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sis and Human Growth(pp. 118-129)
이번 주 리딩 분량에서는 자기혐오의 여섯 가지 유형 중 자기자신에 대한 가혹한 요구와 무자비한 자기비난 두 가지를 다룹니다.
가혹한 요구는 3장에서 상세히 설명된 당위의 폭정을 가리키며, 이것이 신경증적 자부심을 고양하는 방식에 동원되는 동시에 자기혐오와도 관련 있음을 설명합니다. 당위는 그 본성상 자기파괴적인데 자발성과 감정 및 신념의 진솔함을 희생하면서까지 스스로가 당위를 따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호나이는 이를 조지오웰의 1984나 스탕달의 적과 흑에 빗댑니다.
당위는 1)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부과하게 하고 2) 스스로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과제를 할당하며 3) 이러한 책임과 과제를 위반할 시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듭니다.
자기혐오는 자각의 영역밖에 있을 때 우울, 처진 느낌(feels low), 피로감, 불안, 짜증 등을 통해 표출되기 쉽습니다. 당위를 위한한 데 따른 자기혐오가 때로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로 전치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괴롭히거나 피해입고 있다는 느낌(수동적 외재화), 다른 사람에 대한 성마른 태도(능동적 외재화) 등을 통해 자기혐오가 표출되기도 합니다. 자기혐오를 완화시키기 위해 폭식, 과도한 음주/쇼핑을 하기도 쉽고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의식적인 것이 아니고 기능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이상화된 자기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한 기능적 전략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환자나 내담자가 보이는 행동을 보다 깊은 성격 차원에서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다는 호나이의 언급이 좋았습니다.
특히 평소보다 큰 분노/적개심/절망감을 보일 때 이것이 당위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 따른 기저의 자기혐오에 기인하는 것일 가능성을 고려하며 내담자의 고통에 사려깊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pp. 121-122)이,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상담에서 역전이 느낄 때 상기하면 좋은 대목으로 보여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피해서 상상/공상으로 도피하여 당위에 부합하려 할 수도 있고, 이 때 치료자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 문제다 라는 식으로 부인 및 외재화하기 쉬운데, 이 때도 그 목적이 신경증적 자부심을 유지하고 자기혐오를 피하고자 함임을 상담자가 인식할 수 있어야 부인이나 외재화에 반드시 수반되는 자기소외(alienation from self)를 상담에서 어떻게 다룰지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p. 123).
한편 무자비한 자기비난은 실상 모든 책임의 소재를 자기에게 귀인하는 전능감과 자기중심성에 연관되는 것 같고, 근본적으로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을 부인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로 여겨졌습니다. 사랑, 겸손, 공평, 지식 등 당위의 폭정이 다방면에 걸쳐 있을 때 그만큼 자기비난도 강력하다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전체를 못 보고 일부 부정적 특성에 몰두하여 전체를 오해석하기 쉽다는 설명에서는 아무래도 심한 우울증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를 떠올리게 되고요(p. 126).
잘 들여다보면 자기비난에는 비난이 가리키는 대상이나 특성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기 쉽고, 그 비난의 대상이나 특성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기 쉬운데(ex 난 너무 이기적이야 -> 난 너무 내 것을 못 챙기는 바보야), 이러한 이유로 완벽한 자기통제라는 자기비난의 근본 특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관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바로 이것이 신경증적 자부심과 자기혐오가 동전의 이면인 이유겠고요.
끝으로 자기비난도 외재화되기 쉬운데 이를 다모클래스의 칼이나 카프카의 소송에 빗댄 것이 흥미로워서 각각이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고 새롭게 알게 됐네요. 명백한 불의에 눈 감는 것은 비겁한 일이겠지만, 개인의 삶에서 타인이나 어떤 체계가 부당하게 나를 괴롭힐 때보다는 결국 내가 나를 괴롭힐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어요. 살면서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사람에게 크게 열폭했던 적이 두세 번 있는데, 그 사건들도 결국 상대가 문제였다기보다 근본적으로는 제 문제였음을 사후적으로 깨달은 경험이 있고요.
카렌 호나이 읽으며 여러모로 계속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이 끌렸던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