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채소로 줄 세우는 작은 식당이야기
최고인 식당이 하나 있다. 고추장불고기를 파는 집이다. 공주 반포면 어느 마을회관 옆에 작은 가게다. 테이블은 10개가 옹기종기다. 다행인 것은 애초에 작정하고 식당용도로 지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3면이 모두 통창이다. 개방감이 시원하다. 주인의 아이디어겠지만 참 잘한 결정이다. 야외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개방감이니 말이다. 그게 없다면 도심의 식당과 다를 바가 없으니 일부러 찾아갈 매력 또한 적어진다.
문을 열자마자인 늦여름부터 갔고, 손님이 올 적마다 모시고 갔으니 얼추 열 번은 한참 넘는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고추장불고기의 맛이 엄청난 것은 아니다. 평균 이상의 고마운 맛이다. 반찬도 수준이 높거나 아주 입에 쩍 붙거나도 아니다. 하지만, 집반찬처럼 소박하면서 맛있다. 게다가 평일은 3시까지만 문을 연다. 내가 가장 최고의 끌림으로 치는 짧은 영업시간이라서 나는 정말 그 집에 팬이 되어 버렸다.
쌈채소 냉장고다. 8가지 정도의 쌈을 수북하게 진열해두고 손님들이 마음껏 가져다 먹게 해주었다. 대형 쌈밥집이나 샤브집에서 흔하게 보던 풍경이다. 그래서 그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26년차 컨설턴트의 눈에는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쌈밥집이라면 당연시 되는 진열이지만, 이 집은 고추장불고기집이다. 불백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쌈밥집이 아닌데 8가지의 쌈 종류를 구비한다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파격이다.
어제 점심으로 먹은 공주의 중국집은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오늘은 확실한 외식이고 싶었다. 찾아간 시간은 11시 40분이다. 11시에 문을 열고 3시에 닫는다. 10개의 테이블에 다행히 1개가 비었다. 문 앞 자리였지만 그래서 문을 열면 한겨울 찬바람이 황소였지만 기다리지 않아서 감사했다. 우리가 앉자마자 분 간격으로 손님들이 밀어닥쳤다. 손님들은 대기를 걸어두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며, 나이든 부모와 함께 온 자식, 동성의 줌마모임, 그리고 중년과 노년의 부부손님들로 10개의 테이블은 빼곡했다. 남자들도 예외없이 셀프로 맘껏 담는 쌈채소냉장고를 들락거렸다. “건강하려면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고 푸짐히들 여러번 담아갔다. 식당의 주방원가를 늘상 염려하는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약이 오를만큼 작정하고 먹어들 댔다.
홍보를 여태 하지 않아보였다.
오픈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카맵에는 상호가 아직도 검색되지 않는다. 우리야 길을 아니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올까 싶을만큼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 흔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오픈런을 해야 하는 식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첫 번째는 바로 쌈채소다. 그 비용을 투자한 덕분이었다.
고추장불고기집에서 쌈으로 상추와 깻잎 정도만 줬다면 어땠을까? 남들 주듯이 상추 몇장 깻잎 몇장을 세어서 담아주고, 추가는 주인에게 청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홍보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돈을 주고 블로거를 부르고, 돈을 써서 가게 홍보를 해야 손님이 그 식당을 겨우 알게 되었을 것이다.
비용으로 2백만원쯤 든다고 치자. 거기에 8가지의 쌈채소 구입비로 하루에 20만원을 쓴다고 치자. 일반 고추장불고기집에서 하루에 2~3만원으로 상추 몇장, 깻잎 몇장을 주는 비용을 지출할 때 그 열배를 쓰는 셈이다. 물론, 그 쌈채소 값을 포함해서 책정한 고추장불고기 가격은 14,000원이다. 그렇게 써야 할 곳에 확실히 투자를 했더니 반년만에 오픈런을 시키는 위치로 바뀐 것이다. 홍보비로 써도 썼어야 할 돈인데 그걸 손님의 입에 들어갈 시그니처 재료비에 쓴 결과가 바로 그것이었다.
써야 할 곳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의 구분을 잘해야 한다. 돈이 적은 빈자가 식당을 차릴 땐, 인테리어에 눈을 감아야 한다. 다소 허술하고 허접해도 질끈 참아내야 한다. 거기에 돈을 쓴다고 도시의 화려한 브랜드 식당처럼 대단해지지도 않는다. 이 시골식당처럼 손님 입에 들어갈 18번을 만드는데 투자를 하는 게 지름길이다. “공주에 쌈밥집 저리가라 하는 고추장불고기집이 있어. 소개해줄까?” 오늘 다녀간 3~40팀의 손님들이 알려줘, 내일도 그 식당은 오픈런을 하거나, 대기를 해서 먹는 손님들로 가게 앞이 바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