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책 글 쇄 09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Oct 07. 2024

글쓰기 팁, 구린 글을 읽어요




글쓰기와 관련해서 나름의 길티 플레져가 하나 있는데, 거두절미하고 구린 글을 읽으며 낄낄거리는 것이다. 낄낄낄낄 어어엌 낄낄낄낄 어어어엌 낄낄낄낄낄낄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엌 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 헤헷.


얼마 전 인터넷을 하다가 서양의 무슨 대학 교수도 글쓰기 팁이라며 제안한 걸 보았는데, 내용인즉슨 좋은 책을 읽으면서 가끔씩은 아주 엉망인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엉망인 책을 읽음으로써 반면교사 타산지석 아, 이따구로는 글을 쓰지 말아야지 하고서 나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겐 정말로 소중한 꿀팁이 아닐 수 없다.


비단 글쓰기뿐이랴. 가령 음악을 하고 싶다고 치자. 많은 이들이 A급 뮤지션을 지향하고, 자신이 동경하는 뮤지션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훌륭한 뮤지션이 되어야지 하면서 실력 향상에 힘을 쓰겠으나, 간혹 바닥을 깔아주는, 아니 저따위로 음악을 해도 프로로서 먹고살 수 있는가 싶은, 아주 개차반 개똥망 같은 뮤지션을 하나 찾아가지고서는, 아 그래도 내가 저것보다는 잘하지 않나, 저런 인간도 프로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고 음악활동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무엇인가 하는 마음을 다지는 일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어떤 글이 구린가. <난생처음 내 책>을 쓰면서 이런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저에겐 글을 쓰며 경계해 온 몇 가지가 있습니다. 자의식 과잉, 자만심, 지나친 우울, 망상과 허튼 기대. 글을 쓰다 이런 것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 정신을 차리고 싹둑싹둑 싹을 잘라냅니다.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이경 <난생처음 내 책> 中


이처럼 내가 경계해 오는 것들을 행하는 이들의 글. 나는 한 번씩 자의식 과잉으로 충만하고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망상과 허튼 기대로 가득 차 있는 글들을 찾아 읽는다. (지나친 우울의 글은 열외 한다) 거기에는 성공한 이들의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으며 마치 자기도 무엇인가 된 것마냥 독자에게 뻔한 조언질을 일삼는 정신 나간 젊은 꼰대의 글이라든가, 자아도취에 빠져 허상에 가까운 글을 써 내려가면서 프로필에는 문인이니 작가니 하는 단어를 올려놓은 이들의 글이라든가, 주술호응도 엉망인 비문투성이의 글을 쓰면서 언젠가 책을 내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며 허튼 망상에 빠져있는 이들의 글이 있다.


나는 그들의 글을 웃음 버튼 삼아 한 번씩 찾아 읽으며, 글쓰기로 할 수 있는 최악의 행태를 온몸으로 느끼고는 아... 진짜 내가 이딴 식으로는 글을 쓰지 말아야지, 하고서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가끔씩은 몹시 구린 글을 읽어보시라. 물론 이경이라는 작자의 글을 그 대상으로 삼는 분도 있을 수 있을 테고.


여하튼 그래서 내가 한 번씩 찾아서 보는 구린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냐 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