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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엽형 Nov 14. 2019

이상적으로 술을 먹는 방법(3)

주량 체크 & 술버릇

 보통 대학생인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아 성적 잘 받고 싶다, 뭐 잘하고 싶다, 등등 이런 얘기도 가끔 듣게 되는데, 나는 경영학과다 보니까 듣는 얘기가, “팀플 좀 잘하고 싶다”(참고로 나는 잘해.ㅎ 너무 재밌더라고~), “성적 좀 잘 나왔으면 좋겠다”, “PPT 잘 만들고 싶다."(개인적으로 PPT 잘 만드는 건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중에 얘기해줄게.), “말 잘하고 싶다”, 같은 맥락으로 “발표 잘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데, 이것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이 듣는 이야기가 “술 잘 마시고 싶다”야. 막 미친 듯이 빨리 마시고, 이렇게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주량이 좀 늘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이건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고. 주량이 1병인 친구는 “진짜 술 잘 마시고 싶다, 한 두 병 마셔보고 싶어.” 이런 심정이고, 주량이 2병 정도 되는 친구는 “한 3병만 마시면 진짜 재밌을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고, 주량이 2병에서 3병 정도 되는 친구들은 “아예 한 5병 이상 마시고 싶다. 오지게 놀고 마시고도 살짝 기분 좋은 정도면 좋을 거 같은데?”약간 이런 심정이더라고. 마지막으로 1병 이하인 친구들은 그냥 좀 술을 제대로 마셔보기라도 하고 싶다. 약간 이런 마인드인 것 같다. 여기에 있는 주량은 모두 소주 기준인 거 알지? 

 아 그리고 이제 주량을 알면, 저 사람의 주사의 정도를 또 알 수 있어. 일반적으로 주량이 세면 셀수록, 주사가 좀 심해. 원래 좀처럼 안 취하던 사람이 만취하게 되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를 걸기도 하고, 그런 경우도 있다더라고, 그렇게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도, 주량이 세면 보통 술에 대한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집에 보내거나, 뒤처리를 할 때도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뭐 알아둬.ㅎㅎ

 그럼 주량을 체크하는 방법을 한번 알아보자. 근데 이게 또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게, 사람들이 다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주량은 이 정도이구나’하고 알게 되긴 해. 그런데 그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더라고. 나 같은 경우는 2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야 내 주량을 어렴풋이 알게 됐어. 이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다 그렇더라고. 그래서 주량을 모를 때는 다 같이 한 병이라고 대답하기도 했어. 그러니까 조금 더 빨리 체크할 수 있도록 한번 내가 했던 방법들을 알려줄게.

 먼저 주량은 소주 몇 병이다. 이렇게만 알아두는 게 아니라, ‘소주는 어느 정도고, 맥주는 어느 정도고, 소맥은 이 정도구나’처럼 주종에 따라 알아두는 게 좋아. 맥주나 소맥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막걸리 같은 경우는 또 케바케가 심하거든. 누구는 소주 2병 넘게 마시는데, 막걸리는 한 병 먹으면 진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막걸리 정도는 반드시 따로 주량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어. 먼저 기본적으로 소주 한 병은 7잔 반이야. 그래서 그거를 한잔 한잔 생각하면서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술 마시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다 기억 못 하는데, 한 잔 한 잔을 다 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 주량이 한 병만 되어도 조금 힘들 것 같은데, 그걸 넘어가면 거의 다 못 셀 것 같아. 그러면 이제 주량을 어떻게 셀까...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사람 수를 소주병으로 나누는 거지. ‘이걸 지금 설명하는 거야? 이건 나도 알겠다.’라고 생각할 수 도 있어. 그런데, 어느 정도 마시다 보면 소주병을 치우는 경우도 있고, 술 먹고 기억이 끊긴 날은 네가 몇 병을 마시고 기억을 잃은 건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 그래서 주량을 가늠하는데 2개월이나 걸린 거야.... 그래서 결국 세는 방법은 그냥 먹으면서 종종 말을 해보는 것도 좋아. 예를 들면, 와 우리 지금 몇 병째지? 이런 식으로. 그렇게 얘기하다가 다음날 기억이 끊키면 그냥 그 기억나는 말 중에 제일 많았던 술병 숫자가 제일 많았던 숫자가 너의 주량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니면 사진을 찍어. 술병 사진을 찍지 말고, 그건 약간 허세에 찌든 사람 같으니까, 술자리에서 사람들이랑 조금 친해지면 우리 셀카 찍자 하면 쓱 소주 몇 병인지 생각을 해 아니면 소주병들 나오게 사진 구도를 찍던가. 그런데 생각만 해도 다음날 사진 보면 기억이 날 거야.


 그렇게 어느 정도 첫 주량을 대충 예상해보면 그다음부터는 그 주량까지 마음 놓고 먹다가 그 주량 되면 조금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고, 이런 식으로 주량을 점점 체크하면 돼. 그런데, 이제 네가 초반에 주량 2병 반 정도라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1병 반 정도에서 엄청 취했어. 그러면, 너는 그날을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할 수 있어. 나도 그랬거든. 그런데 그냥 그런 건 컨디션 안 좋다고 넘기는 게 아니라, 그냥 이제 이게 내 주량이구나 생각을 하는 거야. 그 선을 넘는다고 딱 안 마시는 게 아니라, 그다음부터는 심리적으로 아 확실히 덜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사리는 거니까, 그렇게 심리적 마지노선을 정해놓으면서 주량을 측정해보면 5,6번 안에 대략적인 주량이 나올 거야.


 보통의 친구들은 그럼 대학 가기 전에 술 좀 많이 마시다가 들어가는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는데, 전혀 아닌 것 같아. 나는 대학 가기 전에 나이키에서 일을 했었잖아. 거기서 회식을 조금 자주 했어. 1주일에 약 5일은 한 것 같은데, 거기에는 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형, 누나들이었고, 다 술을 엄청 잘 마시는 분들이었었어. 거기서 내가 내렸던 결론은 소주 약 3병 정도 먹는 것 같은데? 이랬었는데, 지금 내가 생각한 주량은 약 2병 컨디션에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이게 왜 그러냐면, 같이 먹는 사람들이 아무리 마셔도, 그 대학교 1, 2학년들의 패기 있게 마시는 술 템포를 못 따라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술 템포가 바뀌게 되거든? 그러니까 뭐 대학 가기 전에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건 좋은데, 이게 뭐 대학 가서 술 마시는 거 대비한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말투는 심심해서 바꿔봤습니다.)


** 이제 <아무도 실수 안 한 채로 깔끔하게 헤어지고>는 해결하기 쉽지가 않아. 왜냐하면 네가 너 친구들한테 “너의 주량은 얼만큼이니까 그 이상 마시지 마”라고 하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분위기 좋고, 너도 재미있는데, 얘 취할 것 같으니까 집에 가야지. 할 수 없잖아? 이게 옛날에 이제 레고 같은 거 가지고 놀다 보면 막 어지르면서 실컷 놀고 나면 엄마가 뭐라고 했어? “재밌게 놀았으면, 이제 치워야지~” 그랬잖아. 똑같은 거야. 이제 쪼그만 거 여러 개 치우는 게 아니라 큰 거 하나 치우는 게 조금 달라진 거지. 그래서 결국 실수하면 깔끔히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데, 그런 게 있나 싶기도 해. 일단 주사 별로 사람을 카테고라이징 해보자. 


1.    울어버리기~
 : 이런 사람들은 갑자기 미안해지는 게 막 생각나나 봐. 10분 전까지 재밌게 놀다가 갑자기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는 모르겠어. 다만 최근에 여자 친구,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 그러면 인정해주자. 그럴 수 있다.
 => 달래줘. 별 수 있냐. 애기 운다고 생각하고 달래줘야지. 그런데, 이제 이때 조금 다행인 건 문제 해결을 해주지는 않아도 돼. 왜냐면 딱히 이유가 없거든. 어차피 우는 정도면 내일 되면 기억이 삭제돼있어.(아 이승기 ‘삭제’ 이거 노래 좋아 한번 들어봐.) 그러니까, 이제 어떤 헛소리를 해서라도 달래주면 돼. 
 - 한 번은 한 후배님이 만취하셔서, 전화가 오셨는데 막 우셨어. 진짜 1분 전까지만 해도 헤헤거리면서 실실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막 오열하셨어. 자세한 이유는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그래서 말 못 하지만 (사실 그 이후로 내가 얘기 안 꺼내서 자기가 왜 울었는지도 모를 거 같긴 해 그 후배님^^) 대충 말하자면 “친구가 자기 싫어하면 어쩌지” 이런 내용이었어. 진짜 진지하게 저런 내용으로 상담해오면 이게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 있는데, 취한 사람이잖아? 그냥 아무 말 대잔치 해주면 돼. 제일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아니라고 해.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절대 안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주면 돼.

2.    헛소리해버리기~
 : 진짜 이런 분들은 답이 없어요.(사실 내가 이럴 때가 있었지....ㅎ)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그냥 옆에서 들어주기 지루해질 수 있어. 근데 이게 진짜 더 답이 없어질 때는 울어버리기랑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야. 이상한 말이랑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을 많이 해. 
 => 그냥 열심히 들어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그리고, 종종 누구는 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그냥 못 들은 척하는 게 좋아. 취중고백이란 게 있잖아.(김동률의 ‘취중진담’인가 이것도 노래 좋음) 그런데 이것도 의식이 조금은 남아있을 때지, 의식이 날아간 상태에서 하는 말들은 하나 맞는 게 없어요. 취기를 빌려 말하는 게 아니라 취기 그 자체가 말하는 거라서.


 오늘은 여기까지. 편지 그래도 재밌게 읽으라고 재밌게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재밌을는지 모르겠다. 배고파. 자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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