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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책도 학교를 바꾸지 못했다-3

방황하는 정책이 키우는 사교육 시장

by 소소인

방황하는 정책, 팔리는 불안


정책의 방황은 미디어라는 기폭제를 만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조회수와 시청 시간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뉴미디어의 속성상, 이들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일들을 소비하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책이 실시되면 이들을 입시와 관련하여 해설한다.


미디어에 주로 등장하는 ‘해설의 주체’는 대개 학원 관계자들이다. 그들을 인터뷰하여 그것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중심으로 해설한다. 정책의 내용이 얼마나 교육적인지, 거기에 참여하면 어떤 성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일반 대중과 학부모는 이런 도식에 익숙하고, 또 사교육 업계는 이런 방식을 적절히 사용하여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뀌는 교육 정책은 사교육 업계에 그야말로 ‘공짜 점심’이다.


한때,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면서 교육계가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누구나 수능에서 한국사를 치러야 하니, 어릴 때부터 한국사를 배워야 한다는 마케팅이 우후죽순 전파를 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사 수능은 별다른 의미 없는, 응시만 하면 대학 진학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형식적인 시험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사교육 시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잘 알려지지도, 중요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무언가 바뀌었고,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미디어와 시장의 교육상품 광고였다.


정책이 현장을 바꾸려면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 중 현장의 성격을 근본에서 바꾼 것은 없었다. 아니, 추가된 행정업무 이상의 의미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이 공문이 아니라 학교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부족하지만 몇 가지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느리고, 신중해야 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여러 번 토론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또 함께 돌아볼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을 실제로 추진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이 정책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방면으로 표출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정책은 결국 학교가 처한 현실을 기준 삼아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을 전문가로 대우할 때, 정책은 학교를 움직일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정책이 아무리 신중하게 설계되더라도, 학교가 계속해서 우리 사회가 가진 경쟁체제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면 그 어떤 정책도 학교를 근본에서 바꾸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책이 경쟁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의 형식을 바꾸는 방식으로 영향을 주거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라져 버렸다.


결국 학교를 바꾸려는 진정한 노력은 학교 바깥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덜’ 경쟁적인 곳이 되어야 학교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학교의 균열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하는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학교를 둘러싼 세상의 파열부터 메워가야 한다.


학교는 동떨어진 섬이 아니다. 이 세상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등껍질의 일부다. 나도, 당신도, 학교의 학생들도 거기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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