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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히니 Aug 24. 2024

퇴사 후 100일, 결과보고서 (1)

퇴사 후 100일간의 기록

 오늘은 퇴사 97일 차다. 


 처음 <월급날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39일이 지났습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퇴사 후 일상에 대한 간단한 후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https://brunch.co.kr/@ilovesummer/134


 솔직히 저 글을 발행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내가 무슨 슈퍼 히어로라도 된 것처럼 느껴져서, 100일 정도면 뭔가 꽤 생산적이면서 멋진 일을 최소 1개 정도는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생각이라기보다 거의 확신했다.)


 내가 100일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퇴사 후 100일 결과보고서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원래 회사에서 하던 많은 일들이 과정이 조금 애매하더라도 결과보고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결과보고서를 조금이라도 더 잘 작성하면 내 퇴사가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잠깐 해본다.




01. 브런치 글 총 15개 발행


 퇴사 39일 차에 <월급날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39일이 지났습니다.>를 발행했고, 그 이후로 총 14개의 글을 발행했다. 지금 이 결과보고서까지 하면 총 15개의 글을 발행한 것이 된다. 난 ENTJ이지만 일을 할 때는 제외하고 P가 무척 강한 사람이다. 여행할 때도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편이고, 약속 시간에 지각도 꽤 많이 한다. 


 그래서 솔직히 스스로 브런치 글을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에 '브런치북 연재' 기능을 활용해서 나에게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 강제성을 원동력 삼아서 고남면에서 어케이션한 이야기와 퇴사와 관련된 글을 발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퇴사하기 전에는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200명이 조금 되지 않았었다. 현재 기준 248명이 되었으니 퇴사 기간 동안 발행한 글을 통해 구독자가 24% 정도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꽤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브런치가 예약 기능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전에는 예약 기능이 없었고, 스스로 발행 일자에 맞춰 글을 준비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진짜 12시가 되기 전에 긴박하게 두서없이 글을 발행한 적도 있었다.


 그 예시로 들 수 있는 글들이 바로 이 아래의 두 글들이다. 

  1) 퇴사 88일 차, 사진을 보다가 럭키비키를 외치다.

  2) 퇴사 후 세 번째 로컬살이, 갑자기 리틀포레스트를 만나다.

예시
예시

 이 두 글은 대충 머릿속에서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은 했었지만 당일에 너무 바빠서 정말 촉박하게 글을 발행했던 케이스인데, 특히 퇴사 88일 차 럭키비키 글은 11시 58분쯤에 아슬아슬하게 발행했던 기억이 있다.


  아래의 두 글은 위의 두 글에 비해 조금 더 준비와 생각을 많이 하고 쓴 글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도 더 좋았던 것 같다. 위의 두 글의 하트가 총 33개인 데에 반해 아래의 글은 총 132개의 하트를 받았다. 

예시
예시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하트를 더 받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열심히 준비할수록 다른 사람들도 그걸 알아봐 주는 것은 아닐까?  


 아직 100일까지 남은 기간은 3일 정도. 그 기간 동안의 계획은 새롭게 <모태솔로 아영이> 글의 목차를 기획해서 조만간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것이다.




02. 총 12권의 책 읽기 완료


 100일 동안 10권의 책을 읽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책을 읽으면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기는 편인데 퇴사 이후 기간 동안에 발행된 독후감이 총 11개, 예약 발행 된 글 1개인 것으로 봐서 총 12권의 책을 읽었나 보다. 내 생각보다는 조금 많은 책이라서 살짝 뿌듯함이 밀려온다.


 퇴사한 이후에, 주기적으로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는 게 나의 일상 중 하나였다. 좀 여유롭게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책들 중 은근히 관심 가는 책들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게 내가 새로 발견하게 된 도서관의 매력이었다.


 읽었던 책 중에서는, 이런 책들이 좋았다.

 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몇 년 주기로 읽는 장편 소설. 살짝 유치할 수는 있지만, 처음 읽었을 때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던 책이다. 가끔 웃고 싶을 때 본다. 만약에 세계사를 잘 알고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책

 2) 언캐니 밸리 : 실리콘 밸리에서 나름 평범한(?) 직원의 입장으로서 근무했던 일을 담은 책.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 밸리에서 일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재미있게 본 책

 3) 에디토리얼 씽킹 : 말 그대로, 에디토리얼 씽킹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


 지금은 청년 주부 구운몽이라는 한국 소설을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서 전개에 대해 기대 중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금처럼 쇼츠와 영상 하나로 많은 것들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찌 보면 비효율적인 행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참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저런 상상을 자극하는 것도 좋고, 비문학을 읽으며 퍼져있는 지식을 한 곳으로 모아보는 것도 좋아한다. 도서관에 왔다 갔다 할 힘만 있으면 언제고 이렇게 새로운 세상 속에 갈 수 있다는 게 좋다.




03. 82개의 블로그 포스팅


 기록을 위해서, 아니면 특별히 목적이 없더라도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기도 해서, 거의 매일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했다. 매일은 못했지만 퇴사 기간 동안 82개의 포스팅을 발행했다.


 블로그 포스팅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블태기' (블로그 + 권태기)라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특별히 수익도 되지 않는 거 뭐 하고 있지, 싶은 그런 시기가 온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마음을 부여잡고 블로그를 운영해보다 보니, 좋은 점은 몇 가지 있다.


 1) 퇴사 후에는 돈을 아껴야만 한다. 그래서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 체험단을 이용하면 참 좋다. 확인해 보니 퇴사 후에 약 200만 원 정도의 식당/카페/취미 등의 협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2) 블로그 포스팅을 하기 위해 꽤 오래전부터 거의 방치해 둔 사진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이미지 데이터들은 그냥 방치하면 용량만 차지하고 있지만, 그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정리하고 글을 보태면 하나의 글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한다.


 3) 사람들이 내가 블로그 하는 것을 들으면, 쿠팡 파트너스를 해보라는 소리를 많이 했다. 근데 내가 평소에 물건을 잘 사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쿠팡 파트너스 하기가 참 힘들었다. (참고로, 쿠팡 파트너스는 물건에 대한 후기, 쿠팡 링크를 남기고 그 링크 통해서 구매가 발생하면 수익금 일부를 정산받는 제도이다.) 


 난 경험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어서 쿠팡 파트너스로는 수익을 창출해 내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다 8월부터 여행 후기와 구매 링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살짝 성과가 있다. 6만 원이라는 성과. 

6만 원


 6만 원을 정산받기 위해서는 내 링크를 통해 3~4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해야만 한다. 생각보다 6만 원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소리다. 


 회사를 다니면서 누가 6만 원을 준다고 하면 (물론 고맙겠지만) 이렇게까지 큰 의미로 다가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회사 밖에서 버는 6만 원은 다르다.




 일단 여기까지가 1차 결과보고. 2차 결과보고는 다음 주에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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