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의 공원
오후 5시가 되면 우리는 모두 그 공원에 모여요.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지만 침묵은 편안해요.
a 씨는 오늘도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셨네.
b 씨는 오늘도 여기서 저녁밥을 드시네.
c 씨는 오늘도 파란 집게핀을 하셨네.
d 씨는 오늘도 체홉 단편집을 읽으시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없이 지낸 지 어연 세 달째.
새로운 사람이 공원에 왔어요.
흰머리가 지긋한 80대 노인.
그가 처음으로 침묵을 깼어요.
d 씨에게 말을 붙인 거예요.
“제가 책방을 50년 넘게 했는데,
요즘에도 독서를 하는 젊은이가 있다니
참 반갑고 기쁘네요.”
우리는 여전히 침묵하지만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춰요.
d 씨가 수줍게 웃으며 하는 말,
“저는 이 책도, 이 시간도, 이 공원도 참 좋거든요.”
우리는 내일 오후 5시에도 이 공원에서 모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