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도 한 가지, 음식도 한 가지
10장. 한가지만 파는 식당의 힘
5060에게 5가지의 아이템을 권했다. 5천쯤의 작은 투자로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권한 아이템 5가지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가지만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온리원인 식당이다. 넘버원이 가끔은 온리원 식당일 수도 있지만, 온리원은 반드시 넘버원 식당이 된다. 그만큼 강하고 귀해서다. 강한데 귀하다? 대단한 말이다.
수많은 칼국수집을 가봤다. 5천원짜리부터 평균은 만원이고 제일 비싼 칼국수집은 13,000원이다. 그렇다고 한정식처럼 상을 깔아주고 나오는 13,000원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여길 제일로 친다. 맛있다,를 떠나서 최고의 칼국수집이다. 맛을 뛰어넘는 최고다. 최고라서 맛은 평가의 기준을 뛰어 넘는다.
메뉴는 오직 칼국수 하나다. 수제비도 없고, 칼국수가 여럿도 아니다. 선택의 여지는 1도 없다. 그냥 인원수대로 시켜야 한다. 15년전쯤 한정식을 9,900원에 팔아 재미를 본 주인이 칼국수 한정식을 만들어 9,900원에 팔다 망했다. 그때 칼국수 평균 가격은 5~6천원이었다. 나는 그때 보쌈주는 칼국수집을 만들었고 평균가격보다 1,500원쯤 비싸게 팔았다. 6개월 만에 그 상호로 10개쯤을 복제까지 했었다. 하지만, 바지락칼국수 한가지만 파는 식당까지는 아니었었다.
강경해물칼국수를 또 갔다. 유성에서 50분이 걸린다. 무료도로로 가면 1시간이 넘는다. 칼국수 하나 먹자고 강경까지 갔다. 그럴만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1번은 한가지 식당이라서다. 여름에 갔던 날은 굴은 없었는데, 3월인 어제는 굴이 포함되었고 진심으로 우리는 조개탕을 먹은 기분이었다.
한가지를 팔면 좋은 이유는 신뢰다. 손님은 외식의 고수들이다. 집돌이가 아닌 다음에야 하루에 점심 한끼는 외식을 해야 한다.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거니, 식당을 거를 순 없다. 한달이면 최소 20번 이상 외식을 해야 한다. 저녁의 술자리까지 어쩌고하면 30번도 거뜬하다. 매달 30개의 식당을 방문하니 1년이면 300곳을 가는 고수가 바로 손님들이다.
떠올려보자. 그렇게 많은 식당을 다니지만 한가지만 파는 식당은 어디였는지 말이다. 한손가락도 세질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귀한 것이 한가지 메뉴만 파는 식당이다. 당연히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오는 손님도 의심없이 믿고 먹을 수 있다면, 그 식당은 반은 고생을 뛰어넘은 셈이다. 거리의 수많은 식당 중에서 믿고 들어갈 식당이란 증표는, 이제 시간이 곱해지면 고생끝 행복시작이다.
부여에도 소문한 칼국수집이 있다. 그런데 거기는 칼국수도 여럿이고, 수제비도 판다. 손님 입장에서 선택지가 더 넓기에 그곳이 더 손님이 많을 거 같지만, 실제는 강경이다. 여긴 전국구다. 선택지가 없을수록 상권은 전국구로 확장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국을 통틀어도 메뉴 한가지를 파는 식당은 여전히 귀한 탓이다.
어제도 그랬다. 옆테이블의 20대 연인은 천안에서 온 듯 했다. 건너편의 직장인 둘은 대전에서 왔노라며 주인에게 농을 걸었다. 그 옆의 60대 아저씨들은 강경에 사는 현지인이 외지 친구들에게 대접하는 모양이었다. 들리는 대화의 공통점은 “이렇게 해물이 푸짐한 칼국수는 생전 처음”이라는 말이었다. 25년을 컨설팅하면서 가본 수많은 고수의 칼국수집을 가본 나로서도 그 말에 동의다. 십수년전에 서울에서 최고였던 황*칼국수는 지금의 강경에 비하면 우습다.
손님에게 한가지 식당은 신뢰지만, 식당에게 한가지 식당은 재료낭비가 없음. 신선한 재료만 쓰게 됨이다. 오직 그 메뉴에 맞는 재료만 사게 되고, 그 양은 점점 늘어난다. 손님이 늘수록 원가가 줄어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어떤 주인은 줄어든 원가를 자기의 이득으로 취하거나, 강경처럼 더 푸짐하게 담는 것으로 구분된다. 대게는 전자다. 손님이 늘수록 야박해지는 (특히, 고압적이기까지 한) 주인이 많으니 그런 점에서도 강경은 확실히 다르다. 어제도 주인(대를 이은 딸)은 친절했고, 진심으로 찾아줘 감사하다고 했다.
메뉴 한가지만 팔겠다는 결심은 정말 어렵다. 하버드 합격만큼 어렵다. 결심만 하면 하버드인데도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권을 좁게 봐서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물릴까, 질릴까 하는 염려 탓이다. 오직 손님을 걸어서 올만한 거리까지라고 안정에 치우친 탓이다. 그래서 선택지를 늘린다. 면을 파는 집은 밥도 팔고, 밥을 파는 집은 거꾸로 면을 어떡하든 끼워 넣으려고 한다.
5060의 나이에 시작하는 식당창업이라면 솔직히 이미 많이 늦었다. 늦었기에 여러 가지 메뉴를 배워서 팔려 하기보다는 한 가지를 배워서 그것만 팔아야 해낼 수 있다. 5천쯤의 투자로 차리는 생계형 식당에 메뉴가 많다고 손님이 있을거란 생각도 버리면 그만이다. 테이블이 5개인 작은 식당인데 메뉴가 5개면 손님이 웃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도 자신감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지만 파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가보자. 얼마나 걱정없이 파는지, 당당하게 파는지 눈으로 직접 보자. 그래도 한가지가 걱정이라면 식당창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낫다. 그게 현실적인 조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쓸모없는 조언이다. 100명에 그 결정은 한두명이나 할까,라서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현실성이 없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다. 11장에서는 한가지 식당보다 더 강력한 컨셉을 설명하겠다. 이것 때문에 메뉴는 두세개여도 된다. 한가지 식당이 아니어도 괜찮다. 강경 옆에 같은 메뉴를 팔아도 견딜 수 있는 방도다. 어쩌면 이길 지도 모른다. 그만큼 최고의 장사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