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마주 보고 있는 검은 두 옆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책의 해설을 확인하고 그림을 다시 보니 이번엔 흰색 잔이 보였다.
어떤 색을 배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두 옆얼굴이 보이기도, 흰색 잔이 보이기도 한다는 해설이다. 즉, 흰 면을 배경으로 보면 검은 면이 전경이 되며 두 옆얼굴을 보게 된다. 반대로 검은색 면을 배경으로 보면 흰색 면이 전경이 되며 잔을 보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을 치켜뜨고 눈알을 굴려보니... 위 해설에서 '본다'는 표현은 단순히 눈을 통해 보는 행위가 아닌 지각, 즉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의 자극이 시신경을 통해 인간의 대뇌로 전달되고, 이를 두 옆얼굴 또는 잔으로 인식하여 판단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본다'이다.
자동적이며 빠르게 일어나므로 우리가 느낄 수 없지만, 인간이 가진 눈으로 보는 행위가 즉시 대뇌를 사용하는 작용으로 이어지는, 즉 인식의 작용이 자동적으로 개입되고 그 결과 어느 하나만 "본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두 옆얼굴과 잔은 동시에 같이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이 시각을 통해 인.식.하.기.를. 두 옆얼굴이나 잔 중 하나만을 "본다". 두 개를 동시에 인식할 수는 없다.(두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번갈아가면서 보는 것은 눈만 아플 뿐! 동시에 본다고 인정 안 해주겠지...?!)
인간의 의식은 세상을 양극화하여 인식한다.
세상이 양극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접하는 방식인 의식이 양극적이라는 사실... 세상은 그냥 존재하는데, 우리가 굳이 나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