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29부터 2023. 08. 01까지
*밀라노 버킷리스트!
- 모델 김성희 추천의 빈티지샵 투어
-이탈리아의 파스타 맛보기
-이탈리아의 젤라토 맛보기
-크레마 당일치기 여행
-베르가모 당일치기 여행
-밀라노 스타벅스 리저브 가보기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광장, 나빌리오 운하
<2023. 07. 29>
(1)
놀랍게도 아직 도착하지 못했고, 스위스를 지나고 있다 12시간 넘게 버스 타는 중.
불편함은 각오했지만 이렇게나 늦게 도착하게 되다니. 역시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정말 종류별 고생을 다 겪어보는군.
그래 이제는 체념이다!
(2)
장장 17시간 (?) 만에 도착한 밀라노.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
이 많은 짐들을 데리고 어찌하나 걱정이 될 뿐.
일단은 라멘을 먹으러 피신했다.
그다음 일은 먹고 생각하자.
진정을 좀 하자.
어제저녁부터 도저히 하루가 끝나지를 않는다.
짐 끌고 여기까지는 대체 어떻게 왔으며,
밥은 어떻게 먹은 거고, 숙소는 어떻게 찾은 건지.
난 지금 여기서 어떻게 커피를 먹고 있는 건지.
역시 새 도시에 처음 온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힘들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게다가 이탈리아. 무지 덥다. 말도 안 되게 덥다.
체코에서 비교적 시원하게 다녔더니 적응이 안 된다.
지금쯤이면 정말 집에 돌아가도 될 것 같은데
아직도 밀라노와 바르셀로나가 남았다니.
그래도 시간은 빨리 가니까 얼른 지나가겠지?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또 우연한 즐거움이 발생하겠지
자 해보자! 다시 또 적응해보는 거야
-무지하게 덥다
-씻고 싶다
-지하철은 시원하다
<2023. 07. 30>
(1)
본격적인 밀라노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는 정말 무지하게 덥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난다.
일요일이라 일단은 성당에 갔고 미사를 봤다.
그리고 점심으로는 파스타를 먹으러 왔다.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어떠려나?
여기 있는 동안 종류별로 파스타 다 도전해 봐야지.
어제 정신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기가 많이 빨렸다. 심지어 처음으로 인종차별도 당해봤다.
웬 철부지 남자애 하나가 손을 내밀더니 놀라게 하고,
조롱하듯 웃으며 가버렸다.
더 화가 나는 건 내가 순간 겁을 먹었다는 거다.
자존심 상해.
실제로 겪어보니 훨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튼 첫인상이 '제대로 겁먹어버린 나'지만
그래도 이런 일 때문에 이탈리아를 즐길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다녀봐야지.
(2)
말도 안 돼. 너무 덥잖아.
사람이 살 수 없는 더위 아닌가?
나빌리오 운하를 걷다가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카페에 들어왔다.
밀라노는 멋쟁이도 많고 도시적이기도 하다.
파스타도 맛있다.
확실히 '이탈리아!'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 안에 잘 녹아드는 내가 되고 싶다. 차오. 그라치에!
***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3월 30일 방송,
게스트 코드쿤스트>
코드쿤스트:
얼굴이 알려질수록 일반적인 감정을 느끼는 일과
참 멀어지는 것 같아요.
노래라는 건 대중이 듣는 건데. 저는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밀접하게 느껴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됩니다.
김이나:
그렇죠. 뭐, 환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은 누구나 다 같지 않을까요?
코드쿤스트- homeboy (feat. 이하이)
라는 곡에 대한 소개가 인상 깊다
- 나 오늘 소개팅이 참 재미있었어.
근데.. 생각해 보니 오늘 소개팅이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이 이야기를 오래된 친구인 너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 그게 재밌었던 것 같아.
그럼 난 그 소개팅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네가 좋은 걸까?
<2023. 07. 31>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오픈런까지 해서 먹은 까르보나라. 근데 어딘가 느껴지는 기시감..
다시 생각해 보니 어제 먹었던 그 파스타 집이었다. 체인점이라 지점만 달랐을 뿐...
뭐, 까르보나라를 맛봤으니 후회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억울해! 오픈런까지 했다니.
게다가 산타델라 치오 성당 시간도 놓치고 보조배터리충전이 안되어 있는 바람에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맥도날드로 피신했다.
그래도 기쁜 소식 하나. 체코에서 억울하게 빠져나갔던 2000 코루나가 내 품으로 돌아왔다. 절대 돌려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돌려받다니. 왠지 공짜돈이 생긴 기분이다. 역시 인생이란, 나쁜 일 뒤에 반드시 좋은 일이 따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도해 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
<2023. 08. 01>
(1)
무더운 8월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냐고 정말..
결국 8월을 맞이하여 드디어 보조배터리가 고장 났다. 어떻게 단 하루도 걱정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는 거냐.
20유로나 써버렸는데 케이블이 없어서 결국 또 맥도널드 와서 충전 중이다.
여행은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밀라노는 쇼핑과 명품의 천국이다
왠지 위축되는 건 기분 탓일까?
언젠가 내가 저런 화려한 것들을 걸쳐보는 날이 올까?
저 전광판에 내 얼굴이 걸리는 허무맹랑한 상상도 해본다. 뭐,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너무 화려하고 눈이 부시다.
나도 그에 걸맞은 인간이 되고 싶다.
(2)
오늘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보조배터리 사고, 레고스토어와 디젤, subded 등 옷가게들도 구경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스칼라 극장과 갤러리아도 가고. 그 밖에도 백화점.. 러쉬..
맥도날드 (?), h&m 등등
밀라노의 정중앙을 제대로 관통한 느낌! 그리고 이제 두오모 광장과 밀라노 대성당도 볼 예정이다.
밀라노 스타벅스 가서 야경까지 기다려야지.
그리고 내일부터는 3일 동안 기차 타고 근교 여행을 떠난다. 바쁘다 바빠. 아무 탈 없이 이 일정들을 무사히 끝낼 수만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아직 8시다. 오늘은 꼭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2시간 정도를 더 기다리기로 한다
꼭 이 시간이 가장 외롭다.
엄마랑도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커피는 맛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려다가 새로운 맛을 도전해봐야 할 것 같아서 '콜드브루 레몬샤워'를 시켰는데 너무도 잘한 선택인 듯하다. 휴대폰 배터리만 더 있었어도 사진을 훨씬 많이 찍고 더 편히 돌아다녔을 텐데.. 혹시 휴대폰이 꺼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떠나기 전 날 다시 와서 디저트와 맛있는 음료를 한 번 더 먹어봐야겠다.
두오모 광장과 밀라노 성당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경이로웠다. 물론 사람 반 비둘기 반이어서 광장의 한가운데 있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모든 걸 기억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지경이다
어떤 한 외국인 남자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하셔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도 찍어드렸다. 그리고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몇 살이냐, 여행 중이냐, 어디서 왔냐 등등... 나보고 아름답다고 했다. (ㅋㅋ 근데 이 말 듣자마자 대화를 종료하고 급도망가고 싶어 졌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경계를 늦출 수가 없어서 급히 이야기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처음 런던에 갔을 때보다 외국인과 대화 나누는 것에 별로 긴장하지 않고 웃으며 대화한 내가 놀라웠다. 미묘한 변화를 겪기는 겪었나 보다. 뭐, 암튼 이 사람 많은 스타벅스에 홀로 멀뚱히 앉아있는 건 나뿐이라 꽤나 외롭다.
커피도 조금밖에 남지 않아
일부러 홀짝홀짝 아껴 마시고 있다.
(4)
어느덧 유럽 여행을 하며 쓴 일기들이 노트 한 권을 다 채웠다. 6월부터 8월 1일까지.
두 달간의 기록이 담겨있다.
남은 여정들은 또 다른 노트에 쓰기 시작하겠지만,
감회가 남다르다.
처음 이 노트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렇게 유럽 생활에 적응해서 무사히 여행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저 겁이 났고 상상조차 가지를 않았다.
물론 내가 상상한 모습과 다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나는 내가 외국인 언니들처럼 아주 자유롭고 화끈한 사람이 될 줄 알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여전히 뭔가 어설프고 고민하고 실수하는 소심한 나다.
그렇지만 여행 이전의 나와 완전히 같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여행하며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고,
항상 웃으면서 세상을 대하는 것이 내 안의 두려움을 깨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고,
혼자 캐리어 하나 끌고
나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책임져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 여행의 끝이 꽃길도 아닐 거다.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듯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또 다른 길을 위해 달려 나갈 힘이 생겼기를.
그리고 후에 돌아봤을 때,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나에게 다시 돌아와 주기를!
지금까지 두 달 동안 혼자 이겨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앞으로 남아있는 19일도 더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자사랑한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