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터호야 Mar 31. 2024

스타트업의 팔 할은 사람이다

동기부여라는 연료로 움직이는 기차가 멈추지 않으려면

열두 번째 멤버로 회사에 합류했는데, 벌써 80여 명의 동료가 함께 일하고 있네요.

정말 신기한 점은 50명이 넘어가고, 한 층을 더 임대해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나서는 제가 체감하지 못한 채 전체 구성원 수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지요.


수년의 시간이 흐르며 전반적인 관계의 깊이는 얕아졌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20명 정도가 되었을 때까지는 각자의 업무와, 맡은 일과 닉네임뿐만 아니라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이상하지 않았고요.

30명이 넘자 얼굴과 팀, 닉네임만 간신히 아는 사람들이 생겼고,

40명이 넘어가니 닉네임과 얼굴이 매칭되지 않는 사람이 생겼고요,

50명이 넘은 어느 순간부터는 단 한 번의 이야기도 해보지 않은 구성원이 생겼습니다.


좀 아쉽죠.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구성원 간의 케미스트리, 화학적 작용에서 나온다고 믿거든요.

단순히 "회사가 커지니까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하기엔 잃는 게 너무 많다고 느껴져서.

관계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이 거기서 끝나는 것이면 좋겠는데, 분명히 일의 추진력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관계는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그리고 이 관계형성을 도울 시스템, 사내문화와 업무 시스템은 그 영향력을 어떻게 인지하고 활용해야 할까요?



개인의 동기부여와 영향력이 크다


스타트업은 확실히 개인의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이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능한 일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충분히 나의 에너지로 동료들에게 어필하고 회사를 움직여보려고들 많이 노력합니다.


금전적 보상 차원의 동기부여도 있지만, 이는 잘 아시다시피 굉장히 일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일반 회사보다 개개인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 회사 안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가 크다는 점이 큰 장점이 됩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신규 서비스의 아이디어, 서비스의 해외 진출 국가의 선정, 고객과의 직접 인터뷰나 마케팅 예산에 대한 요청, 신규 마케팅 툴의 이용 개시, 가이드라인의 작성 등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을 다루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것들은 실제로 모두 저와 마케팅팀에서 직접 다룰 수 있었던 주제들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런 변화는 꽤 빠르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업무뿐 아니라 좀 더 쉬운 예로는, 마음만 먹으면 점심시간 이벤트를 만들어 슬랙에 공지해 사람들을 모아 차를 마시는 모임을 만들 수 있고, 인사팀 멤버를 꼬드겨 신규입사자 환영 프로그램으로 클라이밍장에 함께 갈 수 있고요. 이처럼 없던 이벤트를 주최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불꽃같은 발화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각자의 동기부여에 기대기에는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불꽃같은 발화력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며 무기력해지기도 하죠. 그렇기에,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 자연스러운 소진과 무기력을 이겨 나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저희 회사에서는 어떤 주제들(새로운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나, 사내 행사에 대한 이야기 등)이 아쉽고 답답하게도 반복해서 발화는 되지만 실행은 되지 않은 채 떠돌기도 합니다. 거의 뭐, 구천을 떠도는 유령마냥, “아, 그때 그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우리말만 하지 말고 한번 해봐야 하지 않아요?” 하고 잠깐 되살아나고는 흐지부지 되고 맙니다.(물론 간혹 이러다 실행되는 것들도 있습니다만 이미 그 추진력을 잃은 지 오래죠)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눈에 보일 결과 - 매출 목표나 현재 서비스와의 직접적인 관계 - 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업무라는 생각에 누구 하나 이를 잡아 끌어내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관계에서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누려보자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구성원 간의 케미스트리를 더 폭발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비단 사무실의 구조이든, 라운지의 구조이든, 물리적인 형태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물리적인 형태도 매우 중요해서 요즘 회사는 커다란 카페 같은 라운지와 스낵바를 만들어 자유로운 교류의 장을 만들어둡니다.


업무방식으로 치자면 다양한 팀이 업무를 만들어내고 회사와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프로젝틀을 기획할 수 있게 돕는 OKR과 같은 업무 방식이 될 수도 있고, 흔히 '타운홀 미팅'이라고 부르는 스타트업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자리, HR팀 등이 기획하는 사내 이벤트 등을 만드는 것이 이런 관계를 형성하고 의도된 우연과 같은 폭발력을 만들어 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쯤 에서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회사나 상사가 시키는 게 아니면 개개인의 동기부여 아니야?"


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엔 개개인의 동인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분명 다른 팀 동료와 관계를 형성하고,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 자주 형성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더 강한 화학작용이 있습니다.

확률을 높이자는 거죠!


피상적인 대화와 억지스러운 모임이 이를 해결해 주지는 않을 거고요.

그래서 결국 이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내문화로 이어집니다.


회사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내문화는 쌍방입니다.

회사가 사내 구성원들이 소통하길 원하는 특정항 방향성이 명확하다면, 이를 시작점으로 그 방식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도 그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면, 구성원 간의 소통 방식을 지켜봄으로써도 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선택과 사건을 통해 정형화된 소통의 형태가 있을 테니, 여기서부터 시작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갈 수도 있을 거예요.


혹시 회사가 이야기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알고 있나요?

내가 하는 일이 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나요?

분명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계신 당신은 나의 힘과 열정을 ‘돈’이라는 하나의 보상을 위해 쓰고 싶어 하진 않을 거예요. 이곳은 돈과 안정된 삶을 마지막 목표로 두고 달려가기에 이상적인 곳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성장하고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스타트업, 회사는 그들의 가치관을 '이상향'의 형태로 구성원에게 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공명하는 이상향을 전하는 일

얼마 전,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의사들에게 동료 의사와 환자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달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그들이 보여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참여율과 고객 전환율은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의도와 의사들의 의지가 함께 공명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타트업 동지들이여, 당신의 회사는 당신에게 가슴 뛰는 이상을 심어주나요?

스타트업 리드 여러분, 당신의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가슴 뛰는 이상을 심어주나요? 그들의 행동에 더 큰 동기를 부어주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