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10 그날의
혼자 있기 싫은 날들이 있다.
내겐 그런 날이 바로 연휴이다.
그저 휴일 그 이상의 의미밖에 없기에 설날 당일이라는 것도 저녁 느즈막이 알았다.
그래서 연휴시작이던 전날 집을 나와 오늘 저녁 7시 즈음 집으로 돌아왔다.
주인이 없던 집은 밖보다도 추웠다.
신발을 벗고 겉옷까지 벗으니 알싸한 공기에 쓸쓸함마저 더해졌다.
양말을 벗지 않은 채 서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짧게 끝났다.
중요한 건 이 공간에 나 혼자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내일 바다를 볼 것이다.
이 모든 계획과 짐 챙기기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그 후 혼자 바다에서 청승을 떨고싶진 않아 중간거리인 춘천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오래 연락을 안 하더라도 친구는 친구다.
"가도 되냐" 한마디에 "어" 한마디로 끝나는.
그런 무엇을 타고 올지 묻지도 않고 걱정도 안 하는.
다시 집을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리고 역시나 착각이 아니었다.
집보다도 밖이 더 따뜻했다.
역까지 걸어가는 길목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지하철도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게 얼마만인지.
경춘선으로 갈아 탄 후 읽으려고 챙긴 책은 옆에 둔 채 창밖을 바라보다 글을 쓴다.
넓게 펼쳐진 풍경이 보고 싶었는데 다른 모양새로 넓긴 하다.
까맣기만 한 배경에 간혹 가다 흰 점들이 별처럼 선을 잇는 풍경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내 눈에 들어오는 목적지가 어디까지일지 모르는 사람들을 한 명씩 쳐다보게 된다.
엄마와 남매로 보이는 가족 한쌍이 앞에 마주 앉아있고
끝자리에는 과잠을 입은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대어 잠을 자고 있다.
그러다 마석역에 도착하니 모든 사람들이 내려버렸다.
2024년 2월 10일 9시 15분 현재 361903칸엔 나 혼자 있게 돼버렸다.
타는 사람은 없고 내리는 사람만 존재하는 이 시간 경춘선.
비워져 버린 칸에 또 나 홀로 남았다.
문득 나는 이 글을 쓰며 괜찮다고 비워내고 싶은 내 마음을 자꾸 무언가로 채워버리려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비워내고 싶은 내 마음은 쓸쓸함이 아니었을지.
채워버리려 하던 건 그 쓸쓸함이 아니었을지.
나는 비우고 싶은 것일까, 채우고 싶은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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