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걸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정말 멋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함께 걸으며 응원해주고, 혼자서 걸어야만 하는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준 동욱에게 정말 고마웠다. 걱정이 되어도 걱정대신 힘을 주고 싶어하는 그 모든 마음이 느껴졌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예비 남편에게 줄 프로포즈 목걸이를 샀다. 어떤 할아버지가 만든 조개 모양의 목걸이인데, 두 개의 목걸이 팬던트를 겹치면 마치 하나인 것처럼 포개진다. 목걸이를 담기 위해 산티아고 대성당 주변을 돌며 적당한 케이스를 골라 구매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아주 바빴다. 유일한 수건이었던 스포츠 타월로 엉성한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첩을 찢어 마음을 전하는 말들을 옮겨적었다. 커다란 고마움이 조금이라도 담기길 바라면서. 공항에서 만난 동욱의 환한 웃음을 기대하면서.
사랑하는 동욱에게
‘사랑하는 동욱에게’ 이 여덟 글자를 쓰는데도 눈물이 나요. 고마움일테지요. 당신이 주는 부드럽고 힘센 사랑 덕분에 600km가 넘는 길을 무사히 완주했어요. 옆에 없지만 매일 당신의 포옹을 느끼면서요. 따로 그러나 같이 걸었던 길과 시간. 이토록 근사한 선물 앞에서 저는 아무것도 부러운 것이 없어요.
결혼을 90일 앞두고 혼자 순례길을 걷겠다는 말에 조금은 미웠다는 솔직한 말이 고마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주어서, 안아주어서 고마워요. 까미노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해도 되고, 힘들면 바로 돌아와도 된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워요. 동욱이라는 정신적 안전지대 안에서 마음의 부채감 없이 저는 걷는 내내 사랑 받고 있었어요.
이제 저는 사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마지막 장면에서 산티아고가 파티마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저에게 가장 중요한 곳으로요. 진짜 까미노가 있는 일상, 동욱과 동행하는 삶으로요.
자주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복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당신의 모든 모습을 사랑해요. 대체로 가지고 있는 기질, 변화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변화할 것들까지도. 동욱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사랑해요.
세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