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커웨이 타운에 가다.
5:30 pm
해는 늘 뜨고 지는데 그 별 것 아닌 풍경이라도 오로지 해 지는 모습을 내 눈으로 담기 위해서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일몰을 보러 가는 것이 내 하루의 주된 일이 된 요즘.
일렬로 바이크를 몰면서 바간의 도로를 누비면서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호스텔 직원이 추천한 호수가 보이는 곳이었다.
구름이 너무 많아서 일몰을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일몰 사냥은 실패로 돌아갔다.
일몰을 기다릴 때 나는 미얀마 호스텔 직원과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시장에서 산 래커웨어가 생각났다. 내 나름 싸게 산 가격 같아서 자랑을 하면서 내가 적절한 금액을 주고 구입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으면 잘 샀다고 칭찬을 해주는 동시에 자기의 집안은 래커웨어를 대대로 이어온 가문이라고 했다. 래커웨어는 바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마을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매우 흥미로웠고, 일몰을 보는 곳에서 5분가량 떨어진 곳이라 중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다. 좀 더 구매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엄청 큰 샵일 줄 알았는데, 아주 허름한 현지인들이 사는 미얀마 집이었다.
큰 강아지 한마리와 달려와서 맞아 주었고, 작은 닭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뛰어다니고 있는 그런 집이었다.
Nar의 아버지는 천천히 래커웨어를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작업이 필요하고 굉장히 노력을 요하는 기술이었다. 정말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래커웨어 일 수록 훨씬 이쁘고 가격도 역시 비쌌다.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해주시는 아버님의 눈빛을 보니 왠지 모를 따뜻함과 뿌듯함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열정 어린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나를 늘 설레게 해주는 것 같다.
아버님의 열정 어린 래커웨어세트 하나를 구매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저녁을 먹고 가라는 아버님의 말에 시간이 늦어서 간다고 하자 마을 구경을 시켜준다고 했다.
미얀마 현지인들이 사는 곳을 이 야심한 밤에 구경할 수 있는 기회?
혼자라면 정말 엄두도 못 내고 무서워했을 텐데 중국인 친구와 Nar 아버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니 용감해졌다. 천천히 마을을 구경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집집마다 불빛이 켜져 있었고, 아버님의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Nar의 할머니 그리고 아버님의 어머님이 계신 곳이었다. 10남매 중 첫째라는 아저씨가 몇 개 빠진 이를 보이며 허허 웃는데 순수해 보였다. 없는 살림에도 굳이 망고라도 가져가라는 할머님.
인사를 마치고 또 다른 친척집에 방문했는데 한참 래커 웨어 만드는 작업 중이었다. 텔레비전을 틀어 두고 제각기 편한 자세로 열심히 만들었다. 끈적끈적한 날씨임에도 선풍기 한대로 모여서 한 손 한 손 만든 작품을 직접 보니깐 값을 깎으려고 했던 게 미안했다.
마을 구경을 모두 다하고 아버님께서 직접 숙소까지 길 가이드를 해주신다고 했다. 가는 길에 아버님이 꽁야를 사신다고 멈춰 섰다. 첫날에는 그렇게 무섭고 혐오감 들던 꽁야인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니 빨간 이와 빨간 침은 더 이상 나에게 위협적이지 않았고 미얀마식 담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해가 지고 쉽사리 방문하기 어려운 미얀마 현지 마을을 막연히 두려워했었는데,,
그리고 빨간 침과 꽁야 또한 위협적이었는데,,
마음을 열고 본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참 어려운 미얀마인들이지만,
같은 마을에서 10명의 형제들이 모여서 살아가고 도움을 주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다.
마음이 부자인 마을에서 내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