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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lin Mar 26. 2024

은둔형 외톨이가 되겠습니다.

외로움은 내친구

현재 나의 직업은 프리랜서 웨딩포토그래퍼 이다.


평일에는 집에서 외주를 받아 포토샵으로 작업을 하여 메일로 보내고, 주말이면 가끔 웨딩 촬영 현장에 나가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아름다운 두 사람의 찬란한 한 페이지를 기록해주곤 한다.

지금의 내 상황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사람들과 부딪히며 소통하는 환경은 아니다.


25살 처음 사진 쪽 일을 시작했을 땐 정말 이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장난감 기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손에서 멀어지듯 사진에 대한 애정 또한 많은 일을 겪으며 점점 마음에서 떠나가 버렸다.

결국 내가 사진기사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는 아마 애정보다 혼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 일 것이다.     


손끝에서 카메라가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 때마다 고민했다.

내 삶에서 사진을 빼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러다 문득 가끔씩 일기를 쓰던 날들을 생각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이야기할 상대가 없을 때 혼자 독백처럼 써 내려가던 일기장.

글을 쓰며 편안 해졌던 순간들을 떠올리니 좋은 부분들 만이 떠올랐다. 단순하게도.


더구나 태생적인 성격인지, 살아가며 환경적으로 변한 건지, 나는 사람과 부딪히는 게 참 싫었다.

그래, 싫다는 말보다는 귀찮다는 말이 적절한 것 같다.

아니 그보다는 번거롭단말이 알 맞는 것 같다.

이야기를 쓸수록 차분해지던 내면적인 부분들과 혼자 방에만 박혀 일할 수 있다는 환경적인 요인들까지.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작해 보자 다짐을 하려 하니 어느새 새해.

2024년 1월,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언젠가 내 마지막을 그려본다면 선택적인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싶다.

사람들에 치여서가 아닌, 사회에 떠밀려서도 아닌 온전한 나의 선택으로.

시끄러운 삶은 뒤로한 채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그 공간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장난감 기차 같은 카메라와 노트만을 챙겨 나만의 기쁨으로 채워가는 선택적 은둔형 외톨이의 삶.

생각만 해도 꽤나 근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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