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과 싸워서 서로 말을 안 했대요.
아침에 출근시간이 다 돼 가서 깨워줘야 하는데 먼저 말 걸기가 싫었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일어나'라고 쪽지를 써서 남편 머리맡에 두고 나갔다는 거예요.ㅎ
이 이야기를 듣고 바로는 썩 웃기지 않았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나서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 이후에 이어진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가끔씩 궁금해집니다.
나는 분명히 깨웠다(?)
우리는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말을 한다'라고 하는데요,
말은 명사고 하다라는 보조동사가 있어야 비로소 동사가 된단 말이죠.
그런데 글도 역시 명사인데 하다로 행위가 완성되지가 않아요.
'말하다'는 있는데, '글하다'라고 하지 않잖아요. 쓰다라고 해요.
똑같이 전달을 위해 있는 건데, 글은 말에 비해 뭔가 전문적이고 전용 동사까지 있어요.
이 고급스러운 언어를 일상에서 품위 있게(?) 활용해 보자는 뜻으로 연재를 시작하려 해요.
글은 쓰는 데에도 읽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도구죠.
느리긴 하지만 '말실수'처럼 실수할 일이 잘 없어요. 안전합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못해요.
SNS톡도 내 말을 잘라먹는데,
쪽지는 내 얘기가 끝날 때까지 대화의 권한이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내 마음을 순간마다 잘 표현하지 못하신다면, 쪽지소통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 보다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고 내 마음에 화를 쌓을 일이 줄어드는 '글'을 써봅시다.
편지라고 하면 어렵던 것들인데, 쪽지라고 하면 좀 낫죠?
쉽게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