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가 '밭'아 들여야 할 것들.
처음 시작 할 땐 남편과 함께 화훼농장 가서 심을 모종을 사는 로망이 있었다. 주말부부에게 낭만은 허락되지 않았고, 혼자 첫 삽 뜨던 날엔 거친 삽질에 웅크린 굼벵이가 댕강 튀어나와 내 심장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반갑다 벵이야?). 밭에서 다리에 쥐 날 때까지 쪼그려 앉아 심고-뜯고-가지 치다 보면 애벌레, 달팽이, 공중에 붕붕에 떠다니는 이름 모를 것들이 다 달려든다. 리틀포레스트 영화처럼 빨강 파랑 노랑 알록달록 예쁜 열매만 기대하고 텃밭을 시작했다면 외면하고픈 흑백씬도 중간중간 껴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스타터에게 추천하는 작물, 상추와 열무.
시장에서 만만한 가격에 상추, 열무국수를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키워보니 알 것 같다. 정말 "쑥쑥" 잘 자란다. 상추는 모종 심고 물만 주면 되는 간단한 노동만으로 여러 차례 수확가능한 작물이다. 열무는 또 어떤가, 이름답게 열-무친 놈처럼 자란다. 재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쉬워 입문자에게 추천. 더운 여름이면 동치미, 국수, 쌈채소, 비빔밥 재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어 만만한 잎채소들이기도 하다.
별이 아저씨의 열무처리법
우리 텃밭 바로 아래깨 별이 아저씨께서 몇 가지 팁을 주셨다. (실명이 적힌 밭 푯말에 밤하늘에 총총 아련한 ‘별’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아저씨는 장군상인 아저씨. 손녀이름으로 접수하신듯하다.
“열무도 잎이 손가락 길이 만할 때는 연해서 따서 상추쌈처럼 싸 먹으면 돼요.”
“좀 더 크면, 억세서 우적우적 양념에 무쳐먹어야 하고요”
"농약 치지 않고 키우기 때문에, 먹을 땐 꼭 식초나 베이킹소다에 씻어먹으세요."라고 당부하셨다.
눈인사만 나누다 한 번 말을 트고 난 아저씨는... 말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분이셨다. (흉보는 건 아녜요?!)
만만치 않은 녀석들.
별이 아저씨 말씀을 듣고 생각하니 농약을 안 치고 키우면 더 깨끗한 게 아니던가(?)싶었다. 어릴 적에 본 '6시 내 고향' TV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들이 과일, 채소를 밭에서 캐서 바로 먹는 장면들이 생각났다. 아마 그 시절의 대기환경, 수질, 토양이란 기후 삼합은 꽤 신뢰할 만했을 테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을 때나, 기후 변화를 몸으로 가깝게 느끼는 지금이나 여전히 잘 자란 채소를 먹을 수 있다. 한결 같이 채소를 소비하는 동안 사멸하지 않고 기후에 스스로 진화시키며 자라온 생물들의 섭리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위협적인 환경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때 되면 피고 맺는 섭리와 과정을 믿고 우리는 식탁에 앉아 기다린다. 비바람이 흔들면 흔드는 대로 포기하는 것 말고, 결국 진화하고 보전되려는 생명의 힘인가 보다.
어느 저녁에 상추는 결국 내게 잡아먹혔지만, 누가 날 잡아 흔들면 나 역시도 '포기하지 말고 섭리대로 잘 대응해 보자' 생각했다. 살아남고자 하는 게 생명의 본능이니, 그래도 내가 상추보다는 강해야 되지 않겠나...?!
우적우적 쌈 싸 먹는 소리도 해본다.
모종 심는 법
고랑은 과습 된 물이 빠져나가는 길 역할과 동시에,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축일 수 있는 일시적 물탱크 역할을 한다. 모종 한 개마다 봉우리를 만들어주면 아래 그림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1. 흙으로 이랑이 될 긴 줄을 만든다.
2. 이랑 위로 모종의 뿌리가 들어갈 홈을 만든다.
3. 모종의 줄기 밑동을 잡아 홈에 뿌리를 넣는다.
4. 뿌리만 잠기도록 홈에 흙을 끌어모은 뒤 단단히 두드려 준다.
도시텃밭 일지 1
1. 한 평 남짓이어도, 농사는 농사다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마음가짐을 고쳐먹는 게 좋다)
2. 모종 심기 전, 밭 전체 솎아주기 (큰 돌멩이가 있으면 식물이 곱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3. 면적을 잘 분할해서 무엇을 얼마나 심을지 계획해 보기.
4. 모종을 심을 때엔 배수가 잘 되도록 이랑과 고랑 만들어 주기.
5. 벌레와 자외선으로부터 날 지켜줄 긴 팔, 긴 바지, 운동화를 신자.