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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Sep 23. 2024

자는 남편 옆에 둔 것

아내가 남편과 싸워서 서로 말을 안 했대요.

아침에 출근시간이 다 돼 가서 깨워줘야 하는데 먼저 말 걸기가 싫었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일어나'라고 쪽지를 써서 남편 머리맡에 두고 나갔다는 거예요.ㅎ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는 썩 웃기지 않았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나서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 이후에 이어진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가끔씩 궁금해집니다.

나는 분명히 깨웠다(?)


우리는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말을 한다'라고 하는데요,

은 명사고 하다라는 보조동사가 있어야 비로소 동사가 된단 말이죠.

그런데 도 역시 명사인데 하다로 행위가 완성되지가 않아요.

'말하다'는 있는데, '글하다'라고 하지 않잖아요. 쓰다라고 해요.

똑같이 전달을 위해 있는 건데, 에 비해 뭔가 전문적이고 전용 동사까지 있어요.

이 고급스러운 언어를 일상에서 품위 있게(?) 활용해 보자는 뜻으로 연재를 시작하려 해요.


글은 쓰는 데에도 읽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도구죠.

느리긴 하지만 '말실수'처럼 실수할 일이 잘 없어요. 안전합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못해요.

SNS톡도 내 말을 잘라먹는데,

쪽지는 내 얘기가 끝날 때까지 대화의 권한이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내 마음을 순간마다 잘 표현하지 못하신다면, 쪽지소통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 보다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고 내 마음에 화를 쌓을 일이 줄어드는 '글'을 써봅시다.

편지라고 하면 어렵던 것들인데, 쪽지라고 하면 좀 낫죠?

쉽게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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