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놀이도 결국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
오늘은 조금 가볍게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지난 글 '스타트업의 팔 할은 사람이다'에 이은 스타트업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엊그제 벚꽃이 회사 근처 선정릉에 활짝 폈습니다.
한 주 중에서도 유난히 따뜻했던 날, 회사에 배달 온 점심식사를 후다닥 해치우고
햇빛도 쬐고 꽃구경도 할 겸 동료 두어 명과 선정릉으로 향했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날이 너무 좋아 회사에 안 들어가고 싶다는 투덜거림 속에 우리는 오후 일정을 생각하며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일과 쉼 모두 결국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흔히들 회사 사람들끼리 모이면 회사 욕 밖에 더하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저희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며 욕하는 것보단 앞날을 내다보며 고민하는 게 더 나으니까요.
동료들과 저는 그런 방향으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당연히 갑자기 되는 건 아닌 것 같죠.
평소에도 그런 고민을 서로에게 털어두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회사에 먼저 모여있다면 더 좋고요. (이래서 회사가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이에 따라 채용이 잘 되고 있는지가 참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시도를 즐기는 스타트업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즐기는 영역'이 뚜렷합니다.
이제는 당연해졌지만, 각자의 취미를 살펴보면 클라이밍, 서핑, 복싱, 요가, 러닝, 여행, 맛집, 술, 차, 커피까지 정말 다양한 것들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취미로 3D 디자인을 하는 실험실 연구원이나, 성인이 되어 태권도에 재미 들려 매주 꾸준히 나가는 구성원도 있고요.
이들과 함께 내가 몰랐던 영역을 탐험하고 즐기는 것 또한 배움의 영역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배움터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동료들 덕에 새로운 맛집을 알게 되고, 요가를 해보고, 두 해째 서핑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난 1-2년 간 '동료'들에게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책을 같이 읽거나, ChatGPT를 공부하거나 하며 서로에게뿐만 아니라 함께 배우기도 하고 있고요.
마케팅, 디자인팀끼리 맛집이나 전시 등도 찾아다니는데, 이때 함께 감탄하고 느끼고 배우는 경험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회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동기도 되는 게 참 좋더라고요.
이 노는 시간, 쉬는 시간이 또 어디로 이어질까 생각해 봅시다.
분명 단순 외적인 영감에서만으로 그치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게 모여서 서로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들고 더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조직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자잘한 부탁이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지고,
의견을 낼 때 서로 넘겨짚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의견을 받아들일 때도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구나, "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아, 이런 의견에 악의가 없구나", "공유하고 있는 방향성을 위한 의견이구나" 하고 신뢰도 높은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질까? 하는 조바심을 줄이고 의견과 발전방향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저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개인적인 사생활을 모두 노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불편한 상황을 감내하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고요.
일할 때만 모이는 것보다, 일하지 않을 때도 모여 시간을 보내고,
그 안에서 관계를 쌓고 서로를 더 공유하는 것이 업무 간의 협력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직원들 간의 사외 모임을 만들게 해야겠다, 하는 중간관리자 이상 직급의 분들이 계시다면, 모임을 만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기는 모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열린 눈으로 동료를 바라볼 때 분명 편안하고 아이디어가 샘솟는 회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