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팔 바에야 주물럭
8장. 손님이 볶는 돼지주물럭
돼지 중에서는 당연히 주물럭이다. 삼겹살이 생고기라면 주물럭은 양념삼겹살?이란 뜻이다. 물론, 주물럭으로 삼겹살을 쓰라는 소리는 아니다. 삼겹살보다 저렴한 부위를 얼마든지 삼겹살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재료 자체의 원가가 확 낮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생삼겹살은 국내산을 써야 하지만, 주물럭은 꼭 국내산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양념으로 맛이 덮어지기에 수입산도 상관 없다. 국내산 생삼겹살 1인분이라야 150 ~ 200g이다. 하지만, 수입 목살로 주물럭을 만든다면 1인분에 300g 이상은 거뜬하다. 거기에 고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야채까지 보태어져 굽기에 양은 더 푸짐해진다. 바로 이게 매력이다.
삼겹살도 손님이 구워 먹어야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서 일부러 서버가 굽는 방식도 흔하다. 그 인건비가 얼마던가? 그리고 돼지를 옆에서 구워준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서버가 옆에 있는 동안의 침묵은 어색하다. 팁을 줘야 하나도 갈등이다. 그에 반해 주물럭은 홀 조리다. 손님이 볶아 먹는다. 서버가 곁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
주물럭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변형된다. 고추장불고기로 표현할 수도 있고, 제육볶음으로 이름을 지어도 그만이다. 물론, 레시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큰 걸림돌은 아니다. 주방에서 조리해서 내주는 제육볶음도 있고, 테이블에서 손님이 해 먹는 제육볶음도 이미 흔하다. 다만, 제육볶음은 밥으로 먹어야 할 듯 하고, 고추장불고기나 주물럭은 술과 먹으면 좋을 듯한 뉘앙스 차이는 있다.
장사에서 중요한 것은 사전적 정의의 틀에 갇히는 것이다. 그럴 거 없다. 매출이 인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손님이 맛있게 먹고 또 오게 하면 그만이다. 장사는 틀을 깨는 게 중요하다. 물론 거기에 필수조건은 반드시다. 바로 손님에게 이로운 상차림을 줄 것,이다. 주인에게 이롭기 보다는 손님에게 만족이 더 큰 방식이라면 메뉴이름이 뭔 대수일까.
주물럭은 수입산을 써도 되고, 삼겹살이 아니라도 되기에 원가 자체가 낮다. 그래서 1인분 양을 넉넉히 주기에 부담이 없다. 게다가 주방에서 신경 써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 아니고, 주방에 여럿이 필요치도 않다. 재어둔 양념을 버무려서 내주고 홀에서 조리라 테이블 5개인 작은 식당에서, 식당 경험이 적은 초보여도 팔기 좋은 고기다.
가격도 싸게 받아야 되는 건 아니다. 수입산이지만 양이 많다. 삼겹살이 아니지만 푸짐하기에 가격은 삼겹살에 준하게 받아도 거부감이 없다. 부산 초량에 주물럭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1인분에 12,000원쯤인데 양이 200g이라서 둘은 3~4인분도 금세 먹어치운다. 싸다고 시켰지만 나올 때 계산은 5~6만원이다. 물론, 그만한 맛이 있고, 소문난 먹자골목이라 그런 탓도 있지만 그만큼 주물럭은 참 괜찮은 메뉴다. 재료가 싸서 1인분 양을 많이 줄 수 있는 여건이라는 건, 아주 좋은 경쟁력이다. 앞서 설명한 닭갈비도 350g을 줘도 원가는 4천원이 안된다. 미국 소고기도 그쯤이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태생의 원가다. 태생적으로 원가가 비싼 것을 파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그건 가격을 올려, 더 주기도 어렵다. 그런 메뉴는 지난 25년간 선택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