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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Mar 24. 2024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일까?

OKR, Slack, 구글 공유문서... 그리고 또... 뭐라고요?

"연호님, 환영해요. 우리 회사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아, 부르실 때는 닉네임만 불러요. '~님'이라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일은 'OKR 방식'으로 일합니다. 리드도 한번 해보셔야죠. 'Slack'은 써보셨어요? Slack 다운로드 받아서 가입하시고요, 이쪽에서 업무 별로 소통하면 됩니다. 공지채널 알림은 꼭 켜두시고요. 문서작업은 'Google 공유문서'로 작업하니까 이쪽에서 사용하시면 되어요. '구글 드라이브'도 적극 사용해 주시고요!"


요즘 SNL코리아(Saturday Night Live)에서 'MZ오피스 in 대기업' 시리즈를 방영 중입니다. 흔한 다국적 기업,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이제는 잘 알려져 있고, 과장을 통해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더라고요.


위 이야기는 생각나는 대로 작성해 봤습니다만, 뭐 대충 사실입니다.

확실히 스타트업의 문화는 제가 알고 있던 기업 문화와는 다릅니다.

수평적이고자 노력하고, 기존의 틀을 깨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 VS 스타트업.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회사는 기본적으로 '일' 하는 곳입니다.

일을 '함께'하는 곳이죠.


회사에서는 역할을 나누어,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내가 못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이 하게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혼자서 일할 때 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해내게 하는, 그 자체가 '시스템'인 것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는 보통 이미 전문성에 따라 조직이 잘 관리되고 있고, 그 구조가 안정되어 있죠. 각 팀의 연도 별, 분기 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객관적인 목표 지표로 정하고, 조직별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면 됩니다. 이것이 개인의 업무 평가와 직결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스타트업은 조금 다릅니다. 모든지 유동적이고, 정해져 있지 않죠. 사실, 이제 막 창업해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시스템은 사치입니다. 소수의 인원에겐 충분한 소통이 곧 시스템이 됩니다.

성장이 아니면 죽음인 스타트업은 매번 개선이 아니라 진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도입되는 수많은 방식 - OKR, Sprint, Lean Startup, Growth hacking - 이 스타트업의 특징이 되었죠.


오늘은 이러한 업무 방식과 그 뒤의 스타트업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시스템으로 일하기


주변에 저보다 먼저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저는 스타트업의 일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지식은 아예 없는 상태로 회사에 합류했었습니다. 그저 "기존 회사와는 다르게 일한다던데, 어떻게 하려나." 정도였다랄까요?


지난 10년 간은 국내에서도 스타트업들의 업무 시스템이 빠르게 알려지고 도입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새로운 용어들이 동시에 도입되었고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OKR'이라는 목표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또 스타트업 업계는 한 세대가 지나면 새로운 용어, 또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게 될 것 같긴 합니다만.



OKR이 뭘까요?


제가 합류하던 시점, 이미 회사는 OKR이라는 방식으로 업무를 운영한다고 정해 둔 상태였습니다. 대표님은 Google, Amazon 등 대기업뿐 아니라 여러 스타트업이 도입해 잘 알려진 OKR이라는 방식이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데에 믿음을 두었습니다.


OKR은 도전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인 O(objective; 목표)와 명확한 정량적 지표인 KR(Key result; 핵심 지표) 몇 가지가 한 세트로 구성됩니다.

이론적(?)으로 Objective는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북극성 같은 목표가 되어야 하고, KR은 이를 측정하기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숫자 지표가 되어야 하죠.


그런데 이게 기존에 일하던 방식이 있는 멤버들에겐 참 어려운 지점이었습니다. 보통은 꼭 특정 시점까지 100% 해내야 하는 Task가 있고, 이를 수단으로 달성해야 할 명확한 KPI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멤버들이 Task를 KR에 넣고, KR을 Objective에 넣는 등, 꽤 오랜 시간 동안 목표를 세우는 연말 연초, 분기 말 분기 초마다 다 같이 머리를 싸매 목표를 세우고 수정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달성 목표를 100%가 아니라 70%로 둬야 한다고?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OKR은 이렇게 세운 KR을 100% 달성하는 게 아니라, 70% 달성하는 지점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OKR이 태생적으로 일반적인 수준의 개선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압도적인 혁신과 같은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100% 달성을 목표로 하는 지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만으로 달성 가능할 목표를 세우게 되고, 압도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잡았을 때 실제 달성률 70%는 이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만 달성 가능하죠.


이 때 '할 만 해 보이는' 목표의 달성지점을 확률적으로 더 넘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오히려 더 큰 '초과 달성'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High Risk, High Return의 스타트업 방식인 것입니다.



과연 누구에게나 맞는 '완벽한 OKR'이 존재할까?


이미 OKR의 효능, 실효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시중에 나와있습니다. 조금만 찾아보아도 왜 도입했고, 왜 잘 안되었는지, 여러 회사들의 이야기가 쌓여있더라고요.


저도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 누구에게나 완벽한 OKR 시스템은 없다는 주장에 한마디를 더하고 싶습니다.


OKR 시스템을 활용하며 마주한 문제점과 최적화를 위해 고민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전  글 ''성장이 곧 생존인 스타트업을 위한 목표관리방법론, OKR"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회사 역시 OKR 업무 시스템에 있어서 정체기에 있어 참 고민입니다. OKR이 시간이 지나며 회사의 커다란 매출 목표 아래 연동되어 각 팀의 목표로 녹아들었고요. 더 이상 자발적인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네요. 우린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요?



결국 시스템은 방식일 뿐, 그 뒤에 놓인 '가치관'이 공유되어야 한다


결국, 그 뒤에 놓인 마음, 가치관이 공유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신입사원 교육을 몇 주간에 걸쳐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흔히 뭐 삼성 사람들은 피가 파랗게 된다는 둥... 아무튼 회사의 가치관과 목표를 그 시간 동안 '주입'한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해 좀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라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배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탄 선원들인 만큼, 우리가 가야 할 탐험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서로 논의해야 합니다. 같은 열정으로 들끓게 해야 해요.


모든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아무래도 일반 회사보다는 성장을 향한 동기가 더 강하기도 하고, 회사도 그들 스스로의 동기부여에도 많이 기대고 있잖아요.


스타트업은 OKR처럼 눈에 보이는 업무 시스템 보다도, 그 뒤에 놓인 가치를 더 많이, 더 자주 이야기 해야 합니다.


나무판자에서 대양을 횡단할 만한 배를 만들어 탐험지에 첫 번째로 다다르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스타트업은 각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나는 청소부니 갑판을 깨끗이 닦기만 하고, 요리사니 선원들의 요리에만 집중하고, 항해사이니,우리가 항해지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만 각자 점검하는 것 만으로는 목적지에 일등으로 다다를 수 없어요.


목적지의 방향과, 방법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끊임없이 꿈을 심고 함께 가야 합니다.


MEN WANTED
위험한 여정, 적은 임금, 혹한, 몇 달간 완전한 어둠, 끊임없는 위험, 무사귀환 불확실, 성공 시 명예와 영광.

유명한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탐험대 모집 문구입니다. 200:1에 가까운 지원자를 모은 임팩트 있는 문구라,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 이를 자주 패러디하기도 해요.


어릴 때 읽고 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이 이야기를 얼마 전 회현역 인근 전시관 PIKNIC의 '회사 만들기 Entrepreneurship' 전시에서  만났습니다.


남극 탐험대를 이끈 어니스트 섀클턴은 빛나는 꿈과 도전을 지원자들에게 심고, 이들을 모아, 남극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여정을 떠났고, 여러 사고와 죽음을 넘나드는 해프닝을 거치고서도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팀원과 함께 무사 귀환합니다. 비록 극지 탐험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모집 문구에 쓰여있던 '명예와 영광'은 모두가 얻었습니다.


혹시 당신의 스타트업 창업자도, 일하고 있는 팀원들도 이를 잊어가고 있지는 않나요?

다시 한번 우리의 열정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게 아니면, 스타트업은 꺼져가는 불씨의, 의미 없는 열정페이에 불과해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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