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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어린 동자승

세계에서 가장 긴 탁발 행렬

by 아루나


디독폭포를 가기 전에 일행들과 함께 마하간다용을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 언니와 동생들이 말하기 전까지는 나는 마하간다용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하지만 "마하간다용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 여행자의 자세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택시 구석에서 검색을 연신했다.


마하간다용은 세계에서 가장 긴 탁발 행렬을 볼 수 있는 곳인데, 1000여 명이 넘는 승려들이 수행하는 미얀마 최대의 수도원이라고 했다. 막상 찾아보니 대에에박 ! 급 관심이 갔다. 100명의 스님도 아닌 1000명의 승려들이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기대가 되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은 출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 수도원까지 데려다 주신 택시 아저씨도 1달 출가를 했었고, 아들은 1주일을 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수행 길이라며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낮 12시가 넘으면 식사를 전혀 하지 않고, 1일 1식을 한다고 했다.


탁발이 시작되기 전에 삼삼 오오 스님들이 모여들어 줄을 맞춰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동자승부터 노스님까지 모두 참여하였으며, 한참 뛰어놀고 웃기 바쁜 어린 동자승들도 탁발이 시작되자 웃음기가 사라지고 경건한 자세로 임하기 시작했다.


탁발 의식이 시작되고 유난히 어린 동자승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샐쭉한 표정으로 교관 스님처럼 보이는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열을 맞춰서 줄을 섰다. 가끔은 대열을 잘못 이룸과 동시에 교관스님께 호통을 들으면 재빠른 발걸음으로 다시 줄을 맞추었다. 하루 한 끼 식사 조차 수행의 일부로 더운 날씨에 맨발로 매번 수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부채로 연신 아이들에게 부채질을 해줬다. 내 부채질에 대부분 반응이 없었는데, 그중 계속 나와 눈을 마주치는 아이가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계속 부채질을 그 아이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를 보니 기특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아이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시시 웃었다. 아이에 웃음에 나는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아마도 내 걱정스러운 마음에 저는 괜찮아요 하는 말 같아서였을까?


한 참을 어린 동자승이 가는 길을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았다. 걱정도 되고 대견도 하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관광객들 몇몇이 연신 동자승들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에게 웃어보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혹시라도 수련 과정에서 아이가 회의감이 들지 않을지 걱정이 앞섰다. 나 또한 카메라부터 꺼내 아이들을 담으려는 행동이 생각나 동시에 후회도 했다.


마하 간다용 근처에는 구걸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승려들은 공양에서 얻은 음식을 구걸하는 아이들에게도 나눠주었다. 너무나 가난한 이 나라에서는 베풂과 나눔이 더 쉬워 보였다. 길 잃은 것 같은 수많은 강아지들은 대부분 주인이 있다고 했다. 강아지들도 관광객이나 낯선 사람들을 보아도 공격하지 않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서로가 같은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긴 탁발 행렬을 보며 풀어낼 수 없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고, 점점 미얀마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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