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 Forever

엄마가 되어 엄마를 불러보다

by 글짓는맘

이제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의 손길이 그립고, 엄마의 밥이그립다. ‘엄마..’하고 가만히 불러본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 나의 아이들이 아무 때나 부르는 엄마라는 단어의 무게는 부르는 말처럼 결코 가볍지 않다.


‘엄마, 잠깐만 이리 와 봐.’ ‘엄마, 이거 해 줘.’ ‘엄마! 어디 있어?’


나에게 엄마는 내 짜증과 화를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나의 작은 거짓말에 엄마는 내가 정말로 그런 줄 알았고, 나의 짜증에 엄마는 내게 무슨 일이 있어서그러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내게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 어찌나 그 짜증내는 소리가 듣기 싫던지. 내가 어렸을 때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던 그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아이를 통해 나를 마주 보고 있는 듯해서 그 자리를 피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엄마는 내가 부르면 언제나 대답을 해야 하고, 내가 필요할 때 당연히 옆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아이들도 아마 그럴테지.


아이를 낳기 전, 엄마와 단 둘이 인사동에서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성인이 되어 엄마와 둘이 밖에서 만났던 것이 아마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유명하다고 하는 찻집에서 엄마와 따뜻한 차를 시켜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고, 돈까스 집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내가 참 엄마에게 무심 했었구나. 엄마도 나랑 같은 여자 사람이구나.’는 생각을 집에 돌아오는 내내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왜 그토록 가깝고, 나에게 잘해주는 엄마에게 한번씩 마음이 뒤틀려서는 그토록 못되게 굴었을까? 엄마는 그런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었다. 내가 그 때의 엄마였다면 아이들의 엉덩이를 팡팡 때려줬을 텐데 말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내 삶은 점점 엄마의 모습과 비슷해지고, 내 가정의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엄마와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서 대화를 할 때면 나도 이제 어엿한 한 개인이구나. 정말 어른이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엄마의 그 세월은 따라갈 수 없지만 말이다.


나의 엄마는 스물 여섯에 나를 낳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린 나이였다. 어린 여자가 아기를 낳았는데, 사랑을 주면 얼마나 줬을 것이며 사랑보다는 두려움이 앞서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다가 내가 걷기 시작할 무렵, 아프셨던 외할머니까지 하늘에 보내셨으니 그 슬픔이 오죽했을까. 늘 강하게만 보이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엄마는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엄마라고 왜 하고 싶은 말이 없었겠는가, 힘에 부치는 날에는 얼마나 기대고 싶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


그 말들을, 그 마음을 마음속에 삼키고 엄마는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참 수다스럽다. 아이들의 어떤 행동에 속상하면, 아이에게 말한다. ‘네가 이렇게 하니까 엄마가 참 속상해.’ 남편의 행동이나 말이 내게 거슬리면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의 그 말과 행동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나는 엄마처럼 꾹꾹 담고 사는게 싫었다. 하지만 그랬던 엄마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뭐라고, 엄마라는 자리가 과연 무엇일까. 엄마만 있으면 온 세상이 무너져도 살 수 있고, 엄마만 있으면 어떤 힘든 일도 다 해쳐 나갈 수 있고, 엄마는 아이의 전부이다. 엄마가 내게 그랬듯,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엄마는 그저 존재 자체로 좋고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내가 엄마라는 것에, 더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다.


‘엄마..’하고 가만히 불러본다. 애틋함을 살포시 얹어 엄마를 부른다. 그럴 수 있으면 다음에도 또 내 엄마해주면 좋겠다. 애 낳으면 철든다더니, 나 철이 들고 있는 걸까?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mother you'll be.

[LOVE YOU Foreve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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