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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Jul 01. 2024

기름야자 농장에서 식탁까지 – 공장 편

이번 글에서는 농장에서 수확한 기름야자열매가 공장을 거쳐 팜원유(CPO, Crude Palm Oil)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팜원유'는 식용유로 쓰이기 위해 정제되기 전의 기름이고, 실제 우리 생활 속 과자 봉지나 라면 봉지 뒷면 ‘원재료명과 함량’에서 볼 수 있는 식용 팜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기름야자 농장(팜농장)과 열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수확한 열매는 먼저 농장 근처에 있는 공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수확하고 오랜 기간이 지나면 열매가 산패되어 품질이 낮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공장으로 입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게 생각해, 팜 열매 또한 일종의 과일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중요한 것이죠.


팜열매가 공장으로 들어오는 모습 (본인 촬영)


이렇게 팜열매(FFB, Fresh Fruit Bunch)를 공장으로 운반하고 나면, 포도송이처럼 생긴 팜열매(FFB) 다발이 흐물흐물해지도록 찌고, 그 흐물흐물해진 다발에서 포도알 같은 열매 낱알을 탈곡기로 털어 분리해 내고, 열매 낱알에서도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 과육에서 기름을 짜내는 생산 공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팜원유(CPO)를 생산하는 공장을 CPO Mill이라고 부릅니다.


팜원유(CPO) 생산 공장, 'CPO Mill' (본인 촬영)


팜열매(FFB)가 팜원유 공장(CPO Mill)의 공정을 거쳤을 때 나오는 생산물들에 대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팜원유(CPO, Crude Palm Oil) 약 20~23%

이 사업의 주인공으로, 노란 열매 과육에서 생산되는 기름입니다. 식용유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CPO가 주인공이라 공장 이름도 CPO Mill이라고 명명합니다.


2) 팜씨앗(PK, Palm Kernel) 약 4~5%

기름야자열매의 씨앗 부분입니다. '팜핵'이라고도 불립니다. 씨앗에서 기름을 짜기 위해서는 대두처럼 Crush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씨앗을 으깨면 기름이 나오고, 이를 팜핵유(PKO, Palm Kernel Oil)라고 부릅니다. 또 기름을 짜내고 남은 부분(팜박, Palm Kernel Expeller)은 보통 사료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팜원유 공장에서는 팜핵까지만 분리해 내고 Crush 처리 할 수 없어서, 따로 KCP(Kernel Crushing Plant)라는 공장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3) 팜씨앗껍질(PKS, Palm Kernel Shell) 약 4~5%

팜씨앗을 둘러싼 어두운 껍질 부분인데, 바이오매스 연료로 쓰입니다. 팜원유 공장이나 다른 보일러에서 연료용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공장을 돌리기 위한 연료가 팜열매에서 나오니, 에너지 자급자족을 할 수 있습니다.


4) 과육 섬유질(PMF, Palm Mesocarp Fiber) 약 15%

열매 과육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섬유질인데 역시나 바이오매스 연료로 쓰여서 에너지 자급자족 역할을 해줍니다.


에너지 자급자족, CPO Mill의 바이오매스 발전 (본인 촬영)


5) 빈 열매 다발(EFB, Empty Fruit Bunch) 약 20~23%

팜원유(CPO)와 거의 비슷한 물량이 생산되는데, 포도를 다 먹고 남은 빈 송이 같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농장에 다시 뿌려서 비료처럼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이 EFB도 우드펠릿처럼 만들어서 바이오매스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빈 열매 다발을 농장의 비료로 쓰는 모습 (본인 촬영)


참고로 %으로 표시해 둔 수율은 큰 그림으로 보면 대부분 저 정도 수준이지만, 열매 상태나 공장 관리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기름야자나무의 종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우수한 종자는 팜원유(CPO)를 많이 생산하고 팜씨앗껍질(PKS)의 비중을 줄이도록 한 종자인데, 뒤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이렇게 나온 팜원유, 팜씨앗, 팜씨앗껍질, 과육 섬유질, 빈 열매 다발의 무게를 다 합치면 팜열매의 약 70%인데, 이 외에 나머지 30%는 수분과 폐수입니다. 폐수는 공정이 끝나고 폐수 처리시설로 가게 되는데, 여기에서 바이오가스를 포집할 수도 있습니다.


팜원유 공장(CPO Mill)의 생산물을 좀 더 직관적으로 알기 위해 앞서 보았던 팜열매 단면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노란 과육 부분에서 짜낸 팜원유(CPO)는 나중에 정제 과정을 거쳐, 쉽게 표현하면 마가린이나 식용유 같은 용도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하게 마가린, 식용유라고 표현했지만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앞서 이야기한 팜씨앗(Kernel, 팜핵)과 팜핵유, 나머지 부분(팜박), 팜씨앗껍질(PKS)이 어디서 왔는지 사진을 통해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팜씨앗껍질, 섬유질, 빈 다발은 농장에서 자체 소비가 되거나 일부 비정기적으로 판매되니, 결국 팜원유(CPO), 팜핵(PK)이 팜원유 공장의 주요 생산물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팜원유(CPO)는 정제소(Refinery)로 판매되어 우리가 사용하는 식용유가 됩니다. 팜핵(PK)은 앞서 이야기한, 팜핵에서 기름을 짜내는 공장인 KCP(Kernel Crushing Plant)로 넘어가 팜핵유와 팜박이 됩니다. 참고로 팜핵이 Crush 공정을 거치면 보통 약 45%가 팜핵유가 되고, 55%가 팜박이 됩니다.




기름야자나무에서 나온 팜열매는 이렇게 기름(팜유, 팜핵유)도 나오고 사료로, 연료로, 비료로도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팜원유는 보통 액체 운송용 트럭인 탱크로리로 운송되거나 1,000톤 이상씩 바지선에 실려 운송됩니다.


팜원유(CPO) 저장 탱크 (본인 촬영)

사진에서처럼 보관도 이렇게 2,000톤, 3,000톤이 넘는 큰 탱크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큰 탱크에 담긴 팜원유를 관리하고, 운송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무게를 재야 하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계근대(Weigh Bridge)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트럭에 물건(기름)을 실었을 때의 무게 비어있을 때의 무게보다 당연히 무겁겠죠. 이 둘의 무게 차이 비교하면, 물건의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물건이 실린 트럭의 무게를 Gross 빈 트럭의 무게를 Tare, 물건 만의 무게를 Net이라고 합니다. 즉 Gross에서 Tare를 뺀 것이 Net이 됩니다.


이처럼 사람 몸무게 재듯이 트럭의 무게를 재는 시설을 계근대라고 하는데요.


계근대 전경 (본인 촬영)


위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파란 점선으로 표시된 곳 위로 트럭이 오고 갈 때 무게를 재는 것입니다.


빈 탱크에 기름을 실은 10톤짜리 트럭(Gross)이 와서 기름을 내리고 3톤짜리 트럭(Tare)이 되면, 7톤의 기름(Net)이 운송됐다는 이야기이고, 이렇게 100대의 트럭이 기름을 내리고 갔다면, 탱크에는 700톤의 기름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사운딩(Sounding)이 있습니다. 계근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저장 탱크 자체에서 무게를 재는 방법인데요. 커다란 탱크 속에 있는 물건(기름)의 부피를 통해 무게를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밑면 넓이가 같은 탱크 A와 탱크 B에 노란 부분만큼 기름(팜원유)이 차 있다면, 당연히 탱크 A의 기름 무게가 탱크 B의 기름 무게보다 더 많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탱크 A 안에 있는 기름의 높이가 더 높으니까요.


그러면 A가 B보다 얼마나 더 무거울 것인지는, 탱크 A와 B 속 물건(기름) 높이 차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탱크 속에 있는 기름의 높이를 재기 위해, 탱크의 지붕 위에서 일직선으로 줄자를 탱크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파란색이 줄자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저 파란 줄자에 기름이 묻어날 것입니다.



이때 줄자 A, 줄자 B에 기름이 노랗게 묻어난 만큼을 보면, 탱크 속 기름이 얼마만큼의 높이로 차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높이를 구했다면


탱크 밑면의 넓이 × 측정한 기름의 높이= 기름의 부피


를 구할 수 있고, 이렇게 구한 기름의 부피에, 측정 당시의 온도, 밀도 등을 고려해서 기름의 무게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운딩 측정 모습 (본인 촬영)

이런 방법들 외에도 팜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하는 경우에는 유량계를 통해 무게를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수확하고, 생산하고, 측정한 팜원유는 정제소(Refinery)로 떠나 우리 식탁에 오를 식용유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팜원유(CPO) 운송 바지선 (본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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