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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8. 전투

SF 장편소설 <청록의 시간>

by 카시모프

“케이아스 교수님,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처음에 뉴먼-제로들을 죽였던, 제 뒤에 벽을 날려버렸던 그 힘은 무엇입니까? 정말 <드래곤 볼>에 나오는 것 같은 ‘기’입니까? 공적인 취조가 아니라 사적으로, 같은 무인으로써 여쭙는 겁니다.”


구치소에서는 이프리트가 케이아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케이아스는 이프리트의 태도가 흥미로웠다. 이자도 경계에 사는 자다. 경계에 사는 자는 우리 문파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 이런 자가 만약 합류한다면, 올드 뉴먼들이 더 무시받지 못할 것이다.


“좋소. 말해드리지. 말한다 한들 어디까지 이해하실지 모를 일이고, 안다 해도 그것을 습득하는 것은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니 말해도 상관없소. 요 근래 정부에서 6차원을 이용해, 시간 이동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오?”


이프리트는 놀랐다.


“그… 그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저처럼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뉴먼만 아는 정보인데 어떻게 당신이….”


케이아스가 대답을 하려 하자, 동시에 둘의 폰이 울렸다. 이프리트는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전화를 받고, 케이아스는 가지고 있던 폰을 들어 받았다. 이프리트에게 걸려 온 전화는 경찰서장이었다.


“네, 서장님. 중앙 뉴먼 연구소에 경보? 네. 기밀 연구 때문에 시스템 에러가 나서 경찰 경보가 울리고 있으니 응대하지 말라고요. 알겠습니다.”


조금 이상했다. 경찰 경보는 연구소 등 정부의 중요시설이 공격당하거나 위험에 처하면 울리게 되어있는 장치다. 불이 나면 울리는 소방 경보와는 다른 라인으로, 시설 파괴나 테러범을 센서가 인지하고, 경찰까지 연결된 경보장치를 수동으로 눌러야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시스템 에러가 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돌아보니 옆에서 케이아스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소장님, 무슨 일이시죠? 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


케이아스는 다급한 표정으로 강화유리 벽 밖에 있는 이프리트에게 말했다.


“감금 장치를 풀고, 나를 내보내 주시오. 지금 상황이 급합니다.”


“… 무슨 일입니까?


“판 에펜트레 소장님 말로는, 중앙 뉴먼 연구소가 누군가에게 공격받고 있소. 전투봇들이 침입했다고 합니다. 지금 재호 씨로 기밀 연구를 진행 중인데….”


“… 하지만 방금 전에 경찰서장님께서 경찰 경보가 시스템 오류라며 그에 응대하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게…. 흔한 일이오?”


“시스템 설계상, 사실 오류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서장님의 직접 지시라니….”


“… 이상한 일이군. 그렇다면 내 생각엔, 경찰과 관계가 있는 행정부의 누군가…. 혹은 프레지던트 그 자신이 이 연구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소. 연구소 소장이 경찰도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나에게 급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는 도중에 연결이 끊겨버렸고.”


이프리트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왜…? 연구를 못 하게 하려면 그냥 멈추라고 지시를 내리면 될 텐데요.”


케이아스는 조급해졌다. 재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었다.


“당신과 말싸움할 시간이 없어. 빨리!”


이프리트는 멈칫했다. 케이아스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 난 마음만 먹으면 이 벽은 부술 수 있소. 하지만 당신에게 열어달라고 하는 건, 아무리 그렇더라도 나 혼자서 훈련된 군대를 상대하긴 역부족이기 때문이오. 내 동지들도 불러올 수 있지만…. 그들은 멀리 있기 때문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연구소는 여기서 차로 5분이면 도착하오. 당신이 도와줘야 여기서 빠르게 나갈 수 있소. 내가 물리력으로 여길 탈출하면, 경찰과 군대가 연구소로 더 오는 빌미를 주게 되니까. 그리고,”


케이아스는 유리 벽 가까이 가서 이프리트를 바로 앞에서 마주했다.


“내가 ‘기’로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 보고 싶지 않소? 그리고 당신이라면 그것을 배우면 아마 나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텐데.”


그 말은 이프리트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이프리트는 손바닥을 센서에 가져다 대고, 강화유리 벽을 열었다.








판 에펜트레 소장은 끊겨진 전화를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재밍으로 전파가 막힌 모양이었고, 이미 연구실 밖은 비상등이 켜져 붉은 등이 점멸하고 있었다. 연구실 복도가 보이는 통유리 너머로, 쿵, 쿵 거리는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다다닥다다닥 하는 빠른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불빛이 무언가를 찾듯이 비치고 있었다. 소장은 비상용으로 비치된 소형 레이저 건을 들고 벽 뒤에 숨어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후, 연구소의 복도 쪽 유리가 아니라 외벽 쪽에 커다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균열은 곡선을 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해 순식간에 원을 만들었다. 원이 완성되자마자 원 안의 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사라진 공간 안으로 공기가 흘러 들어가며 후욱!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연구소의 물건들이 딸려 들어가는 듯 움직였다. 소장이 놀라서 쳐다보니 그 단단하고 두꺼운 외벽에 완벽한 원 모양의 구멍이 뚫렸고, 달빛이 구멍 안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두 명의 그림자가 달빛을 등지고 구멍 안으로 들어와 가볍게 착지했다. 케이아스 교수와 이프리트 경위였다.


소장은 울먹거리며 안심하는 미소를 지었다. 케이아스는 소장에게 급히 달려가 어깨를 잡았고, 이프리트는 연구소 복도를 주시하며 전투 장갑을 켰다. 케이아스는 소장에게 소리쳤다.


“소장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된 거예요! 재호 씨는요?”


“… 재호 씨는 무사히 인공두뇌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입출력장치가 연결이 안 되어 있는 대기상태예요. 저 방문 안쪽 인공두뇌 데이터센터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만들려는 바이오-뉴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이프리트 경위님이 오신 걸 보면 경찰도 같이 온 것 아닌가요?”


이프리트는 뒤쪽으로 눈만 돌리며 대답했다.


“아니요. 경찰은 연구소의 경보에 응대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너무 이상합니다. 상황으로 보면, 연구소는 지금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연구소로 들어오는 도로도 모두 차단되어 있어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밖에서는 전혀 모를 거예요. 우리도 들어올 수가 없어서, 옆 건물 지하도로에서 구멍을 뚫어 연구소 앞마당으로 나와 이쪽으로 들어온 겁니다.”


소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떻게 그렇게…? 그리고 그렇다면 이건….”


케이아스가 소장의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지금 하시는 프로젝트가 뭔지 모르지만, 행정부의 고위 간부, 혹은 프레지던트 그 자신이 비공개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삭제’하려고 하는 거요. 그렇지 않고선 이런 일을 벌일 수 없소.”


콰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연구실 문이 부서졌고, 자욱한 연기가 들어왔다. 은색으로 입은 전투봇들 5대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때 연기 속에서 한 명의 머리가 ‘퉁’하고 젖혀지며 목이 부러져 쓰러졌다. 전투봇들은 방패로 재빨리 앞을 막아섰다. 연기 속에서 수십 개의 주먹이 날아오며 방패를 쳐댔고, 그때마다 방패에 번개가 튀는 것 같았다. 전투봇들은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연기 속에서 붉은 불꽃이 깃든 검은 그림자가 날아올랐다. 연기가 걷히면서 튀어나온 것은 이프리트였다.


전투봇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이프리트를 총으로 겨냥한 순간, 이프리트는 벽을 밟고 사방으로 튕기듯 빠르게 점프하며 총을 피했다. 동시에 전투 장갑 손날에 달린 얇은 진동 블레이드가 그들의 무기를 절단내고, 이프리트는 붉은 머리칼과 코트를 휘날리며 은색 전투봇 사이로 스텝을 밟으며 파고들었다. 이프리트가 파고든 틈마다 전투장갑으로 펀치를 날려, 전투봇의 수트가 움푹 패이거나 날아가고 찢겨졌다. 5대의 전투봇이 순식간에 모두 쓰러지자, 이프리트는 중절모를 고쳐 쓰고 다시 전투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이놈들, 일반 민간 경비용 전투봇이 아닌데?”


케이아스는 소장을 돌보며 뒤에 프린팅 되고 있는 바이오-뉴먼과 더 안쪽의 재호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오. 이건… 조심해!”


연구소 문 안쪽으로 소형 폭탄이 날아들어 왔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뒤돌려차기로 폭탄을 다시 바깥으로 날렸다. 밖에서 폭탄이 터지고, 연구소가 흔들렸다. 파편과 먼지가 쏟아지는 연구실에서, 케이아스가 소장에게 물었다.


“프린트는 다 된 것 같은데, 소장님, 아직입니까?”


“육체는 다 만들어졌지만, 생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데 조금 걸립니다. 생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재호 씨의 인공두뇌를 가지고 대피하면 됩니다.”


케이아스가 바이오-뉴먼의 잠든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복도와 연결된 연구실 통유리창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남은 전투봇들이 레이저 건으로 연구실을 쏴서 부수기 시작했다. 이프리트는 창 밑으로 숙여 숨었다가, 손을 창문 너머로 넣어 한 명을 끄집어 내리며 바닥에 내리꽂았다. 바로 무릎으로 전투봇의 목을 꺾은 뒤, 점프해서 복도로 뛰어 날아갔다.


깨진 복도 창문으로 연기와 비상등이 깜빡이는 가운데, 요란하게 레이저가 흔들리고 이프리트의 코트와 머리칼이 휘날렸다. 그것은 마치 무대에서 춤추는 어떤 공연처럼 아름답기까지 했다. 전투봇들은 한 명씩 공중으로 날아가거나 파편이 되어 사라졌다. 이프리트가 전력으로 싸우니 전투봇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이프리트가 그들을 다 처치했다고 느꼈을 때, 연기 속에서 커다란 주먹이 날아왔다. 이프리트는 놀라서 겨우 가드를 해서 막았지만,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연구실 안으로 날려와 수 미터를 굴러갔다. 깨진 창문 뒤로, 연기를 헤치며 쿵, 쿵, 울리는 걸음으로 거대한 물체가 들어왔다. 그것은 전쟁에나 쓰이는 헌팅머신이었다.


헌팅머신은 뉴먼 정도의 크기를 가진 전투봇들보다 크기도 크고, 강도도 월등했다. 스피드도 전투봇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실상 전차와 같이 대형 머신과 싸우는 군용 전쟁봇이다. 이프리트는 헌팅머신에게 맞은 팔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헌팅머신?! 아까 전투봇들도 평범한 민간 경비용이 아니야. 군대가 ‘삭제’한 다음 이 상황을 민간 테러로 만들려고 하는 거로군. 경찰인 내가 상대하기엔….”


헌팅머신은 벽을 부수고 들어와 순식간에 이프리트를 잡았다. 이프리트는 목을 잡힌 채, 전투 장갑의 날로 팔을 자르려 해 보았으나 헌팅머신의 수트에 음속 베리어가 있어 잘리지 않았다. 이프리트가 킥을 연속으로 빠르게 차 밀쳐내려 했으나, 헌팅머신은 그 공격을 모두 막아내며 이프리트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목이 잡힌 이프리트의 눈이 가물가물해지고 있었다.


그때 이프리트를 잡고 있던 헌팅머신의 팔에 둥글게 구멍이 생겨 팔이 분리됐다. 이프리트는 헌팅머신의 손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이프리트가 숨을 내쉬며 옆을 보니, 케이아스가 바로 그 이상한 손 모양을 하고 앞으로 펼치고 있었다.


“덤벼라.”


헌팅머신이 남은 팔로 휙 도는데, 케이아스는 재빠른 보법으로 헌팅머신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그 수인 동작을 취하더니 헌팅 머신의 몸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손을 댄 머신의 몸 반대쪽이 폭발하며 뒤로 날아갔다. 이프리트가 기억하는 처음 살인사건 현장의 그 모습대로, 잔해가 날아갔다. 헌팅머신은 몸의 절반이 날아간 채였는데, 몸체 안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것을 들은 이프리트는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자폭장치야!”


그러자 케이아스는 케이아스는 팔을 크게 휘두르며 동작을 취하고는, 두 팔을 벌려 헌팅머신을 향하며 소리쳤다.


“비켜!”


헌팅머신은 폭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거대한 청록색 구가 나타났다. 그 구는 헌팅머신과 폭발하는 에너지 자체를 삼켰다. 그리고 구는 바로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구가 나타난 곳은 구의 모양대로 아무것도 남지 않고 텅 비었고, 자욱한 연기가 그 빈 곳으로 뒤늦게 흘러들어왔다. 주변에는 남은 헌팅머신의 잔해와 연구소 복도의 부서진 파편들만 남아있었다.


이프리트와 판 에펜트레 소장은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봤다. 케이아스는 숨을 내쉬고 긴장을 조금 늦췄다. 이프리트는 썩소를 지으며 케이아스를 쳐다봤다.


“… 자, 이제 말해주십시오. 지금까지 당신이 보여준 그 기술은 대체 뭐죠? 무술이야 고대 기록들을 보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노력하면 되겠지만, 그 ‘기’처럼 보이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을 텐데요. 당신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도 좀 알아야겠습니다.”


소장은 멍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케이아스와 이프리트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소장은 갑자기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바이오-뉴먼의 상태를 확인했다. 케이아스가 옷을 고쳐 입으며 입을 열었다.


“아까, 6차원 공간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것 기억나시오?”


“네.”


“저의 스승님은 뉴먼의 바디를 설계하는 공학자셨던 샤오린 박사요. 100여 년 전, 스승님은 인간 고대 문학의 ‘기’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유명한 고대 문학에 쓰인 ‘건곤대나이’라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소. ‘건곤대나이’는 힘의 방향을 바꾸는 아주 고급 레벨의 무공이오. 그걸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초소형 블랙홀로 공간을 휘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셨지. 하지만 초소형 블랙홀은 만들었다 의지대로 닫는 것이 어려웠소. 무엇보다 ‘기’는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해 동작해야 하니까.


마침 뉴먼의 의식에 대해 연구하다가, 뉴먼의 의식이 반도체에 있는 규소의 6차원 접힘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알아내셨소. 그래서 스승님은, 의식의 힘으로 현실에 6차원 공간을 여는 법을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결국 6차원 접힘이 처리된 규소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6차원 초입방체의 전개도 모양을 재현하고 의식을 집중하면 4차원 공간에 6차원을 전개할 수 있다는 걸 밝혀내셨소.


즉, 아주 고도로 훈련된 의식의 힘을 집중하면서 그 손으로 특별한 6차원과 연결된 동작을 하면, 4차원 공간 안에 6차원을 잠깐동안 열 수 있소. 정신을 집중하면, 그 차원의 문을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든 다음 순간적으로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4차원에 전개된 6차원과의 경계에 닿는 순간, 4차원의 물질은 6차원의 시공간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되는 것이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쓰는 힘입니다.


저와 제 동지들은 6차원 접힘이 처리된 규소로 만든 장치를 손가락과 손바닥에 장착하고, 그 장치들을 다시 인공두뇌와 연결하고 훈련했소. 이렇게 하면 무기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찰의 스캔에 전혀 잡히지 않고 일상생활이 가능하오.”


이프리트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아니… 극비사항이긴 하지만 의식이 6차원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발견은 고작 30년 전에 이뤄진 걸로 아는데….”


“사제 중 파문당한 뉴먼이 정부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소. 그는 파문당하자, 스승님의 그 발견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훔쳐 갔소. 대신 그도 조금의 의리는 있었는지, 그것을 무기로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시간여행 쪽으로 연구를 했소. 의식의 6차원 시공간은 우리 같은 힘없는 자들에겐 무기로 개발되었고, 당신들에게 넘어가 시간여행의 도구로 활용된 것이지. 의식의 6차원 시공간을 '청록의 시간'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것은 두개의 얼굴을 하고있는 셈이오.”


“… 그런데, 이런 비밀을 나 같은 외부인에게 알려줘도 되는 겁니까?”


케이아스는 미소 지었다.


“당신은 이미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않소? 그리고 이 기술은 방법을 알거나 바디에 장착된 작은 장치들을 알아내고 똑같이 붙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의지로 6차원을 불러내려면 매우 고도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이것에만 수십 년은 걸리지. 무술을 연마하는 이프리트 당신이라면 알지 않소. 이 시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산하고 실험하고 물건을 만들 수 있지만, 어떤 것에는 아직도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의식’에는 속도의 한계라는 게 있어서, 그냥 데이터를 주입한다고 마음대로 기술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오. 내가 가진 이 기술의 수련 방법은, 방법을 안다 해도 정말 오랜 시간 스승 밑에서 제대로 배워야 하오. 즉, 말해줘도 못할 테니 말해주는 것이오. 어차피 이걸 배우려면 당신은 우리 문파에 들어와야 하니까.”


케이아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핫, 와, 이거 완전히 당했네….”


“다 됐습니다!”


이프리트와 케이아스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옆에서 소장의 외침이 들렸다. 둘이 뒤를 돌아보니 바이오-뉴먼이 천천히 일어나 앉고 있었다. 파일럿인 바이오 뉴먼의 눈은 청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소장은 바이오-뉴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생체기능 활성화 완료. 코드 네임 TBPST-BA, 네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뇌에 넣어두었다. 하지만 그것을 활용하고 제대로 연결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거야. 네 임무는 데이터에 있다시피, 3124년 오클랜드의 인간 도시로 가서 그들이 왜 멸종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항을 한 번 더 짚겠다. 네 자의식이 이미 존재하는 시간대의 현실로는 청록의 시간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 같은 모양의 6차원 매듭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나가기도 힘들겠지만 억지로 나가려하면 둘 다 붕괴된다. 그러니 임무를 하러 오클랜드에 갈 때, 한번 그 시간대에 도착하면 임무를 반복할 수 없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또, 심장이 멈추는 등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망하면 청록의 시간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지만, 사망할 때 머리가 신체와 분리되는 것은 절대로 피해라. 머리가 신체와 분리되면 심장의 나노봇과 뇌 속의 나노봇이 제대로 결합할 수 없다. 그러면 청록의 시간에 온전히 가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하게 된다. 자, 이제 네 이름을 선택해라.”


그러자 바이오-뉴먼이 자신의 손을 올려다보며 이리저리 관찰하다 소장을 쳐다보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케이아스와 이프리트와도 눈을 마주쳤다. 바이오-뉴먼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창 밖엔 첫눈이 나풀나풀 한 송이씩 내리고 있었다. 12월 7일 저녁, 오늘은 24절기상으로 대설大雪이었다. 바이오-뉴먼은 가만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저는 이전에 없던 중요한 임무를 맡았군요. 위기에 닥친 뉴먼들의 세계를 지켜야 하는…. 그렇다면 그 중요한 존재의 의미를 담아 제 이름을 마르고트Margot라고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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