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을 읽고

by 마음의 고고학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텅 빈 존재다.”

@자신의 존재를 순수하게 이해 받고 사랑 받고 싶었던 ‘요조’. 그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존재를 무화시켜야지만, 수많은 관계 안에서 인정 받고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깨닫는다. 이 깨달음 속에서, 요조는 다양한 관계들 안에서 자신을 속이며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자처한다.


@ 다자이 오사무 소설 『인간실격』은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찾아나서는 자전적 소설이다. 요조는 동급생들 앞에선 ‘바보’를 자처하고, 가족들 앞에선 ‘숙기 없는 아이’를 연기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관계들에 따라, 수많은 페르소나를 형성하며, 자신이 무해한 존재임을 입증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사랑과 이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요조는 자신의 본모습보다, 타인의 사랑과 이해를 위해 형성한 가짜 페르소나에 갇히면 갇힐수록,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어느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이해 받지 못하는 방랑자처럼 살며, 그리고 숱한 자살시도를 비롯하여 결국 자기파괴적인 행보를 걷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


@ ‘진정한 사랑과 이해’가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된다.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감추고, 연극을 해야지만, 타자에게 그 대가로 사랑과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사랑과 이해를 타자에게서 찾는 것에 앞서,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신뢰성’이 아닐까. 나 스스로마저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는 것만큼 잔인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자기 내면의 깊은 골짜기는 자기 자신만 바라볼 수 있다. 오직 자신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서만이, 내면의 골짜기 안에 맑은 샘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어두움을 대면하고 사랑하면 할수록, 우리는 진실한 이해와 사랑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타자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 철저히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다가, 끝내 요조는 독자들에게 처절한 고백을 남기며 세상을 떠난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개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



실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겨울의 황량함도, 어느 순간 따스한 봄 햇살에 잊혀지기 그지없다. 현재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로 넘어가는 이 길목 앞에, 내게 ‘봄’은 무슨 의미일까. 낙화의 계절을 충실히 겪고, 추운 겨울 죽음을 온전히 이겨내야만, 봄을 맞이할 수 있다. 그동안 어둠이 깃들어있던 내면의 음지는, 이제 따스한 봄 햇살을 기다린다. 조만간 내 마음의 정원엔, 벚꽃도 필 것이며, 새들의 노랫소리도 울려 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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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