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몽 Aug 25. 2022

행운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지 않는다.

쭈니의 낑낑끙끙 입시 준비 대장정

이번 주 토요일 쭈니가 중요한 시험을 본다. 이 시험이 처음이라 긴장도 꽤 되나 보다.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도 걱정인 듯하다. SAT라는 시험의 성격상 쭈니가 원하는 점수를 받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미국 고등학교 수행평가인 이 시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학업을 이어간 아이들이 아니라면 마지막 단추를 잘 여메기가 어려울 수밖에. 쭈니가 마음이 상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엿가락처럼 쭈욱 하고 늘어져있는 긴 지문을 읽고 빠르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시험.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험이다. 뭔들! 시험은 다 힘겹다. 이것이 팩트!


“엄마, 아무래도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며칠 전 모의고사처럼 말이지.”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자. 응? 쭈니야. 알았지?”


1년 넘게 다음 계단으로 오르지 못하고 점수는 제자리에서 맴맴. 비사교육파인 나도 수술칼을 들 때라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며 고민하던 차에 마침 5주 과정의 반이 개설된 상해의 모학원과 상담을 하고 일단 위챗 페이를 날렸다. 고입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학원을 다닌다고 단기간에 뽕하고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아이들은 걸음마와 함께 시작한다는 그 코스를 중3이 돼서야 준비했으니… 엄마의 묘한 신념이 이번에도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일단은 학원에 등록을 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진 내가 잘못된 걸까? 쭈니가 1년 가까이 혼자 꾸준히 문제집도 풀고 인강도 들었기에 나 역시 욕심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나 보다. 기도나 한다고! 그 시간에 가서 한 문제라도 더 풀어!라고 마음속으로는 벌컥 소리를 내질렀다.


사실 나도 쭈니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발 쭈니에게 잘 읽히는 지문들만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건 요행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아이는 꾸준히 노력했다. 행운이 따라주기를 기원하는 엄마의 맘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행운은 노력의 대가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네 잎 클로버가 보이지 않는다. 시험문제에서 내가 아는 것들만 출제된다고? 아니다. 시험지를 빼곡하게 채운 문제들은 이미 아이의 책상 위에 있고 그중에 아는 문제의 확률을 높이는 건 요행보다는 꾸준함 덕이다. 많은 문제들을 풀고 또 풀었다는 증거다. 내가 아는 문제들이 촤르르 시험지 안에서 펼쳐진다는 것은 빈틈없는 준비를 했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찍기도 실력이라 생각한다. 물론 데구루루 굴러가는 연필에 점수를 맡기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심보일 수 있지만.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하게 된 것은 나폴레옹 때부터라고 한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후퇴하던 나폴레옹은 우연히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게 되었다. 대부분 세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네 개의 잎을 가지고 있는 클로버가 신기했던 그는 이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숙였다. 순간 나폴레옹의 머리 위로 총알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우연히 발견한 네 잎 클로버 덕분에 나폴레옹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는 나폴레옹의 수고가 이런 순간을 만든 것을 아닐까? 나 역시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겠다며 수풀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순수한 의미로 행운의 부적을 찾아보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세 잎 클로버 사이에서 두 눈에 불을 켜고 행운을 찾아 해매던 그 순간 말이다. 그러나 네 잎 클로버를 위해 쉽게 지나친 세잎 클러버의 의미를 아는가? 바로 행복이다.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질 행복을 바라보느라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고 지나가버리는지도 모른다.


대체 우리 아이들은 무엇 때문에 시험 보는 기계가 되어야 할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행복한 삶의 키워드일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해진 머리를 싸매 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삶에 정답이란 없기에. 산다는 것은 끝이 없는 여정이 아닌가! 게다가 아이들은 이제  길을 떠난 초보 여행자들이다. 행운을 바라는 쭈니. 꾸준한 마음으로 나선  길가에는 이미   클로버들이 가득하단다. 걱정을 끌어안고 지내는 성향인 소년.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잎이던  잎이던 중요치 않다. 건강하게 자랐다면 예쁜 꽃이 피어날 테니.  꽃으로 예쁜 꽃반지를 선물하는 날이 앞에 있으리라. 엄마는 명품 반지보다 바람  가득한  맘속 꽃반지를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올여름에는 수박 좀 사주세요!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