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8
요 근래 나는 액땜을 여러 차례 나눠 받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짜증 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그 사이사이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일어나는데도 내가 눈치를 못 챈 걸까. 아니 짜증 난 일의 강도만큼의 좋은 일은 없었다 확실히.
오늘 아침에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고객에게 보여줬다. 수정을 해야 하니까. 수정은 늘 무섭다. 디자인이란 것이 암만 열심히 만들어도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뿐인 거니까. 그건 디자인을 잘하고 못하고 와는 별로 상관없다. 고객 마음에 들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오늘은 고객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내가 디자인의 신도 아니고, 아니 신까지 갈 것도 없이 디자인을 대단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고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면 납득할 수 있다. 그렇게 고객의 수정사항을 듣고 수정하고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거겠지.
근데 이 고객이 말을 참 함부로 하는 것이다. 싸구려 느낌이 난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글쓴이가 참 디자인을 촌스럽게 잘 못하나 보네 싶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일 수도 있고. 나는 최대한 세련된 느낌을 주려고 애썼지만 그게 고객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나에게 굳이? 내뱉어야 하는가.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얼마든지 필터를 거쳐 잘 얘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요.'라던가 '더 세련되면 좋겠어요.'라던가. 굳이 그런 말들을 빼놓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할 건 또 뭘까.
내 디자인을 나쁘게 평가해서 기분 나쁜 게 절대 아니다. 내 디자인이 고객에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들지 않을 수도 있는 건 이미 충분히 익숙해졌다. 내가 기분 나쁜 건 이 사람이 전혀 나를 배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채팅창 뒤에 사람이 있다. 내가 자동응답 보이는 ARS가 아니란 말이다. 버젓이 그 디자인을 한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고 말하는 건 무례한 거 아닌가.
예전 같았으면 그냥 참았을 거다. 그냥 괜히 말하지 말자. 넘어가자. 말해서 나에게 좋을 거 없다. 그렇게. 하지만 요즘엔 못 참겠다. 돈 주고 일 맡기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아니세요. 당신은 그렇게까지 비싼 비용을 지불한 게 아니세요. 누군가를 설설 기게 만들 만큼의 비용이 아니었다 그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한 마디 했다. 불쾌하다고. 나에게 일을 맡겨준 건 감사하지만 예의는 갖춰달라고. 하고 나니 그래도 속이 시원하다. 고객도 미안하다고 했다. 물론 아직까지 답장이 없고 수정사항도 말해주지 않았다. 고객도 돈 주고 일 맡겼는데 말 한 번 잘못했다고 사과까지 해야 하니 부글부글 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럼 나는 왜.
나는 왜 그 사람 때문에 토요일 하루종일을 그것도 아침부터 불쾌하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요즘 어디선가 그런 걸 본 적이 있다. 이상형을 꼽는데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말을 예쁘게 하는 게 힘든가.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에 보면 알 거 같다. 누군가를 배려해서 단어를 고르고 고민하는 마음씨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 그거 상당히 엄청난 능력이라는 거. 이제 알겠다.
유튜브가 세상을 지배한 세상이다. 영상들 보면 소리 지르고 막 얘기하고 남 깎아내리면서 웃기고 그런 게 판을 친다. 나도 그런 걸 보면서 웃을 때가 있다. 근데 그런 게 요즘 너무 팽배해진 거 같기도 하다. 생각 없이 말하는 거 결코 자랑이 아닌데 솔직함으로 위장하고 싶은 이기주의자들이 너무 많아.
사업하고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라면 더 조심 좀 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