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씨

나는 친절한 사람인가?

by 오싸엄마




아이들과 공연을 보러 갔다.

자주 가는 소극장이다.

적어도 3번은 넘게 갔던 곳인데도 갈 때마다 입구부터 헤맨다.


아침에 친절하게 문자로 GATE3로 들어오라고 알려주는데도

운전하는 남편은 늘 GATE2로 들어갔다.

내비게이션이 항상 그쪽으로 길을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 나와 GATE3을 다시 찾았던 일이 있었다.

(갈 때마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역시 입구를 찾으면서 나는 GATE3라고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GATE2가 눈앞에 보이자, 익숙한 그 모습에 여기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뒷 좌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여기는 아파트 입구야. 저번에도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잖아."


라고 이야기해 줘서 아차 했다.

내비게이션의 친절에 잘못된 길로 가려던 남편과

익숙함에 역시 잘못된 길을 가려던 나였는데.

기억력이 좋은 애들 할아버지(우리 아버지)의 친절 덕에 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공연장을 찾아가는 길, 아침에 받은 친절한 문자는 끝까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결국 길을 잃어서 마침 보이는 부동산에 친절한 답변을 기대하며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마침 지나가던 여자분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공연장을 찾고 있다고 하니, 마침 가는 길이라며 길을 안내해 주셨다.

덕분에 더 헤매지 않고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다.


. . . . .


내가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언제였을까?

어떤 상황에서 '친절하다'라고 이야기할까?


뇌 속의 기억 저장소를 마구 헤집어 보지만 딱히 수확이 없다.

친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한가?


나는 평소 사람을 대할 때 '친절하게 대해야지' 보다는

'무례하게 굴지 말아야지'를 바탕으로 대하는 것 같다.


우리 집 가풍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이다.

이것은 아버지의 소신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와 많이 싸우고 지지고 볶았어도, 결국 나도 아버지의 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친절은 흔히 말하는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오는 친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이 사람이 좋아하겠지'라는 인정욕구에서 나오는 친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 했다.

나는 요즘 첫째를 보며 그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첫째는 아이 아빠를 많이 닮았다.

겉모습도 성격도.

그래서, 아이의 생각이 궁금할 때는 남편의 생각을 묻기도 한다.

그런데 그중에 나의 성향이 종종 첫째에게서 보인다.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는 부분만 말이다.

그런 것만 나의 눈에 보인다.


첫째는 동생에게 친구에게 친절하다.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고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말리는 일이 더 많다.

문제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만져보고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기 전까지, 아니 도와달라고 해도 아이가 더 시도를 해본 후 도와주려고 한다.

둘째는 장난감을 요리조리 만지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 첫째가 불쑥 나와서 의사를 묻지도 않고

"언니가 해줄게!" 하며 장난감을 가지고 갔다.

둘째는 당연히 내놓으라며 칭얼거렸다.


"첫째야, 네가 도와주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상대도 스스로 하고 싶어 할 수도 있어.

그러니 도와줘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줄 레?"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나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 . . . .


분명 어렸을 적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20대 때도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친절을 베풀기 전에 상대에게 묻는 습관.

어쩌면 당연한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이제야 하게 된 것도 같다.


대상은 보통 아이 친구 엄마들이었다.

내가 베푸는 친절을 상대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에 말한 아이의 상황을 보고 느낀 것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스스로 하길 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요즘에는 '친절'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당연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길에서 돈이나 물건을 주워서 찾아 주는 것,

모르는 길을 알려주는 것

이런 일들이 때로는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어 친절이 왜곡되기도 한다.


"너 참, 친절하구나."

"당신 친절하시네요."


이런 말들이 흔히 오가는 그런 때가 언제였을까?

나는 앞으로 '친절'이라는 단어가 상대에게 나온다면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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