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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에게 좋은 주물럭집

삼겹살 팔 바에야 주물럭

by 타짜의 클리닉 Mar 10. 2025

8장. 손님이 볶는 돼지주물럭

 

돼지 중에서는 당연히 주물럭이다. 삼겹살이 생고기라면 주물럭은 양념삼겹살?이란 뜻이다. 물론, 주물럭으로 삼겹살을 쓰라는 소리는 아니다. 삼겹살보다 저렴한 부위를 얼마든지 삼겹살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재료 자체의 원가가 확 낮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생삼겹살은 국내산을 써야 하지만, 주물럭은 꼭 국내산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양념으로 맛이 덮어지기에 수입산도 상관 없다. 국내산 생삼겹살 1인분이라야 150 ~ 200g이다. 하지만, 수입 목살로 주물럭을 만든다면 1인분에 300g 이상은 거뜬하다. 거기에 고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야채까지 보태어져 굽기에 양은 더 푸짐해진다. 바로 이게 매력이다.


삼겹살도 손님이 구워 먹어야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서 일부러 서버가 굽는 방식도 흔하다. 그 인건비가 얼마던가? 그리고 돼지를 옆에서 구워준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서버가 옆에 있는 동안의 침묵은 어색하다. 팁을 줘야 하나도 갈등이다. 그에 반해 주물럭은 홀 조리다. 손님이 볶아 먹는다. 서버가 곁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


주물럭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변형된다. 고추장불고기로 표현할 수도 있고, 제육볶음으로 이름을 지어도 그만이다. 물론, 레시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큰 걸림돌은 아니다. 주방에서 조리해서 내주는 제육볶음도 있고, 테이블에서 손님이 해 먹는 제육볶음도 이미 흔하다. 다만, 제육볶음은 밥으로 먹어야 할 듯 하고, 고추장불고기나 주물럭은 술과 먹으면 좋을 듯한 뉘앙스 차이는 있다. 


장사에서 중요한 것은 사전적 정의의 틀에 갇히는 것이다. 그럴 거 없다. 매출이 인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손님이 맛있게 먹고 또 오게 하면 그만이다. 장사는 틀을 깨는 게 중요하다. 물론 거기에 필수조건은 반드시다. 바로 손님에게 이로운 상차림을 줄 것,이다. 주인에게 이롭기 보다는 손님에게 만족이 더 큰 방식이라면 메뉴이름이 뭔 대수일까. 


주물럭은 수입산을 써도 되고, 삼겹살이 아니라도 되기에 원가 자체가 낮다. 그래서 1인분 양을 넉넉히 주기에 부담이 없다. 게다가 주방에서 신경 써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 아니고, 주방에 여럿이 필요치도 않다. 재어둔 양념을 버무려서 내주고 홀에서 조리라 테이블 5개인 작은 식당에서, 식당 경험이 적은 초보여도 팔기 좋은 고기다. 


가격도 싸게 받아야 되는 건 아니다. 수입산이지만 양이 많다. 삼겹살이 아니지만 푸짐하기에 가격은 삼겹살에 준하게 받아도 거부감이 없다. 부산 초량에 주물럭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1인분에 12,000원쯤인데 양이 200g이라서 둘은 3~4인분도 금세 먹어치운다. 싸다고 시켰지만 나올 때 계산은 5~6만원이다. 물론, 그만한 맛이 있고, 소문난 먹자골목이라 그런 탓도 있지만 그만큼 주물럭은 참 괜찮은 메뉴다. 재료가 싸서 1인분 양을 많이 줄 수 있는 여건이라는 건, 아주 좋은 경쟁력이다. 앞서 설명한 닭갈비도 350g을 줘도 원가는 4천원이 안된다. 미국 소고기도 그쯤이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태생의 원가다. 태생적으로 원가가 비싼 것을 파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그건 가격을 올려, 더 주기도 어렵다. 그런 메뉴는 지난 25년간 선택해본 적이 없다.





제육볶음은 밥으로, 주물럭은 술에 좋은 짝꿍이다제육볶음은 밥으로, 주물럭은 술에 좋은 짝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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