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 물물교환기 (열무 편)

by glee

두 번째 교환물품, 환산불가 사랑

날이 갈수록 해가 뜨거운 관계로 이슬 내린 어느 선선한 새벽에 상추 다섯 봉지+ 하루 전날 따 둔 열무 두 단이 든 쇼핑봉투를 챙겨 ‘상추열무 교환식’을 준비했다. 내 오늘 살림 밑천 두둑이 챙겨보리라.


교환식에 초대된 손님은... 바로 37년 전 인연을 맺은(?) 친정 엄마다.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사는 엄마가 주말을 맞아 작물을 테이크아웃 하러 와주었다. 남편이 늦잠 자는 주말 아침이라 깰까 봐, 우리 모녀는 신선도를 핑계로 밭 근처 주차장에서 교환식을 가졌다. 남편 아끼느라 아침 안개 걷고 달려온 친정엄마에게 식사대접할 생각도 못한 덜 여물은 딸이다.


엄마는 일하는 곳 동료분들과 나눠먹기도 하고, 열무김치 담가 먹겠다며 내겐 처치곤란이었던 상추열무를 보물처럼 받아가셨다. 늘 그랬듯 빈손으로 딸을 만나러 온 적 없던 엄마는 농사지은 값이라며 식재료들을 한가득 사다 주셨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모녀가 수확물에 붙인 값어치는 딸 한번 더 보러 오겠다며 달려온 애정값임으로 환산불가였다. 시집간 딸은 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시댁에서도 바리바리 받아오기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어느 책에서 이야기 하듯 보답할 사랑은 캐시백 마일리지처럼 영원히 소수자리에 불가할지도 모르겠다.


도시 텃밭 열무 괴담

열무는 수확기를 너무 지나버리면 잎이 쓰고 억새서 먹을 수 없기에, 더 크게 뒀다가 열무 씨를 받는 게 좋겠다고 우리 왼쪽 밭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열무는 정말 버릴 것이 없다.

우리 오른쪽 밭 임대인은 앳된 신혼부부였는데, 정렬 맞춰 가지런히 밭을 잘 관리하던 초반과 달리 수확 적기 지나 열무를 벌크업(방치) 시켰다. 종종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부부가 '이렇게 많이 클 줄 알았느니 몰랐느니' 투닥거리더니 심어둔 깻잎, 방울토마토 등을 다 뽑아 초기화 한 뒤로는 밭에 다녀간 흔적이 없다. 마지막에 열무를 뽑다가 두더지를 만나 땅으로 끌려갔다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열무시무시한 소문이...


심고, 싹트면 1~2주 있다가 여린 잎 뜯어 쌈 싸 먹을 수 있다. 그리고 2주가 더 지나면, 완전히 자란 열무를 수확할 수 있다.


<도시텃밭 일지 3>

1. '열무'와 '무'는 품종개량 된 다른 식물이다. 열무의 뿌리는 무처럼 생겼지만 쓴 맛이 강해 먹을 수 없다.

2. 열무 씨 심는 간격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추천. 사이 간격이 널찍하면 관리에 용이하다.

3. 열무는 충분한 양분이 없어도 쑥쑥 잘 크는 친구들이라 감당가능한 만큼만 심을 것.

4. 잎 길이가 상추만큼 크면 1차 수확해서 쌈채로 먹기 좋다. (잎이 여리다)

5. 1차 수확을 해두면 남은 양분이 잎으로 가서 2차 수확시 열무 다발이 크고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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