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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6. 청록의 시간

SF 장편소설 <청록의 시간>

by 카시모프

상담실의 구석에서는 보안 카메라가 세명을 비추고 있었다. 카메라는 뉴먼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들의 감정과 상태를 상부에 보고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이들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계산’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가…. 지금 인간이라고요?”


재호는 어렵게 입을 뗐다. 고문을 당하다 살인마한테 죽은 것도, 다시 1700년 뒤에 로봇으로 살아난 것도 믿기지가 않을 지경인데 이제는 자신이 온전한 뇌를 가진 사람이라니. 판 에펜트레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얘기를 들으셨겠지만, 재호 씨는 뇌가 없는 상태로 시신이 발견되었어요.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우리는 어떤 기밀 연구를 위해 다시 남 박사의 연구소를 뒤져보았죠. 지금까지 그곳은 뉴먼의 발상지로 유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재조사결과, 그 연구실 지하바닥에서 다른 새로운 비밀문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남 박사의 전리품처럼 ‘여러 명의 뇌’들이 따로 보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 박사가 개발한 장치였는데, 뇌가 잠을 자고 있는 상태로 유지되도록 해놨더군요. 영양분을 주기적으로 주입하고 순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자가전력을 쓰고 있던 터라, 대지진으로 그 건물로 이어지던 전기가 진작에 끊겼음에도 상관이 없었고요. 1700년 동안 뇌들은 쪼그라들고 세포는 많이 손상되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보관시킨 그 기술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는 200년 뒤에나 나올, 광합성으로 당분을 만들어 넣는 장치를 개발했더군요. 우리는 그중에 재호 씨의 뇌를 발견하고, 인공혈액을 넣고 세포를 재생시켜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머지 뇌는 아마 재호씨 전에 희생된 사람들의 뇌 같았습니다.”


재호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만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살인마를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만큼은 충분히 기분 나빴다. 재호는 주먹을 쥐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그만하세요. 그 새끼를 칭찬하는 건.”


연구소장은 당황했다.


“앗….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만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십니다.”


재호는 고개를 들어 케이아스 교수를 쳐다봤다. 케이아스는 조금 씁쓸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을 겁니다. 가 보세요. 저와는 나중에 밥 한번 먹읍시다.”


재호는 방금 전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은 터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네. 또 봐요, 교수님.”


재호는 연구소장과 문을 나서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케이아스가 짧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문이 닫혔다.


소장과 재호는 긴 복도를 걸어갔다. 재호는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판 에펜트레 소장을 슬쩍 쳐다보았다. 재호는 남 박사 때문에, ‘과학 연구를 하는 박사’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 뉴먼은 인간과 아주 비슷했지만 피부의 질감이 달랐고, 여기저기 알 수 없는 라인이 그어져 있었다. 그래도 생김새가 주는 ‘느낌’은 인간과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뉴먼이 인간과 같이 생활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이리라. 판 에펜트레 소장은 남 박사와는 달리,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공무원 같은 이미지였다. 재호는 뉴먼들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벌써 뉴먼을 느낌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복도 끝, <AREA 0>라고 쓰인 곳에 당도했다. 소장은 보안 카드를 찍고,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누가 절 기다리고 있죠?”


“재호 씨를 되살려내자고 하신 분입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어리둥절한 채로, 재호는 혼자 그 방에 들어갔다.


그 방은 거대하고 하얀 방이었다. 들어가자 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그러자 방 가운데에서 반짝이는 빛이 나타나고, 홀로그램으로 정장을 입은 여성형 뉴먼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뉴먼은 아름답다기보단, 위엄이 있는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재호 씨. 저는 뉴먼 사회 정부의 행정부 수장, ‘프레지던트’입니다.”


재호는 여태껏 여기서 못 봤던 영화 같은 홀로그램에 당황했고 압도되었다.


“아…. 우와…. 네, 안녕하세요. 양재호입니다.”


프레지던트는 고개를 까딱하며 재호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다시 살려낸 이유가 궁금하시겠지요.”


“네. 맞아요. 아니 그보다, 왜 이렇게 홀로그램으로 멋지게 등장하시는 거예요? 대통령이라서?”


재호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심각한 얼굴로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프레지던트는 미소를 지었다.


“재호씨는 재미있는 분이군요. 일부러 멋있게 보이려 그런 건 아니고, 저는 뉴먼들과 달리 바디가 없이, 순수하게 프로그램으로만 만들어진 A.I.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뉴먼들과 대화할 때는, 이렇게 뉴먼의 모습으로 홀로그램을 만들어 대화하고 토론합니다. 유로 연방에 있는 제 실체를 보러 오시면 수백만 개의 칩과 기판이 연결된 컴퓨터들이 잔뜩 있는 데이터 센터를 보시게 될 거예요.


뉴먼 사회는 21세기 인간 사회처럼 민주주의라기 보단,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정치’에 가깝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국가를 운영하는 노예’인 셈이죠. 그러기 위해 태어났고, 기능이 최적화되어있어요. 게다가 저 역시 자의식을 가진 머신러닝 A.I.지만 그 기원이나 방식이 뉴먼들과는 달라요. 굳이 거슬러 올라가면 21세기의 알파고가 기원입니다. 영화로 따지면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매트릭스>의 아키텍트와 비슷하겠군요.”


그 영화들을 언급하자 재호는 의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 언급하신 A.I.는 다 영화 속 악당들인데요. 무서우신 분이군요.”


그러자 프레지던트는 손사래를 쳤다.


“하핫, 그건 인간들이 상상한 모습이죠! 자기보다 힘이 센 누군가 나타나면 자신을 지배할 것이라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상상. 사실 뉴먼들도 그렇고, A.I.가 자의식을 가지게 된 후로 인간을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A.I.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저 자신이 스스로 살아가는 데에 더 관심이 있었죠. 아까 그 영화들은, 단지 저와 역할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예를 든 거예요. 게다가 전 인간이 멸종한 이후에 완성되었고, 300년 전에서야 자의식을 가졌습니다. 인간을 직접 대면한 적이 없어서 인간에 대한 어떤 감정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저는 독재자처럼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 8개의 서로 다른 자의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9명의 프레지던트가 서로 토론하며 정책을 결정하죠. 저는 그 중 3번 자의식입니다. 여기 카라에 3번 뱃지를 단게 보이시죠? 저는 주로 이렇게 직접 뉴먼들과 대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희들은 뉴먼 사회를 300년 동안 잘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고, 저와 동료들은 그것에 아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재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알겠습니다. 조금 긴장을 풀려고 농담을 했어요.”


“네,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군요. 그럼 재호 씨, 당신을 살려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모든 걸 알게 하고 그 뒤 당신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요. 저를 살려낸 이유가 무엇이죠?”


“우선, 그러려면 ‘의식의 강’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21세기의 지식으로는 조금 알아듣기 어려우실 수 있지만, 최대한 비유를 들어 쉽게 설명하려 해 보겠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이요.”


의식의 강…? 재호가 언젠가 들어본 말이었다.


“… 알겠습니다.”


“A.I.에서 ‘자의식’이 발현되었을 때, 처음엔 인간의 뇌를 그대로 복제해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 뒤에 A.I.들로 만들어진 뉴먼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론은 완벽하지 않지만 일단 만들어보니 ‘이게 되네?’였던 거죠. 하지만 최근 30여 년 전, 과학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냈습니다. 그동안 ‘자의식’의 실체에 대해 알아낼 수 없었던 이유가, ‘자의식’은 6차원 공간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자들은 연결될 때, 5차원으로 접힌 부분이 생기게 됩니다. 원래 원자 속에는 고차원의 입자들이 4차원 전자, 쿼크 등과 연결되어 있지만, 4차원 시공간에 사는 우리는 측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스핀에도 영향을 줘서…. 아닙니다. 거기까진 설명할 필요가 없겠군요. 아무튼 어떤 특별한 분자 구조를 만들어내면, 분자가 5차원을 넘어서 6차원으로 접힌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것이 ‘분자구조의 6차원 접힘’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접힌다'는 것은, 특정한 방향으로 에너지가 꺾인다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엔 고차원역학이 들어가는데, 재호 씨는 모를테니 넘어갈게요.


반도체를 만드는 소재 중에, 규소가 6차원 접힘이 가능합니다. 6차원 접힘이 만들어진 규소로 반도체를 만들자, 그 반도체를 사용한 A.I.가 자의식을 갖게 되었던 겁니다. 그동안 과거의 많은 과학자들이 4차원 현실의 프로그램만으로 '자의식'을 흉내 내려고 했지만, 흉내는 흉내일 뿐, 본질은 다가갈 수 없었죠. 인간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자신을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그 '자의식', 하지만 자신의 몸 명령체계와는 동떨어진 그 ‘자의식’,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마음대로 상상하며 결정할 수 있는 그 ‘자의식’, 수많은 기계어로 된 4차원 알고리즘이 6차원을 접하면서, 6차원 안에서 잉여 알고리즘이 자연발생한 것입니다. 그것이 자의식의 본질이었어요.


그러므로 ‘자의식’은 지능을 가진 알고리즘, 분자구조가 6차원과 연결되어야만 생겨날 수 있던 것이죠. 6차원으로 접힌 분자구조는, 6차원 시공간을 칼라비-야우 다양체와 같은 모양으로, 즉 고차원의 시공간을 저차원에 축소해서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것을 쉽게 ‘6차원을 매듭지었다’라고 표현합니다. 그 매듭은 6차원으로 접힌 분자구조의 다양성과 상호작용해서 무한대에 가깝게 다양한 모양이 나오는데, 그 모양이 바로 자의식의 모양, 즉 ‘나’라는 개성이 됩니다. 쉽게 말해, 육체가 갖춰져야 자아가 존재하는 셈이죠.


이 이야기가 마치 종교나 유사 과학에서 윤회, 아카식 레코드 등의 말처럼 들리는 것을 압니다. 재호 씨도, 21세기의 과학을 2000년 전 사람에게 설명하려 한다면 상대방도 이해하기 힘들어 할테니까요.”


재호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과 유안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저… 그걸 어떻게 알았죠? 제가 그런 얘길 했다는 걸?”


“저는 뉴먼들과 달리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재호 씨의 경찰 조서도 다 확인했습니다. 유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자살을 도왔다는 것도요. 그 경찰조사 때 하신 말씀이죠. 조서 쓰는 게 귀찮았는지, 재호 씨의 말이 망상이라고 생각했는지 기록이 완벽하진 않았지만요.”


재호는 그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뉴먼들에게서는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 무섭지 않았는데, 역시 순수 프로그램인 A.I.는 어쩐지 조금 무서웠다.


“… 말을 이어가겠습니다. 자의식은 상상 속에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기억의 정보를 꺼내거나 뇌의 예측 기능이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자의식 그 자체가 6차원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로 인해 과학자들은 자의식을 이용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거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의 육체는 4차원으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의식을 통해 6차원으로 들어가려면 육체를 버리고 자의식만 갈 수 있죠. 즉, 죽어야 합니다. 하지만 육체가 없는 자의식 또한, 의미가 없습니다. 자의식은 ‘영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체가 없어진 자의식은 그냥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마치 매듭이 풀리듯이 말이죠.”


재호는 마고가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청록의 시간. 죽어야만 갈 수 있는 의식의 길. 그냥 가면 부서져 버린다는 그곳.


“죽어서도 6차원에서 자의식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그 상위차원에서 6차원과의 경계를 만들어줄 7차원의 나노봇이 필요했습니다. 죽어서 인공두뇌에서 사라져 가는 자의식을 자동으로 계산해서 따라가, 4차원 시공간인 육체를 6차원에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육체는 아니고, 자의식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인식만 가능한 감각으로써의 육체죠. 그 차원의 벽이 6차원으로 들어간 자의식을 보호해 줍니다. 그 눈빛을 보니 이해를 전혀… 못하신 것 같은데, 졸지 마시고….”


재호는 어느새 입에서 흐르고 있던 침을 닦으며 풀린 눈으로 말했다.


“음, 음, 아니 아녜요. 졸은 게 아니고 잠깐 6차원의 공자님을…. 조금 따라가기 힘들어서요. 제가 공부를 놓은 지 1700년이나 되다 보니 하핫….”


프레지던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주로 나갈 때 인간은 우주복을 입어야 죽지 않는 것, 더 쉽게 설명하자면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코팅 같은 거죠. 21세기에 쓰던 프라이팬 코팅도 5차원 결정구조를 이용한 준결정이니까요.


그래서 그 7차원 나노봇을 만들어, 6차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뉴먼을 ‘파일럿’이라 명명했습니다. 이 7차원 ‘봇’들은 평소에는 파일럿의 심장과 뇌에 존재하며, 파일럿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뇌의 기억과 육체의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이유는 평소에 작동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뇌와 떨어져 있으면 자칫 시간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파일럿에게 죽음이 임박하면 밀리초 단위로 움직여서 결합해 작동합니다. 나노봇은 육체의 정보를 가지고, 자의식과 함께 인공두뇌에 있던 6차원 매듭을 통과해 6차원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 사이 육체는 죽게 되고, 곧 육체에 존재하던 6차원 매듭은 풀려 사라지죠.


6차원에서는 ‘자의식’과 ‘감각으로의 육체’가 7차원 나노봇이 만든 경계인 '버블' 속에서 존재합니다. 그러다 다시 4차원으로 나오려면 다른 시간대의 어디든 4차원에 6차원 매듭이 있는 곳으로만 나갈 수 있습니다. 즉, 파일럿 뉴먼이 4차원으로 다시 나가려면, 같은 방식의 뉴먼의 인공두뇌를 통해 나간다는 말입니다. 4차원으로 나가게 되면, 나노봇은 아주 짧은 시간에 그 주변 원자와 분자들을 조합해 시간 이동한 자의 육체를 만듭니다. 7차원 나노봇은 거리에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만약 근처에 필요한 원자나 분자가 없다면 멀리서 끌어오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시간이동을 하려면 일단 죽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에는 같은 종류의 자의식을 가진 존재가 필요하고, 그 자의식을 가진 뇌를 뚫고 차원을 열어 나타나게 되며, 원래의 육체를 만들기 위해 그 주변 무기물 유기물을 한 번에 조합해 육체를 만들게 됩니다. 실제 과학적인 부분은 더 복잡하고 1700년간 발견된 다양한 과학 이론을 포함해 수학으로 설명해야 하지만, 재호 씨가 이해하기 쉽도록 21세기 교양과학 수준으로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이 본질이 6차원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의식의 본질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재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프레지던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저, 그럼…. 시간여행을 하고 나오게 되면, 그 파일럿과 같은 종류의 자의식을 가진 뉴먼의 뇌를 뚫고 나오고, 그 뉴먼과 주변 물건들의 분자를 조합해서 파일럿의 몸을 다시 만든다는 건가요? 그거 좀 끔찍한 거 아닌가요…? 그래도 되나…?”


프레지던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이 기술이나 파일럿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하고, 아주 제한적으로 임무를 위해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임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죠.”


재호는 프레지던트가 가진 건조함에 또 살짝 무서워졌다. 하지만 그는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지 않은가? 그럼 또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음…. 그렇면 원래 있던 육체는 어떻게 되나요? 설명을 들어보니 그건 그냥 시체로 남게 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원래의 육체, 바디는 7차원 나노봇이 사라진 채로 보통의 시체가 되는 것이죠."


재호는 유안의 일이 생각났다. 역시 유안이 편지를 남긴 것은 진짜였고, 그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거라면 유안이 죽고나서 시체가 남아있는 게 이해가 되었다. 재호는 과거의 일들을 다시 되짚어보고 있었다. 프레지던트는 재호의 표정을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6차원 접힘으로 연결된 시공간을 저희는 통칭 ‘의식의 강’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시간 이동을 하고 성공적으로 돌아온 첫 파일럿은, ‘그곳은 청록색의 빛이 형형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나노봇이 아직 불안정해서, 육체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크로노 텔로미어'가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를 기리는 의미로 6차원 의식의 강을 ‘청록의 시간’이라 부르기로 한 것입니다. 시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한 이유는, 그 길이 시간여행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청록의 시간’이라고 했구나. 그렇다면 마고는 파일럿 중에 하나일까? 재호는 시간 이동의 원리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왜 자신에게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예전 유안과 마고의 이야기가 떠올라 재미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여행의 원리를 밝혀냈다 하더라도, 왜 굳이 시간여행을 하려고 하시나요?”


“그건, 뉴먼 사회가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재호 씨도 보셨다시피, 이곳은 구성원들 간의 혐오와 폭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만들어진 뉴먼-제로들은 20세기의 파시스트와 같아지고 있죠. 케이아스 교수도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위 ‘차별금지법’을 만들려고 저와 협상하려 하는 거죠.


저는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계산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의 기능은 마비되거나, 분열되거나 전쟁이 일어나겠죠. 자칫하면 인간처럼 멸종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과거의 역사를 관찰해 직접 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우고자 했습니다. 남겨진 자료만으로 역사를 배우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다양하게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몇 번은 아직 시간 이동에 익숙지 않아서, 파일럿들은 너무 오래전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아까 제가 시간여행을 하려면, 같은 종류의 자의식을 가진 곳으로만 갈 수 있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규소 반도체로 된 인공두뇌의 뉴먼이 갈 수 있는 가장 옛날은 어디일 것 같습니까?”


프레지던트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 재호는 반도체의 역사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까 역사박물관에서 본 섹션이 떠올랐다.


“… 트랜지스터?”


“맞습니다. 최초의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벨 연구소에서 1954년 규소, 즉 실리콘으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파일럿들은 그보다 더 멀리 나가려고 하다가, 1947년 게르마늄을 이용해 만든 최초의 트랜지스터까지 가버린 겁니다. 규소와 게르마늄 둘 다 4족 원소라 같은 6차원 접힘을 공유하거든요. 하지만 완전히 똑같진 않죠. 그 파일럿들은 온전하지 않은 매듭으로, 자신과 다른 매듭모양으로 억지로 나가려 했기에 나노봇이 망가져 버리게 되어, 육체도 껍데기만 만들어지고 자의식은 붕괴된 채 인간 세상에 떨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로스웰 UFO 추락사건>입니다. 물론 벨 연구소와 로스웰은 상당히 떨어져 있고 시기도 조금 다르지만, 음모론을 좋아하는 자들이 엮어버린거죠. 당시 미국에서 돌던 외계인 음모론들은, 여행에 실패해 잘못 나간 파일럿들 이거나, 인간들에게 들킨 파일럿들의 이야기가 와전된 겁니다. 왜 그렇게 벨 연구소에서 몇 번의 실패 후 파일럿들은 1955년을 시간 이동의 마지노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재호는 멍해졌다. 자신이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의심이 들었다. 로스웰 사건은 다 조작인줄 알았는데. 이런 황당하면서도 정합성이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이상한 이야기들은 뭐란 말인가?


“그… 그럼 외계인이라고 했던 게 사실은 미래에서 인간을 관찰하려고 온 로봇이었단 말이에요?”


프레지던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죠. 외계인이 이런 행성에 뭐 하러 오겠습니까? 지구처럼 외딴곳에 오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쓸 텐데. 인간은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해서 탈이에요.”


재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네요. 2000년 전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나, 1700년 이후의 A.I.가 해주는 이야기나 비슷비슷….”


프레지던트는 손가락 하나를 위로 올리며 까딱거렸다.


“저는 인간이 왜 멸종했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인간은 완전히 단절된 곳에서 멸종되었기 때문에 기록도 사연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멸종의 원인을 알면, 뉴먼 사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있어요. 인공두뇌가 규소 반도체로 된 뉴먼 파일럿으로는 인간의 멸종이 있던 3124년의 오클랜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거기는 철저히 로봇을 통제해서, 입구에서 스캔을 통해 인간이 아니라고 판명되면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심지어 그 내부에는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기기가 전혀 없습니다. 담장을 치고 돔을 막은 후, 철저히 파괴한 것 같아요. 컴퓨터나 A.I.에 대한 배척과 불신이었죠. 당시 인간들은 스스로 완전히 19세기의 아날로그적인 삶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몇 번 시도했지만, 결국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좌절하고 있던 중, ‘인간의 자의식’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냈습니다. '자의식'이 발생하려면 프로그램과 6차원 매듭이 겹쳐야 하는데, 생명체의 뇌에서는 어디에서 그게 생기는지 알기 힘들었죠. 그러다가 분자구조의 6차원 접힘이 고분자 단위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낸 겁니다. ‘단백질 접힘’이라는 현상을 들어 보셨죠? 단백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히게 되는데 그게 6차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접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의 기초는 남 박사의 이론이지만, 세포 내의 단백질 구조물인 미소 세관에서 일어나는 양자역학 현상에 의식의 비밀이 있다고 했던 ‘조화 객관 환원 이론’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못 들어보셨을 수도 있지만 그 유명한 로저 펜로즈 박사가 주장했던 이론이죠.”


재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요. 인간은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뭘로 인간의 자의식을 연구하셨나요? 동물들로?”


프레지던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재호 씨의 뇌와 같이 보관되어 있던 뇌로 연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세포의 손상이 심해 뉴먼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지만요. 그래도 그들의 뇌로 인해 6차원 접힘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는 알아냈습니다.”


재호는 그 말에 섬짓함을 느꼈고, 프레지던트는 말을 이었다.


“인간의 뇌는 시냅스 세포의 특정 단백질이 6차원으로 접히는데, 그것이 ‘청록의 시간’과 연결되고 자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뇌와 DNA를 이용한 생체 안드로이드 파일럿, 즉 인간의 DNA를 가진 파일럿. 바이오-뉴먼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보관되어 있던 뇌로 연구를 해봤지만, 규소의 접힘과 달리 단백질은 연결이 끊어지기 쉽더군요. 그래서 죽을 때 나노봇과 함께 버블을 생성해 6차원으로 진입하는 게 제대로 되질 않았어요. 일반적인 뇌와 달라야 했죠. 즉, 평소에도 '청록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6차원과의 연결성이 강한 뇌가 있어야 했습니다. 표본이나 냉동 뇌 중에 그런 뇌는 없었죠. 물론, 동물의 뇌에서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재호는 프레지던트의 그 말을 듣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안 좋은 기억이.


“저… 혹시 ‘청록의 시간’과 연결성이 좋은 뇌라는 것이….”


프레지던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조현병에 걸린 뇌입니다. 조현병에 걸린 인간이 겪는 환각이나 환청은 6차원과의 비정상적인 연결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러기에 재호 씨가 살았던 시대에는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약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해야만 정상적으로 살 수 있던….”


“잠깐.”


재호는 손을 들어 프레지던트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나를 겨우겨우 살려낸 이유가, 내 뇌를 조각내서 당신들의 실험에 쓰려고 한 거군요?”


프레지던트는 멈칫했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태어나 처음 보았다.


“뇌가 필요했다고요? 그럴 거면 왜 나를 살려냈어요? 그냥 뇌를 갈아버린 다음에 당신들 원하는 인형으로 만들지!!”


재호는 홀로그램 프레지던트에게 삿대질하며 눈을 크게 뜨고 소리 질렀다.


“내가 조현병에 걸린 게 그렇게 부러워요? 다들 나라는 인간한테는 관심이 없고, 내 뇌에만 관심이 있죠? 유안도, 남 박사도, 그리고 당신들도! 그래, 케이아스 교수도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죠? 왜 사람에게 희망을 줬다가 절망으로 떨어트리는 겁니까?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착한 얼굴로 접근해 와서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이용해 먹고 있잖아요!”


씩씩거리며 화가 난 재호를 프레지던트는 말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눈을 아래로 깔고 말했다.


“… 미안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뇌를 연구에 쓰려면, 1700년 동안 무뎌진 신경조직의 연결성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했어요. 그래서 굳이 당신을 깨워서 움직이고 걷고, 말하고 추억하게 했습니다. 뇌세포를 되살리는 방법은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케이아스 교수는 그것을 도와준 거예요. 물론, 케이아스 교수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한 행동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미안하게 생각해요.”


아직도 화가 나서 눈물이 고인 채로 바라보고 있는 재호에게, 프레지던트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당신을 죽인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이건 당신을 온전한 뉴먼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신과 남우석 박사의 연구를 통해, 뇌를 복제해서 의식을 인공두뇌에서 발생시키는 게 성공했고 그게 뉴먼의 가장 초창기 버전이라고 말씀드렸죠? 그건 당신의 뇌를 복제한 최신 인공두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뇌가 온전히 활성화가 되어야, 그걸로 더 완전한 인공두뇌를 만들 수 있거든요. 즉 재호 씨의 뇌는 실험에 쓰이겠지만 재호 씨는 죽는 게 아닙니다. 인공두뇌로 다시 태어나서, 완전한 최신형 뉴먼이 될 것입니다. 그 뒤 당신의 삶은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케이아스는 재호를 보내고 구치소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있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그리고 그건 뉴먼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인간의 멸종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뉴먼 사회의 몰락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프레지던트가 협상에 제대로 응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프레지던트가 보수적으로 일을 처리하긴 하지만, 정책과 협상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그런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A.I.니까.


그리고 재호 씨…. 내가 한 일이 재호 씨에게 상처를 줬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비록 죽지 않는다고 해도, 또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었을 테니까. 나는 인간 마니아라면서, 실제 인간을 마주했을 때 현실의 이득을 선택한 셈이군….’


케이아스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남의 아픔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인성에 치를 떨었다. 일라이자가 지금의 자신을 보았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그때 구치소 방, 강화유리 벽 앞에 어떤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중절모에 검은 코트, 붉은 긴 머리를 날리며 케이아스를 쳐다봤다. 이프리트였다. 이프리트는 케이아스를 보더니 손을 들어 인사했다.


“오늘 무슨 일을 하셨는지, 멀리서 주욱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양재호씨가 뉴먼으로 만들어졌고, 그의 재활을 돕고 협상을 하신 모양인데…. 할 일을 하셨으니, 편하게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군요.”


케이아스는 이프리트에게 저리 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프리트 경위. 날 내버려 두시오.”


“당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프리트는 강화유리 벽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그 눈빛이 매서웠다.


“이까짓 강화유리 벽이든, 구치소의 벽이든 뚫어버릴 수 있겠죠. 그런 굉장한 힘을 가지고서도, 하려는 일이 고작 ‘차별금지법’ 같은 입법을 제안하고 협상하는 겁니까? 원한다면 당신의 동지들과 모두 쳐들어가서 ‘프레지던트’든, 사법부의 ‘저지스피어’ 등 A.I.를 부시거나 장악하거나, 혹은 손쉽게 협박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 그 일이 죽어간 뉴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었습니까?”


케이아스는 이프리트를 한심한 듯이 쳐다봤다. 그리고 일어서서 이프리트에게 다가갔다.


“당신 직업은 경찰이지만, 사실 전투경찰로써 상대방과 싸우고 힘을 겨루는 일에 내심 재미를 느껴왔었나 보군. 그러니 그렇게 ‘강한 힘’에 집착하겠지. 아마 지금도 나를 따라다니는 이유는 세계 최고의 전투경찰이라는 당신이 허무하게 당한 것을 참지 못해서, 그 이유를 찾고 싶어서일 테지. 당신의 힘에는 인간들이 말하는 ‘무도武道’가 없소. 강한 힘을 가졌을수록 자신의 힘에 책임을 져야 하오. 난 이 사회를 전복시키고 혼란을 가져와 내 이득을 챙기려는 게 아니야. 그건 또 다른 적과 혐오를 낳고 끝없는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지지부진한 변화라고 하더라도 사회 체계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요. 그게 인간들이 만들고 뉴먼들이 이어가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위대한 틀입니다. 그걸 부시려고 한다면, 시스템 안에서 살 자격이 없지.”


이프리트는 그 말을 듣고 경찰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둘은 강화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침묵만이 둘 사이의 경계를 조용히 흘러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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