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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

일출, 일몰을 모두 감상하다

by 아루나

2019년 6월 18일


오늘은 바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일출을 보려고 일어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전 4시에 일어나서 4시 30분쯤 출발해야지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일출을 굳이 봐야 하나… 요 며칠 구름이 많아서 다들 일출 실패했다는데

또 구름 때문에 못 보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4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대충 고양이 세수와 이만 닦고 숙소 앞에 바이크 샵에서 이 바이크를 빌렸다. 5-10분 정도 지나자 8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모두 일출을 보기 위해서 로비로 스멀스멀 모였다.


서울에서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상이라면, 바간에서는 일출 / 일몰의 베스트 장소를 찾는 게 주된 일이다. 1명이 일출 장소를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대열을 맞춰서 어둑어둑한 새벽시간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거리에는 우리 오토바이 열 외에는 다른 오토바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5분 정도 달리자 높은 언덕이 보였다. 이미 다른 숙소에서 온 사람들도 몇몇이 있었다.


오호라~~ 이 언덕이 소문난 일출집이로구만


언덕 위에 올라가자 탁 트인 하늘 아래 사원들이 솟아있는 게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6.18 일출 대기


5시 10분-30분 사이 해가 뜨지 않았다. 중국인 친구는 아마 구름 때문에 해를 못 볼 것 같다고 했다. 약간 실망은 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켜놓은 타임랩스는 끄고 그냥 주변 경관을 관찰했다. 구름에 가려 해는 못 봤지만 그래도 아침이 주는 상쾌함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주변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가 일찍 일어났다는 뿌듯한 사실도!


근데 갑자기 모두 술렁였다. 안 보일 것 같던 해가 일출시간이 지난 5시 40분쯤 빨갛게 모습을 나타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듯이 빨갛게 상기된 체 부끄러운 듯 모습을 보였다. 한동안 모두 말이 없다가 그 모습을 담고자 다들 사진을 찍었다. 나 또한 핸드폰에 사진을 담았지만 그 모습이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울 뿐이었다.

발그레 일출 시작
불타는 태양
일출 감상자들
고양이 세수 몰골

이미 바간을 떠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자 모두 부러워했다. 며칠 동안 우기로 인해서 구름이 잔뜩 껴서 일출, 일몰을 모두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출까지 본 김에 일몰까지 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양곤으로 가는 버스가 저녁 8시라 가능할 것 같았다. 역시나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오후 5시 30분경 다들 모여서 오토바이를 한 줄로 세워서 일몰 장소로 이동을 했다. 바간에 있는 4일 내내 우기 날씨로 인해 일몰을 어설프게라도 본 게 하루였기에 일몰도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깨끗한 하늘이 우리를 맞이해줬고 나는 정말 아름다운 일몰을 또 감상했다.

사원을 타고 올라가서 일몰 감상
바간에서의 마지막 일몰


내 평생 아침에 해를 보기 위해서 일어난 적이 있었나?

일몰을 보기 위해 1시간 전부터 분주히 장소를 알아보고 대기한 적도 없었다.


오늘 자기합리화를 조금 해봐야겠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미세먼지로 하늘 보기도 어려운 서울 생활에서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칠뻔했다.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살아도 늘 도태되는 기분과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나를 괴롭게 했었다. 그런 마음들은 생각 조차 나지 않는 현재에 뭉클하며 감사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얼마나 이렇게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걸 알기에 더 값진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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