. 도박을 했다는 죄책감과 돈을 잃으면서 생긴 괴로움이 뭉쳐지면서 학업을 비롯한 생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도박은 돈뿐만 아니라 자존감, 생활 리듬,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등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송두리째 가져가 버린다. 이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온라인 도박은 게임이 아니다.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사기 사건’이다.

스마트폰이 무너뜨린 학교의 울타리


스마트폰이 있기 전, 학교의 담장은 여러 의미에서 학생들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 외의 사람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학교의 담장으로는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쉽게 들어올 수 없었고 유흥업소나 불량식품도 학교의 문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도박 기계가 학교의 담장을 넘어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교의 담장은-비록 학생들을 구속한다는 비판을 듣기는 했지만-사회의 차갑고 냉혹한 어른의 세계가 학교 안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 방어막을 아무렇지 않게 무너뜨렸다. 과거에도 도박장은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그 내부가 하나도 들여다보이지 않는 새까만 건물 안에 있었다. 그 암흑의 공간이 교실에 들어온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몇 번의 터치만 거치면 교실에 도박장이 열린다. 돈 앞에서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성인들의 세계가 교실 깊숙한 곳에 또아리를 틀었다.


학교에서 도박은 중대한 징계 사안이다. 특히 다른 친구에게 가입을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건 매우 큰 잘못이고 학교폭력의 하나로 취급될 수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이것이 거대한 기술 기업들이 자랑하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이 추구하는 미래일까. A를 도박으로 끌어들인 건 친구일까, 사이트 운영자일까, 거대 기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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